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재외동포청, 재외 한국학교부터 우선 지원해야
상태바
[기고] 재외동포청, 재외 한국학교부터 우선 지원해야
  • 리대로 한글학회 부설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 승인 2023.05.25 1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외국인에게보다 동포 자녀 한국어교육이 더 시급하고 중요하다
김정훈 주워싱턴한국문화원장(왼쪽)과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김정훈 주워싱턴한국문화원장(왼쪽)과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지난 4월 미국 워싱턴디씨에 있는 주워싱턴한국문화원(원장 김정훈)을 방문해 그곳 세종학당에서 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모습을 살펴보고, 워싱턴통합한국학교(교장 한연성)에 들러서 우리 동포 자녀들에게 우리말 교육을 하는 현장을 둘러봤다. 

또 한달 동안 뉴욕에서부터 버지니아를 거쳐서 플로리다주 올랜도까지 미국 동부지역을 여행하면서 동포들을 만나 6월 5일 출범하는 재외동포청에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현지에서 세차게 불고 있는 한류 바람과 한국어 교육 열풍을 느끼고 그곳에서 활동하는 분들과 함께 이 열풍을 어떻게 이어갈지 이야기도 나누고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김정훈 주워싱턴한국문화원장은 “지난 몇 년 동안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수업을 했는데 한국어를 배우려는 미국인들이 많아서 15개 반으로 나눠 운영했다. 그런데 코로나 팬데믹 해제 이후 대면 수업으로 바꾸면서 장소와 교사들 사정 때문에 한 반만 시행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들 모두 받아들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워싱턴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
주워싱턴한국문화원 세종학당에서 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모습

필자는 2006년 중국과 일본에서 한국어 교육 열풍을 확인하고, 2007년 중국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면서 정부에 ‘세종학당’ 사업을 건의해 시행하게 한 일이 있기에 미국에서도 한국어를 배우려는 이들이 많은 것을 보고 기쁘고 뿌듯했다. 

그리고 워싱턴통합한국학교(교장 한연성)를 방문해 동포 자녀들을 교육하는 현장도 둘러봤다. 이 학교는 올해로 개교 50주년이 됐는데 미국 중학교를 빌려서 초·중·고등 반 등 십수개 반을 운영하고 있었다. 

미국 워싱턴통합한국학교 한연성 교장(왼쪽)을 만나 한국학교 애로사항을 듣고 우리 동포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 현장도 살펴본 필자
미국 워싱턴통합한국학교 한연성 교장(왼쪽)을 만나 한국학교 애로사항을 듣고 우리 동포 학생들에게 교육을 하고 있는 현장도 살펴본 필자

한연성 교장에게 어려움을 물으니 “미국 학교를 빌려서 쓰다 보니 지원금이 거의 임대료로 들어간다. 좋은 교재 도구를 확보할 돈이 모자라고, 교사 자격과 능력을 갖춘 훌륭한 선생님 모시기가 어렵다. 초기 한글학교 때부터 교사들은 모두 자원봉사 정신으로 열심히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지만 누가 알아주지도 않는다. 이번에 재외동포청이 생기면 좋아질까 기대되면서도 걱정이 더 크다. 외국인에게 한국말 교육을 하는 세종학당 지원에 비해 동포 자녀 교육을 하는 한국학교 지원이 적다”고 어려움을 밝혔다. 정부가 더 도와주어야 함을 느끼는 대목이다.

재미한국학교워싱턴협의회 김선화 회장(왼쪽 두 번째)과 전 회장, 임원들을 만나 미국 한국학교 실정을 듣고 요즘 한국에서 새로 나온 한글교육 도구인 ‘한글윷놀이’를 기증했다.
재미한국학교워싱턴협의회 김선화 회장(왼쪽 두 번째)과 전 회장, 임원들을 만나 미국 한국학교 실정을 듣고 요즘 한국에서 새로 나온 한글교육 도구인 ‘한글윷놀이’를 기증했다.

또 재미한국학교 워싱턴협의회 김선화 회장과 임원들을 만나 미주 한국학교 실정도 알아보고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에서 우리 전통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활동을 하는 메릴랜드 ‘아리랑미국공동체’ 장두석 회장과 권명원 한글서예가도 만났다. 이렇게 외국에서 한국어와 우리 전통문화를 알리고 지키려고 열심히 활동하는 분들이 고마웠다. 

세계 곳곳에 한국인들이 나가 있지만 특히 미국은 어디를 가나 우리 동포들이 많이 살고 있었다.

필자가 애틀랜타 한 공원에 갔을 때 한국말을 하는 필자를 보고 지나가던 흑인 중년부부가 “안녕하세요.”라고 웃으며 인사하기도 했다. 한류 바람 때문으로 보여 반갑고 고마웠다. 

한국인이 한국말을 못하면 중국인, 일본인과 다를 바 없다. 그 사람에겐 불행이고 한국엔 큰 손실이다. 한국말은 한국 얼이고 한국인답게 살 수 있는 중요한 생활도구로서 한국어 교육은 무엇보다 먼저 잘해야 한다. 

그래서 재외동포청이 동포들 사업도 돕고 해야 할 일이 많겠지만 동포 자녀들을 교육하는 한국학교 지원을 가장 먼저 힘쓸 것을 건의한다. 

재외동포 자녀들을 잘 교육하는 것은 동포사회뿐만 아니라 겨레와 나라를 위해 매우 중대한 일인데, 한국학교 교사들이 너무 어려운 환경 속에서 봉사정신으로 애쓰고 있었다. 특히 한글은 어느 글자보다 배우기 쉬운 데다가 정보통신 기계와 잘 어울리기에 이를 잘 이용하면 우리 동포들이 외국인보다 더 빨리 똑똑해지고 더 잘 살 수 있다. 

이번 재외동포청 출범이 정부 조직만 늘려서 인건비와 운영비로 예산만 낭비하고 동포들 실질 지원은 뒷전일까 걱정하는 동포들도 있었다. 정부는 동포들 실정을 꼼꼼하게 살펴본 뒤에 정책을 잘 세우고 실천해서 동포사회와 나라 발전에 좋은 계기가 되면 좋겠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