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자에게도 인권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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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자에게도 인권은 있습니다
  • 김원희
  • 승인 2003.03.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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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저기서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사진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자 한겨레신문 인터넷판에서도 어린 소녀의 참혹한 사진이 올라오더군요. 인터넷 사이트 곳곳에도 자극적인 사진들이 빠른 속도로 확산되어 떠돌고 있습니다. 이거 문제 있습니다.

죽은 자에게도 인권은 있습니다. 초상권 내지 처참하게 죽은 자신의 시신을 구경거리로 만들지 않을 권리가 그들에게 있습니다. 이것은 인권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아직 우리 언론방송에서는 이런 고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심지어 시민운동단체/인권단체들이 앞장 서서 될 수 있으면 끔찍하고 자극적인 사진만 골라 전시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그 의도가 좋더라도 이것은 인권침해이며 그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다수에 대한 일정한 폭력성을 잠재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al-Dschasira 방송국이 이라크전과 관련해 전세계에 판매한 미군포로장면은 미국포로의 클로즈업, 죽거나 다친 미국인과 민간인 장면입니다. 매우 끔찍한 내용이라고 합니다.그런데 제네바협약은 전쟁포로를 공개적인 호기심의 대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문제의 비디오장면을 찍는 것은 바로 제네바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전쟁범죄라고 일컬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을 자신이 직접 제작한 것이 아니라 단지 보여주는 것이라면 제네바협약 관련조항이 애매하기 때문에 얼마든지 유리하게 해석할 수 있는 소지가 있습니다.

이로 인해 어디까지 이 장면을 보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세계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25일 사설을 통해  볼 권리를 옹호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볼 권리를 앞세워 이처럼 죽은자의 인권은 뒷전으로 미루어지는 풍조인 것 같습니다.  

독일은 좀 다릅니다. 독일 제2공영방송 ZDF는 현재 이라크전의 시신장면은 전혀 내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독일 제2공영방송 ZDF는 이 문제에 대해 아예 전문가의 자문을 구했다고 합니다.  ZDF를 자문한 국제법전문가 미하엘 보테교수는 방송을 내보낸다고 해서 처벌을 받는 것은 아니지만, 이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eine Frage der Menschenwürde)라고 해석했고, 이후 ZDF는 전혀 시신장면을 내보내지 않고 있으며 일부 장면만을 선별해서 내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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