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한명숙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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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한명숙 의원
  • 안동일
  • 승인 2005.0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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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교육문화진흥법 추진 “교육.문화의 틀로 동포 정체성 확립하자”

한명숙 의원은 우리 동포들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 꾸준한 사회활동으로 명망을 얻어왔고 두 번이나 장관을 역임했던 이력 때문에 선수로는 재선이지만 여당 내에서 진작부터 지도급 인사로 분류돼왔고 오는 4월의 전당대회에 당의장 출마를 권유받고 있으며 반쯤 결심을 굳힌 이른바 거물이다.

그런 그가 누구보다 동포사회에 대한 남다른 이해와 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우리 동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의원 회관 731호 한명숙 의원실을 찾은 때는 겨울비가 주척주척 내리던 15일 오후였다. 봄을 재촉하는 비였다.

평소의 느낌 그대로 한의원은 친근한 누님 같은 태도로 기자를 맞아 주었다.
“사실 그동안 국내에서 동포들에 대한 인식은 상당히 부정적이었습니다. 자신이 원해서 조국을 떠난 사람들,  그곳에서 잘살면 되겠지 하는 그런 생각들을 가졌었지요. 그런 인식의 기저는 정부의 동포정책이 잘못돼 있기 때문이라고 깨달았습니다. 아예 정책이란 게 없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닙니다. 길지는 않지만 결코 짧지 않은 외국 생활을 통해 동포들의 조국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고 또 조국에 대한 불만도 알 수 있었습니다.”

상반기중 법안 발의 가능
한의원은 95년부터 일본에 2년, 미국에 3년, 도합 5년을 외국에 체류했다.
일본서는 도쿄에서, 미국서는 뉴욕에서  학교에 적을 두고 연구와 수업을 병행하면서 현지 동포들과도 어울렸던 것이다.

   
▲ 한명숙 의원
“90년대 들어 냉전이 붕괴되면서 신 데탕트시대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세상이 빠르게 변했지요. 각국의 동포 사회도 많이 변화 발전했습니다. 그런데도 국내의 동포관이며 관련 법률들은 제대로 변화하지 못했습니다. 시대를 따르지 못했다는 얘기죠. 제 소속 상임위가 통일외교통상위원회입니다. 동포들과도 관련 있는 상위 아닙니까? 상위에 들어가서 보니까 역시 동포문제가 심각한 현안이라고 느꼈습니다. ‘아 내가 할 일이 여기에도 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중지를 모아 준비한 법안이 바로 재외동포교육문화진흥법입니다.”

한의원은 재외동포의 규모며 그 가치를 잘 아는 사람이다.
“우리 동포가 줄잡아 80여개국에 6백70만이나 산재해 있지 않습니까? 세계가 점점 가까워지는 지구촌시대에 이런 자산이 또 어디 있습니까?   경제규모로 봐도 우리 GDP의 4분의 1이 넘습니다. 그리도 동포들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숙원인 평화통일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원이기도 합니다.  이런 엄청난 자산을 전혀 활용하지 못했던 것, 아니 활용하고 함께 발전을 꾀하려는 생각을 못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었습니다.”

재외 동포 교육문화 진흥법은  한마디로 말해 민족의 정체성과 유대성을 강화하려면 정부와 동포사회의 유기적인 협조가 필요하며 가장 실질적으로 필요한 것이 교육과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과 집행이라는 기저위에 이를 법적 장치화한 법안이다.
이 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 대통령 직속 상설 기구로 재외동포 교육문화 진흥위원회를 설치해 동포 정책을 전담하는 최고 기구로 만든다는 조항이다.

야당의원도 10여명 동조
이렇게 되면 그동안 논의만 무성했던 동포청 설치 문제며 재외동포 재단의 활성화, 효율성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 할 수 있다는 것이 한의원의 설명이다.
“그동안 관련 시민단체 활동가들이며 학자들, 또 각지의 동포들의 의견을 들었고 논의도 많이 했습니다. 각자의 입장과 상황에 따라 의견이 다소 다르고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앞으로 국회 통과 과정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기는 한데 중요한 것은 지금의 틀로는 안 된다,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교육 문화의 그릇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정도는 합의를 보았다고 말 씀 드릴 수 있습니다.”

2월에 상정된다 하더라도 일정이 빠듯하기에 심의 통과는 어렵고 아무래도 4월 임시 국회 때 본격 심의가 이루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4월 국회에서 상위를 통과한 법안이 법사위로 넘어가게 되고 9월 정기국회, 늦어도 11월 임시 국회에서는 법안 본회의를 통과하게 한다는 일정표를 갖고 움직이고 있다.
올해 안에는 동포들의 교육과 문화를 진흥하고 지원하는 체계를 갖춘 법이 발효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직속위원회 설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당정간, 특히 청와대와의 긴밀한 협조관계가 필요한 일입니다. 지금까지 청와대 쪽의 반응은 긍정적인 편입니다. 또 재외동포 재단의 이광규 이사장님이며 몇몇 분들이 열심히 노력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하지만 현재도 각종 대통령 위원회가 너무 많아 옥상옥의 기구가 되고 있다 비판하고 있는 야당 쪽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관건이란다.

