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3색 인터뷰, 세 명의 남자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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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인터뷰, 세 명의 남자에게 물었다
  • 코리안 프레스
  • 승인 2005.03.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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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말레이시아에서 산다는 것은?"

나이 서른에 우린 어디에 있을까 / 어느 곳에 어떤 얼굴로 서 있을까 / 나이 서른에 우린 무엇을 사랑하게 될까 / 젊은 날의 높은 꿈이 부끄럽지 않을까... (백창우 시 중에서)

유난히 서른 살을 노래한 시와 글들이 많다. 서른 둘의 나이에 스스로 삶의 무게를 벗은 가수 김광석의 노래처럼, 서른 즈음엔 매일 청춘과 사랑과 그리고 가슴을 채우고 있던 그 무엇과 이별하며 살아간다. 혹자는 '혁명을 꿈꾸지 않는 이십대는 가슴이 없고, 아직도 혁명을 꿈꾸고 있는 삼십대는 머리가 없다'고 했다. 설렘보다는 이별에 익숙해지고, 이룬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은 나이. 그래서 더 이상 무엇에도 가진 것 전부를 걸지 않는 나이가 서른인 것이다.

그러나 또 다시 생각해보면, 서른은 아직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나이이다. 정신없이 지나간 십대. 객기와 들뜸으로 지나간 이십대. 그리고 이제 삼십대에 들어서면 진정 인생의 기반을 본격적으로 가꾸어 나가는 시기가 된다. 혹 그 동안 걸어왔던 길에 회의가 들어 '이게 아닌데...' 싶으면, 수확의 시기인 사십대에 들어서기 전에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나도 결코 늦지 않은 나이가 서른이다. 그래서 스무 살에 세웠던 꿈이 부끄럽지 않게, 마흔 살에 되돌아 볼 지난날이 후회스럽지 않게 한 발 한 발 진지한 걸음을 내디디는 시기가 바로 서른인 것이다.

기자는 말레이시아에서 삼십대를 살고 있는 세 명의 남자를 만났다. 콸라룸푸르에서 IT 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김숭선 씨, 필리핀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지금은 콸라룸푸르에서 수영 강사 및 수영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말레이시아인 무하마드 압둘라(Muhammad Azneil Abdullah), 그리고 다국적 마케팅 리서치 회사의 말레이시아 지사에서 SIT 이사로 근무하고 있는 호주인 스티븐 코드(Stephen W Coad)가 그들이다. 태어나고 자란 나라 그리고 살아온 배경과 문화가 서로 많이 다른 세 명이지만, 말레이시아라는 동일한 공간에서 삼십대라는 같은 시간을 살아내는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세 남자를 위한 열 가지 질문

Q1. 지금 가장 큰 관심사는?
김숭선: 지금 하고 있는 IT 관련 사업을 이곳 말레이시아 상황에 맞게 새로운 솔루션을 적용하는 일이다. 고객 확보 방안, 이곳 시장의 성장 가능성 등 IT 사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상황 정보들이 가장 큰 관심사이다.
무하마드: 말레이시아와 인근 국가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예를 들어 종교 갈등, 말레이시아내에서의 불법 낙태 행위들, 말레이시아 언론 자유의 부족 같은 사안들.
스티븐: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는 것.

