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 민족학교 살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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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 민족학교 살리자
  • 김승력
  • 승인 2005.03.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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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해주 동포사회는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 기념행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러시아 연방정부로부터 정말 어렵게 선물을 하나 받아냈다.

강제이주로 인해 연해주에서 사라졌던 한인민족학교의 설립 승인이 그것이다.

   
▲ 김승력 편집위원

동포사회는 즉각 민족학교설립위원회를 구성하고 연해주에서 고려인 동포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우수리스크 시에 학교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이 후 연해주 교육청으로부터 3번 국립학교를 민족특화학교로 개편하는 것에 대한 승인을 다시 받아 냈고, 현재 여러 가지 산적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불철주야 고민하고 있다.

연해주에 한인민족학교가 새로 생긴다는 것은 그저 한인교육기관이 하나 더 생긴다는 것 이상의 커다란 의미가 있다. 고난에 찬 140여년 러시아 한인 동포 사회의 숙원을 풀고 정신사적 훼손을 치유하는 출발지점을 확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록에 의하면 강제이주 전 한 때 연해주에는 ‘한민학교’를 비롯하여 백산,삼일,대전,진명,한인사범,영신,신흥,대성학교등 200여 곳 이상에 민족교육 기관들이 있었다. 학교의 설립이 여의치 않은 곳에는 야학을 만들고, 혼혈인들에게도 조국정신과 민족의 얼을 깨우칠 수 있도록 민족교육을 실시했다.

이국땅 어려운 환경 속에서 민족혼을 지키고 독립운동의 힘을 길러내기 위해  위하여 교육에 사재를 털고 의연금을 모아 연해주 곳곳 학교를 세웠던 것이다. 돈을 모을 수 없는 곳에서는 연해주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에서 하루 종일 김을 매던 농투사니 우리 조상들이 흙 묻은 월사금을 모아 학교를 세웠다.

70여년이 지나 다시 연해주에 동포사회가 형성되며 한인민족학교가 부활하고 있다. 정말 끈질긴 민족정신의 표본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모두 잃었던 상태에서 다시시작하려니 모든 것이 열악하다. 교육프로그램,교육공간,교과서,가르칠 선생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재외동포교육의 역사는 일제 통치하에서 민족의 독립을 얻기 위한 민족교육 운동에서 시작했다.당연히 국가는 헌법정신에 기초하여 재외동포도 내국인과 같이 능력과 필요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재외동포 교육은 헌법과 교육기본법, 재외국민의 교육에 관한 규정 등에서 그 기반을 두고 있지만 상위법인 교육기본법에는 ‘재외동포’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하위법인 재외국민의 교육에 관한규정에는 ‘재외국민’이라 혼용하며 재외동포와 재외국민의 개념마저 혼란스럽게 만들어 놓았다.  더욱이 재외동포교육을 총괄하는 법령체계는 아예 없어 소관부처에 따라 업무도 분산되어 있고 당연히 지원도 체계적이지 못하다.

본국정부는 공관 자녀와 일시체류 중인 한국인을 위한 한글학교지원에만 열을 쏟을 것이 아니라 이제라도 옛날 우리의 조상들이 조국의 독립과 민족혼을 지키기 위해 대륙 곳곳에 민족학교를 세웠듯 재외동포들의 민족교육과 민족교육기관 설립지원에 국가적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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