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이슬람의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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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이슬람의 후퇴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3.04.24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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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황금기에 존재했던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이슬람이 완전히 사라졌다”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이슬람 사상은 아랍어 발달과 정비례하는가?

레바논의 언론인 사미르 아따 알라는 알샤르끄 알아우사뜨 신문(2023.4.24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이슬람 사상가들의 흐름을 분석하면서 오늘날 아랍 이슬람 세계를 진단하고 있다. 아랍의 여러 신문과 시사 저널에서 작가로 활동하는 그의 글을 통해 ‘오늘의 이슬람’을 알아보자.

그는 프랑스인 모리스(Maurice Lombard)는 1962년에 펴낸 그의 책에서 “이슬람이 황금기(이슬람 문명의 처음 6세기) 동안에는 세계적인 경제와 문화 생활을 이끌어가던 도시들이 있었다”는 말을 인용했다.

하지만 이슬람은 13세기 이후 이렇다 할 철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철학이 아랍 사상에서 13세기에 철수한 이유는 무엇일까? 유럽의 사상은 14-16세기에 융성했다고 아랍 사상가 무함마드 아르쿤은 말한다. 유럽의 학자와 철학자들 중에서 볼테르, 버나드 쇼, 토마스 칼라일, 괴테,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 라마르틴들이 이슬람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고 했다.

아르쿤은 아랍어가 발달한 시기에 철학이 풍성했다고 주장했다. 아랍어가 이슬람 사상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아랍 국가에 가면 아랍 무슬림들이 꾸란을 읽고 꾸란을 바르게 해석하지 못하고 심지어 대학에서 아랍어과가 아닌 영어과 교수에게 꾸란에 나온 단어의 의미를 물으면 그는 아랍어와 꾸란 전공이 아니라고 답변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랍어 전공도 아니고 꾸란 전공도 아닌 무슬림이 이슬람 전문가로 활동하는 것이 의아하다. 더구나 부정확한 꾸란의 번역서에서 인용한 내용들이 아무런 걸름장치 없이 무분별하게 우리나라 학계와 SNS에 오랫동안 사용되어 이제는 잘못 번역된 내용이 마치 사실인 것처럼 통용되고 있다.
 

지금 이슬람 세계는 계몽이 필요하다

사미르 아따 알라는 지금 아랍과 이슬람 세계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계몽적인 책(kutub tanwiriyyah)이라고 했다. 무함마드 아르쿤과 유명한 파키스탄 사상가 파즐룰 라흐만(아랍어로는 파들 알라흐만)이 이슬람 세계에 부족했던 계몽을 그들 나름대로 채우려고 노력했다. 

시리아의 계몽적인 사상가 하심 쌀리흐(1950-)는 그가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란 제목의 글에서 그는 아랍 철학자 무함마드 아비드 알자브리(1935-2010)의 말을 인용한다. 

알자브리는 “내 목숨이 조금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죽기 전에 꼭 읽고 싶었던 책이 많았는데….”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그는 스페인 작가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오늘날 아랍 무슬림들에게 호불호를 보이는 ‘천일야화’, 아부 알아알라 알마아리의 ‘용서의 서한’ 그리고 산문의 선구자인 알자히즈의 ‘구두쇠’를 읽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오늘날 아랍인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대부분 아랍 무슬림들이 책을 읽는데 필요한 문어체 아랍어(알푸쓰하, 문학적 아랍어)의 숙달이 매년 뒤처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슬람 문화가 퇴보하는 시기이다. 
 

"이슬람 황금기의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이슬람이 사라졌다" 

무함마드 아르쿤의 책이 아랍의 도서 박람회에 자주 등장한다. 그는 현대 이슬람 사상가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힌다. 그가 2005년에 펴낸 ‘인간적 성향과 이슬람’이란 책에서 그는 “과거 이슬람 황금기에 존재했던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이슬람이 오늘날 완전히 사라졌다”고 주장한다. 

아르쿤은 현대 아랍, 튀르키예, 이란, 파키스탄의 거리를 지배하는 이슬람 근본주의 운동은 완전히 인간성과 문명에 반대하는 운동이라고 말한다. 근본주의자 무슬림들은 다른 사람들과 다른 문화나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인간적인 존엄성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글의 주요 핵심 내용은 사미르 아따 알라가 알샤르끄 알아우사뜨에 기고한 ‘하심 쌀리흐와사상가들’(2023년 4월 24일자)이란 글에서 인용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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