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한류와 한글박물관 그리고 한국어 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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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한류와 한글박물관 그리고 한국어 공동체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05.10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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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이럴 줄은 세종대왕께서도 상상도 못한 일이었을 겁니다.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한글로 글을 씁니다. 우리말이 중국과 달라서 자기 뜻을 쉽게 펼칠 수 있게 한글을 만들었는데, 이제 세계 사람들이 한국어를 알고 싶어서 한글을 배웁니다. 한글은 자연스럽게 세계를 향한 글자가 되었습니다.

한류는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경제적, 문화적 영향은 어마어마합니다. 그중에서도 한글에 미친 영향은 놀라울 정도입니다. 한국의 노래와 드라마, 영화를 좋아해서 한국에 오고 싶어 하고, 한국 사람과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한국어 교육의 열기는 중국이나 몽골, 베트남 등을 지나 동남아시아, 서남아시아, 유럽, 남북미, 아프리카까지 펼쳐가고 있습니다. 대단한 일입니다. 물론 한류가 널리 퍼질수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문화는 상호적이기에 서로의 문화에 대해서 좋아하는 마음이 없으면 언제든지 혐오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세계 속에는 한국어가 문화유전자인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몸을 흐르는 피가 몸의 유전자라면, 한국어는 문화유전자의 핵심입니다. 특히 재외동포에게 한국어는 그대로 문화의 피입니다. 한국어를 할 수 있고, 한글을 쓸 수 있는 재외동포와 그렇지 않은 재외동포와는 많은 부분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 20주년을 맞은 재외동포신문에서는 앞으로 나아갈 방향으로 한국어 공동체를 선언하였을 겁니다. 한국어와 한글은 우리 민족을 이어주는 깊은 이해의 끈이 될 겁니다.

우리나라에는 한국어와 관련된 특별한 박물관이 있습니다. 바로 국립한글박물관입니다. 한 나라에 그 나라의 문자를 중심으로 만든 박물관은 거의 없을 겁니다. 국립한글박물관에는 다양한 한글 유물이 있습니다. 한글박물관을 갈 때마다 한글에 대한 사랑이 깊어집니다. 특히 박물관에 와 있는 외국인을 볼 때는 뜨거운 감동도 올라옵니다. 한글 사랑이 세계로 넓어집니다. 한글로 나라이름을 쓴 티셔츠 같은 기념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한글이 중요한 우리의 문화 브랜드입니다. 

박물관에는 소장품이 매우 중요합니다. 전에 박물관 관련 공부를 하는 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열심히 수집해야 하는 소장품은 아주 옛날 것만이 아니라, 최근에 시작된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타자기, 휴대전화 등의 경우에 초기 모델은 이미 희귀한 물건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글 박물관에는 어떤 소장품이 필요할까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제 답은 외국인에게 가르치는 한국어 교재나 시험지 등입니다. 

그런데 이미 초기의 한국어 교재는 구하기 어렵습니다. 외국의 한국어 교재는 찾기가 더 힘이 듭니다. 러시아나 일본, 중국, 미국 등의 한국어 교재도 열심히 찾아보아야 합니다. 북한의 한국어 교재나 외국의 북한어(조선어) 교재도 잘 찾아놓아야 할 겁니다.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한국어 능력시험 1회 문제나 포스터를 구하는 것도 이제는 쉽지가 않습니다. 한국어 관련 학술지의 1집도 다 모아놓으면 좋은 자료가 될 겁니다.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귀한 자료입니다.

1997년 시행된 제1회 한국어 능력시험 포스터와 문제지 (자료 조현용 교수)
1997년 시행된 제1회 한국어능력시험 포스터와 문제지 (자료 조현용 교수)

저는 한국어 자료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능력시험 1회 문제나 포스터도 보관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 나온 초기의 한국어 교재나 북한에서 나온 조선어 교재도 열심히 모으고 있습니다. 국립 한글박물관에서 한국어 공동체의 모습이 넓어지기 바랍니다. 이제 곧 스승의 날입니다. 스승의 날은 세종의 탄신을 기념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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