Q2.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김숭선: 물론 나의 인생을 채워주고 있는 가족들과 나의 꿈(목표)이다. 평생의 동반자인 아내와 한없이 천진난만한 두 아이들, 그리고 내가 사는 이유이기도 한 나의 목표가 가장 중요하다.
무하마드: 나의 가족. 나도 이제 아빠가 되었다. 나의 가족에게는 내가 누리지 못했던 것들, 특히 교육과 삶에 대한 지식을 주고 싶다.
스티븐: 역시 행복과 건강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사는 것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Q3. 10년 안에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김숭선: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지는 일. 무엇을 하든지 특히 나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재정적인 면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아내와 아이들이 건강하고 별탈 없이 견디고 따라준 결과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수익기반이 바로 눈앞에 보이기는 하는데... 그리고 항상 마음 한쪽에 못 다한 MBA 코스를 마치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무하마드: 가족들을 내 힘으로 독립적이고 안정적이게 부양하는 것과 현재 하고있는 비즈니스가 더 잘되는 것이다. 지금의 수영관련 비즈니스를 수영장 및 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종합서비스 하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회사로 키우고 싶다.
스티븐: 더 행복해지고 건강해지고 싶다. 물질적인 것은 나를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일할 때는 사자처럼 맹렬히 일하고 일이 끝난 후에는 나만의 생활을 즐기는 여유를 누리며 항상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Q4. 당신에게 일은 어떤 의미인가?
김숭선: 내 인생의 목표를 이루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해야 하는 최소한의 노동. 그러나 나는 그것을 항상 즐겁고 재미있어 하는 쪽으로 해왔던 것 같다.
무하마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져다주는 것. 경제적으로 나와 가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 또한 일은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무엇이다. 일을 하는데는 학력과 자격보다는 일단 시작했으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프로답게 끝내는 근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절대로 일을 집으로 가져오지 말 것. 꼭 문제가 생기니까.
스티븐: 일은 목적을 이루는 수단이다. 평일 9시부터 6시까지 사이에 해야 하는 무언가이다. 주말에는 일하지 않고 일이 다른 것을 압도하지 않도록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또한 일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무엇이다.

Q5. 당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김숭선: 가족에게 꼭 의미를 둬야 하나... 그냥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가 만들었고, 내가 아니면 누가 보살피나? 가족이 없으면 내가 누군지 어디 가서 찾기 어려울 것 같다.
무하마드: 나를 서포트 해주는 것. 경제적인 서포트가 아니라 나를 보살펴 주고 뒤에서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주는 것이 가족이다.
스티븐: 현재는 싱글인 내게 가족의 범위에는 가까운 친구들도 포함되는 것 같다. 가족은 어떤 것에도 불구하고 항상 거기에 있는 것. 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없는 것. 그러나 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다.

Q6. 당신에게 종교는 어떤 의미인가?
김숭선: 말레이시아에 온 이후로 교회에 나가고 있다. 가족이나 친지를 만나는 것 같은 따뜻함이 있는 곳이다. 그러나 정작 내 마음속에는 특정 종교가 자리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아직까지는 나 자신 외에 다른 어떤 것을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내게 종교는 '일주일에 하루쯤 남을 위해 봉사하는 시간을 갖기 위한 성도로서의 활동을 하는 것' 정도로 나름의 정의를 내리고 있다.
무하마드: 어릴 때는 기독교였으나 얼마 전 이슬람으로 개종했다. 그러나 이슬람교에서도 지저스 크라이스트와 모세를 믿지 않으면 무슬림이 될 수 없다. 종교란 당신의 운명을 가이드 해주고 내면의 선을 끌어내어 주는 것. 그래서 확실한 뭔가가 있다면 그건 바로 신일 것이다.
스티븐: 나는 특정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내게 있어서 종교란 당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뭔가를 믿는 것이다.

Q7. 여가는 어떻게 보내는지?
김숭선: 평일에는 거의 새벽 별 보고 출근하여 또 별 보고 퇴근하기 때문에, 여가가 생기면 주로 잠을 잔다. 시간이 남을 때 새로운 기술 서적으로 모자란 것을 채워하지 하는데, 생각해보면 이 또한 일의 연장인 것 같다. 가족들 말처럼 평생 일만 하다 죽을 것 같다. 나도 남들처럼 놀러도 다니고 총각 때처럼 마음놓고 드라이브 여행도 가고 싶지만,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내 가족들의 생활비는 누가 부담해주나? 그러나 이제는 골프도 좀 치고 살아야지...
무하마드: 직업상 주말이 따로 없다. 여가가 생기면 주로 TV를 본다. 특히 모터 스포츠, 수상 스포츠 보는 것을 즐긴다. 내가 시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여가가 2~3주 정도 생기면 스쿠버 다이빙이나 제트 스키를 가기도 하지만, 자주 그러지는 못한다.
스티븐: 많은 걸 한다. 사람들과 스쿼시, 테니스 시합도 하고, 혼자서는 수영과 독서를 즐기기도 한다. 친구들을 만나서 먹고 마시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그렇게 여가를 즐기고 나면 다시 일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긴다.

