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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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일 뿐이다
  • 코리아나 뉴스
  • 승인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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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이 주춤거리고 있다
전략상의 문제도 있지만 거센 반전여론도 사기를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
전쟁은 일단 일어나기만 하면 승리 외엔 아무 답이 없고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논리만이 존재한다

「올림픽 경기는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쿠베르땅 백작의 말이다. 그러나 강대국 대부분은 참가가 아닌 금메달에 목적이 있다. 그 보다 더한 전쟁은 이기는데 목적이 있다. 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고 오직 승리만이 그 해답이다. 경기는 룰도 있고 룰의 준수를 지켜보는 심판도 있지만 전쟁은 비겁한 짓도 정당화되고 만다. 그야말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하는 단순한(?) 논리이다.
지금 이라크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여론의 향방도 거세어지고 있다. 필승과 반대로 명확하게 나누어지면서 장외투쟁으로 번진 느낌이다. 우선 한국부터 그렇다. 노무현 정권이 파병을 결정하고 국회동의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정부내의 인권위원회에서는 대통령의 이런 의사와는 상관없이 반대성명을 내었고 여야의 많은 의원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명분도 뚜렷하고 일단 멋지게 보인다. 소신과 이념에 충실한 강직한 품성처럼 돋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개운한 맛은 아니다. 소신이란 처음부터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별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서 이다.
로마 교황도 지난 25일 다시 반대성명을 발표하였다. 이 땅에 평화가 와야 한다는 원칙적인 수사와 함께 "바티칸의 인도주의적 법률에 기초한 바티칸의 방침을 수행하라"고 카톨릭 신자 군인들에게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 교황의 파워와 상징 때문에 미국으로선 절대 유쾌한 일이 아니다.

◎ 반대여론을 견디는 힘
전쟁이 아닌 경기나 게임을 할 때도 그렇다. 우선 자신의 소속이나 연고가 있는 팀에 응원을 하게 마련이다. 이 때엔 거의 무조건적이다. 이성적 결정이 아니다. 상대팀의 실수는 너무 기분이 좋고 심판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잘못을 못 보는 순간도 공정성에서 어긋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도 경기의 일부라며 인간이 완벽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어지면 심판이 매수 당했다는 등 별소리를 다 하는 것이다. 이번 전쟁도 그렇다. 개전(開戰) 전에는 반대도 좋지만 일단 상황이 이렇게 된 바에는 소속팀의 응원자 자세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지금 전쟁의 해악과 명분을 따질 때가 아닌 것이다. 전쟁이야말로 인간의 욕심이 빚은 대량살인일 뿐이란 것은 모두가 다 안다. 자고로 전쟁은 승자의 논리만 대변해 왔다. 강대국들은 부족한 물자를 보충하기 위해 전쟁의 명분을 세우고 전리품을 갖기 위해 싸움을 해왔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임진왜란도 청국과 전쟁하러 나가니 길을 비켜달라는 생떼이었고 이번 이라크 전쟁도 크게 예외는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불릴 만큼 도처에서 시도 때도 없이 전쟁이 있어왔다. 모두 강자의 필요에 의한 억지이었지 절대적 명분은 없었다. 성전(聖戰)이라고 불리던 십자군 전쟁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반전여론도 원칙은 옳다. 그러나 지금 그럴 상황은 아니다.

◎ 절실한 종전(終戰)
빠른 종전만이 모두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더욱 가공할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시도 「잔인한 전쟁」을 언급하였으니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렸을 때를 기억하게 된다. 그 때 아무도 항변하지 않았다.
그런 가공할 무기를 인간이 사는 도심에 투하하는 야만에 치를 떨어야겠지만 한국인들은 서로 얼싸안고 춤을 추었다. 해방의 감격 때문이다. 바로 소속감의 발로로 일본이 처한 황폐함은 알 바가 아니었던 것이다. 국내외에서 높아지는 반전여론은 병사들과 작전팀의 사기에도 영향을 미처 오히려 전쟁이 장기화 할 우려마저 있으니 이거 참 야단이다.
전쟁은 전쟁일 뿐이다. 시작하였다면 승리 외엔 대안이 없는 것이 전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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