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 논란과 재외동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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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 논란과 재외동포법
  • 김제완
  • 승인 2003.03.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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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이중국적' 논란을 지켜보고나서 아직도 씁쓸한 뒷맛이 가시지 않는다. 미국영주권을 소지한 국내 거주 재외동포인 진장관의 문제에 대해 주요 언론에서 갑론을박이 오고갔지만 재외동포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중요한 주제가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3월9일 KBS2 TV에서 이중국적 주제의 토론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고위공직자 임명시 이중국적이 문제가 된다고 보는가"라는 주제가 관심이었다. 국제화시대에 해외고급인력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중국적을 수용해야 할 때가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절반 가까운 방청객들이 이에 동의해 달라진 사회흐름을 반영했다. 중앙일보는 3월13일부터 "이중국적 이젠 바로 볼 때다"는 제목으로 세차례에 걸쳐 특별취재팀의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이 토론과 보도중에는 재외동포법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재외동포법은 80년대부터 미국동포들이 본국정부를 상대로 '이중국적 쟁취 투쟁'을 펼쳐온 끝에 지난 99년에 얻어낸 과실이 아닌가.

당시 국회에서 논의를 거치면서 이중국적제보다 한 단계 낮은 재외동포법을 제정했지만 이 법에는 여러 실질적인 혜택이 담겨져있다. 외국국적이나 영주권을 소지한 재외동포들이 국내에서 취업등 경제활동을 할 때 외국인으로 취급돼 겪어왔던 불편을 대부분 해소시켰다. 주민등록번호 대신 거소증 번호를 발급하여 불완전하나마 이를 대체한 것도 예로 들 수 있다.

기자는 이 법이 통과됨으로서 이중국적의 약 80% 정도는 실현이 된 것으로 본다. 이제는 재외동포중에서 이중국적을 주장하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졌다는 사실도 근거로 들 수 있다.????

그런데도 TV토론에 나온 유명인사들은 입을 모아서 이제는 이중국적을 수용할 때가 됐다고 주장하니 어이가 없다. 여러 일간지의 기사와 기고 글도 논지가 다르지 않다. 결국 이중국적의 대상이자 주체인 재외동포들과 국내의 지식인들이 따로 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일차적인 이유는 지난달 한국에서 벌어진 논란의 주제는 무늬만 이중국적이었을뿐 진장관 아들의 병역면제와 이로 인한 진장관의 도덕성 문제가 논란의 초점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장상 전총리지명자, 송자 전교육부총리, 박희태 전법무장관등이 자녀나 본인의 이중국적 문제로 낙마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정부의 첫 조각에 임명된 진장관이 이 문제로 실각할 것인가 하는 정치적인 관심이 먼저였다.

논의를 정치적인 쟁점으로 집중시키기 위해 이 문제를 제외시켰다면 이해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재외동포법의 존재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이뤄진 논의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기자가 TV 토론자로 나선 인사들에게 전화로 문의한 결과 불행히도 진실은 후자쪽에 가깝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이들은 재외동포법이라 하면 이 법의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동포들을 연상할 뿐 이 법의 내용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

지난 수년동안 재외국민 참정권 되찾기 운동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기자의 경험 하나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기자가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재외동포들에게 참정권을 주는 것이 부당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재외동포들은 그 나라 투표에 참여할텐데 왜 한국선거권까지 주어야하는가. 재외동포중에서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재외국민'과 외국국적을 소지한 '재외동포'를 구별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마땅히 260만에 이르는 재외국민들만이 참정권 부여의 대상이다.

이처럼 재외동포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몰이해와 무지의 늪에 잠겨 있다. 재외동포신문 창간호를 준비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7백만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언론사 기자로서 할 일이 많아 오히려 행복하다는 생각에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 (9.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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