Q8. 말레이시아에서 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김숭선
: 국가의 제도나 인프라가 아직 한국보다 못한데서 오는 점이 내게는 가장 불편한 점이다. 통신이나 간단한 연락으로 해결되는 문제들도 꼭 시간과 돈을 써가며 직접 가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영어권 국가를 표방하고 있으나 시내, 상업 지구를 벗어나 변두리로 나가보면 바하사 말레이어가 아니면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것도 불편하다. 미국 영어를 공부한 우리에게 영국식 발음 역시 처음에는 인지하는 데 상당히 어려움이 따랐다.
무하마드: 현지인으로서 외국인에 비해, 그리고 말레이로서 차이니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가 부족하다는 것이 힘들다. 무슬림으로서 술을 마셔서도 안되고 도박을 해서도 안되며 돼지고기 같은 건강에 좋지 않고 금지된 음식을 먹어서도 안된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사회에 날치기, 살인 같은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도 사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20년 전만 해도 집 앞에 며칠 동안 자전거를 놔두어도 그대로 있었는데, 지금은 바쁜 도로변 테이블 위에 잠시도 가방이나 휴대폰을 놔둘 수가 없게 되었다. 불법 이민자들이 늘고 있는 것, 사회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것, 그리고 교육과 지식이 부족한 것 또한 어려운 점들이다.
스티븐: (호주에 비해) 운전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매일 집에서 회사까지 운전해 가는 동안에도 많은 좌절과 불만을 느끼게 된다. 말레이시아인들은 운전을 못한다고 생각할 때가 많은데, 그들이 운전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도대체 도로 규칙을 지켜야겠다는 생각과 안전에 대한 의식이 없는 것 같다.


Q9. 말레이시아에서 살면서 가장 좋은 점은?
김숭선: 굳이 말한다면, 단일민족으로 외국인 보기가 힘든 한국에 비해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이고 외국인들의 왕래가 잦아 여러 문화에 익숙해지면서 살 수 있는 것이 좋은 것 같다. 자녀들에게 외국어 공부를 부담없이 시킬 수 있어 좋고, 각자 나름이겠지만 생활비가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인 것 같다.
무하마드: 음식의 천국이라는 것. 원하는 것은 뭐든지 먹을 수가 있다. 또한 말레이시아 경기가 현재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도 좋은 점으로 들 수 있다.
스티븐: 단연 음식이다. 호주에서는 맛보지 못했던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 또한 나의 커리어 개발과 자기 계발을 위한 기회를 얻을 수 있어 좋다. 다른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 역시 매력적이다. 나는 호주에서 하던 것을 여기서도 유지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말레이시아를 배우고 체험하기 위해 여기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

Q10. 말레이시아에 사는 것에 대한 만족도는?
김숭선: 자기 나라에서 사는 것 만한 외국 생활이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한국생활 만큼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의 좋은 점을 가지고 있고 동남아권에서 보면 말레이시아만한 생활 여건을 갖춘 나라도 드물다. 전체적으로 절반 이상은 성공적인 것 같다. 만족도는 60점.
무하마드: 60%는 만족스럽고 40%는 불만이다.
스티븐: 호주에서 사는 것과 말레이시아에 사는 것은 아주 다르다. 옳고 그름보다는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그 다르고 새로운 것을 배울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말레이시아에 있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어디가 더 만족스럽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내게 말레이시아는 일종의 기차역이다. 여기서 평생 머물지 않고 다른 목적지로 가기 위해 기차를 갈아타는 곳이다. 나의 커리어를 발전시키고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에 감사한다.

(이은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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