“전반적으로 국회 내에서 동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선거법 문제를 놓고도 일단 해외 부재자 투표가 부활되는 것은 기정사실로 되어 있는 분위기입니다. 동포 문제에 관한한 여야의 대립이 있을 수 없지요. 하지만 아무래도 정치적 고려를 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야당 쪽에서는 동포들에 대한 선거권을 확대할 때 자신들에게 유리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동포청 문제를 들고 나오는 의원들이 있습니다.”

당초 한의원실에서 성안한 동포 법은 문화 교육이란 단어가 들어가지 않은 재외동포법이었는데 논의 과정에서 상대국의 반발이며 상대주의 원칙 등 외교 문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문화와 교육이란 표현이 첨가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한의원은 문화와 교육문제에 의외로 더 적극적이다.

“문화의 틀에는 참으로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이민의 생활 동포들의 생활이라는 것이 문화가 다른 땅에서 우리 문화를 지켜가고 조화를 이뤄내려는 그런 노력의 연속이 아닙니까? 본국에서 그런 동포들을 지원하고 또 그곳 문화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이런 그의 관점에는 스스로 체험한 동포로서의 생활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일본에 있을 때 보니까 한글 학교들이 많이 있는데 제대로 운영이 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조금만 본국에서 도와주면 궤도에 오를 수 있는데도 말이죠. 미국도 마친가지였죠. 조금 다른 얘기기는 하지만 미국 동포들은 의료보험문제를 상당히 신경 쓰고 있더군요. 워낙 그곳 보험이 비싸기 때문인데 보험을 드느니 아예 비행기삯을 내고 고국에 와서 치료나 수술을 하는 게 낳다고 하더군요. 이번 법안이 통과되고 발효되면 이런 사소한 듯하지만 중요한 그리고 실질적인 문제들이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의 통과를 위해서 동포들이 할 일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어차피 지금 단계에서는 우리 정치권이 담당해야 할 일입니다.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서 친분 있는 여야 의원들에게 적극 홍보를 해주시면, 그래서 그 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 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습니다.”

당연한 표현이었는데도 우리 정치권이라는 표현이 기자의 귀에는 생경하게 꽂혀 왔다. 그만큼 한의원에게서는 정치인의 냄새가 없었다.
“정치에 참여한 것, 참여정부의 일원이 된 것을 결코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보람으로 느끼고 긍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참여정부의 인기가 하락하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는 하지만 깨끗한 정치, 돈 안쓰는 선거의 풍토를 조성했다는 것, 권위주의를 타파했고, 제반 정치 권력을 제자리로 돌려 놓았다는 것, 이 세가지를 의미있게 해낸 성과있는 일로 꼽고 있습니다.”

여성으로서의 한계나 어려움이 있지 않겠나 싶었지만 그의 의지는 야무졌다.
“많이들 하는 이야기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우리 정치에도 여성적인 부분이 더 가미돼야 합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현실에서는 평화지향적인 모성을 간직한 여성의 감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남성들의 사고가 수직적이라면 여성은 수평적입니다. 또 여성들에게는 생명존중, 평화지향의 정서가 내재화 되어 있습니다.”
동포사회에서도 여성들의 참여와 솔선이 더 필요하다는 주문과도 통하는 여성부 수장 출신 한의원의 여성론이다.

재외동포에 늘 고마움 느껴
한의원은 또한 동포에 대한 인사도 잊지않았다.
“어떤 이민 집단 보다도 빨리 어려움을 딛고 성장해 이민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우리 재외동포들에게 늘 경의를 표하고 있습니다. 더 큰 미래를 위해 조국과 긴밀한 유대를 맺으면서 함께 발전을 도모하는 그래서 우리 한민족의 저력이 세계에 과시되는 그런 날을 앞당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 하고 있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성원해 주십시오.”
한의원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어둑해진 의원 회관을 나서는 기자의 머리위로 빗방울이 떨어졌다.  하지만 상쾌한 물방울이었다.                      

 한명숙의원 약력 
△1944년 생 △이화여대 불문과 △뉴욕 유니온 신학교 △여성단체연합공동대표 △여성부 △환경부 장관 △16,17대 국회의원 △현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의원. △성공회대 교수 박성준씨와의 사이에1남 (군복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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