2005/02/24 14:33 송고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그의 업적을 재조명하기 위한 '윤이상평화재단'(이사장 박재규)이 3월달 본격 출범할 예정이다.

박재규 이사장은 지난 24일 오전 삼청동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이상 선생의 음악세계를 국내에 더욱 알리고 뿌리내리고자 재단을 설립키로했다"며 "타계 10주기인 올해부터 다양한 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단은 앞서 지난 23일 예술의전당에서 대표 발기인 모임을 갖고 박재규 경남대 총장 (전 통일부 장관)을 임기 2년의 초대 이사장으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원택 백련 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이강일 나사렛한방병원 원장을 부이사장으로 선임하는 등 이사장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3월 초까지 설립 준비 작업을 모두 마치고 문화관광부에 설립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또 3월 18일 오후 8시 호암아트홀에서 창립식을 겸한 첫 음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2000년 6.15 남북 정상회담 당시 통일부 장관이었던 박 이사장은 "현 시점에서는 남북의 정치적 교류보다 문화적 교류가 더욱 효과적"이라며 "윤이상 선생은 남북 문화교류를 위한 가장 중요하고 적절한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를위해 재단은 올해 윤이상을 주제로 한 다양한 남북 문화교류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다음달 초 북한 국립교향악단이 연주한 윤이상 작곡의 칸타타 '나의 땅 나의 민족', 교향시 '광주여 영원히' 등 두 곡이 담긴 음반을 유니버설 레이블로 출시한다.

이어 독일 베를린 윤이상 앙상블, 평양 윤이상 관현악단의 연주가 담긴 음반도 올해 중 내놓을 예정이다.

광복절을 전후해 평양 윤이상 관현악단 초청공연도 추진한다. 윤이상 관현악단은 북한 윤이상 연구소의 산하단체로 1990년 창단된 정상급 악단.

공연은 서울과 지방에서 각각 1-2회 씩 열고 우리 단체가 평양 답방 연주회를 갖는 방식으로 현재 북측과 협의 중이다.

10월에는 윤이상 10주기 기념 음악회로 헌정 작곡 발표회, 크로스오버 콘서트 등을 열며, 10주기일(11월 3일)이 끼어있는 11월에는 친필악보 및 유품 전시회 등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도 루이제 린저와 윤이상의 생전 대담을 담은 책 '상처입은 용'을 발간하고 같은 제목의 영화(LJ영화사)도 제작, 2007년께 상영할 예정이다.

또 윤이상 작곡상을 제정, 고인의 탄생일인 9월 17일을 즈음해 시상하고,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윤이상의 고향인 통영, 유가족이 관리하고 있는 베를린 자택 등에 윤이상 기념관을 건립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이같은 사업 재원 마련을 위해 현재 350여 명인 재단 회원 수를 올해 2천명 이상으로 늘리는 등 후원 조직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재단은  18일 창립 기념 음악회에 윤이상 선생의 부인 이수자(78) 여사를 초청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딸 정(55)씨는 그동안 종종 한국에 드나든 바 있지만, 이 여사는 '남편의 명예 회복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갈 수 없다'며 1967년 동백림 사건 이후 한 번도 고국을 찾은 적이 없다.

이 여사는 베를린 자택과 평양, 아들 우경씨(51)가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을 오가며 살고 있으며 현재 평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이사장은 "지금은 과거와 달리 화해와 협력의 시대가 됐고, 재단 설립이 선생의 실질적인 명예회복을 위한 거나 다름없다"며 "이 여사께서도 그런 생각에 동의해 곧 한국에 오실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이 여사의 방한 가능성을 내비쳤다.

창립 음악회는 각계 인사 등 6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윤이상의 대표 가곡, 실내악곡, 크로스오버 곡 등을 연주하는 무대로 꾸며질 예정이다. 소프라노 박연희, 바이올리니스트 주영혜, 하피스트 곽정, 첼리스트 정재윤 등이 출연한다.

y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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