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의 파독근로자들을 향한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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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의 파독근로자들을 향한 나눔
  • 정선경 재외기자
  • 승인 2023.04.2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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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방문해 '파독근로자 60주년' 기념 음악회 개최

파독근로자와 그 가족 대상으로 사진 촬영해주는 ‘리멤버픽쳐’ 행사도 진행
파독근로자 60주년과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이 지난 4월 15일 독일 베를린 박물관섬에 위치한 베를린돔교회에서 청중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파독근로자 60주년과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이 지난 4월 15일 독일 베를린 박물관섬에 위치한 베를린돔교회에서 청중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파독근로자 60주년과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이 지난 4월 15일 독일 베를린 박물관섬에 위치한 베를린돔교회에서 청중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 음악회는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이 주최하고 베를린의 사단법인 해로와 주찬양교회가 주관했으며 AXA, 호반문화재단, IWP, 조이어스교회, 한독문화예술교류협회 등이 후원했다.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단장 윤형한)은 전공자와 비전공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음악 연주 단체로 2007년 12월에 김문길 지휘자에 의해 창단됐다. ‘음악적 재능을 이웃과 함께 나누겠다’는 창단 취지대로 학교, 교회, 병원, 복지관, 장애인센터 등 다양한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연주를 통해 행복과 기쁨을 나눠왔고, 이번에 파독 6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베를린을 방문해 또 한 번의 나눔을 실천했다. 

이날 음악회는 권원직 주독일한국대사관 총영사와 바바라 욘 전 베를린시 외국인 담당관의 축사, 카타리나 니비드잘 베를린시 현 외국인 담당관과 최불암 씨의 영상 축사 후 이선영 KBS 아나운서와 정유진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은 파곳, 오르겔, 소프라노, 피리, 태평소와 함께 W.H. Monk의 Bleib bei mir, Herr, 조수은 편곡 3B, Cassini의 아베마리아,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홍난파의 고향의 봄, 이문석의 어라운드 아리랑, 조수은 편곡 아리랑 등을 연주했다. 

파독근로자 60주년과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이 지난 4월 15일 독일 베를린 박물관섬에 위치한 베를린돔교회에서 청중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파독근로자 60주년과 한독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음악회 '베를린 아리랑'이 지난 4월 15일 독일 베를린 박물관섬에 위치한 베를린돔교회에서 청중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특히 피리와 태평소와 함께한 어라운드 아리랑은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으며, 아리랑이 연주될 때 김문길 지휘자가 청중을 향해 지휘를 시작하자 객석에 있던 모든 청중이 태극기와 독일 국기를 흔들며 아리랑을 합창하는 가슴 뭉클한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베를린돔교회를 가득 메운 청중들이 함께 부르는 아리랑은 그야말로 ‘베를린 아리랑’이었다.

음악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 1진은 먼저 독일에 도착해 4월 7일과 8일 이틀간 하루 8시간씩 파독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리멤버 픽쳐> 촬영 행사를 진행했다. 

<리멤버 픽쳐>는 파독 60주년을 맞아 그들의 삶을 기억하고 또 기념하기 위해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이 준비한 베를린 나눔의 행보 중 하나였다. 앙상블의 부단장이기도 한 KBS촬영대감독 박길홍 씨의 진두지휘로 촬영장 세팅, 분장, 안내, 사진 촬영 후 선별작업을 위한 정리 등 각자의 역할을 나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봉사팀은 파독근로자들이 사진 촬영 후 함께 다과를 나눌 수 있도록 전통 한국과자, 전통차를 준비하는 세심한 배려를 보였고 사단법인 해로의 봉사자들이 함께 도왔다.

사진 촬영중인 박길홍 감독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 파독근로자와 그 가족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리멤버 픽쳐'에서 사진촬영 중인 박길홍 감독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몇년도에 독일에 오셨어요?”, “첫사랑을 생각하면 어떠세요?”, “누가 먼저 고백하셨어요?”

최대한 자연스러운 표정과 사진을 얻기 위해 던지는 박길홍 촬영감독의 질문에 흰머리 성성해진 파독 간호사와 파독 광부들은 까르르 웃었다. 베를린에 도착한 다음날부터 진행된 강행군이지만 시종일관 웃음을 잃지 않고 지친 기색 없이 던지는 박 감독의 질문에, 노년의 파독 근로자들은 스무살 아가씨가 되기도 하고 힘들었던 탄광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혈기 왕성한 청춘이 되기도 했다.

부활절 연휴를 맞아 비엔나에서 베를린을 방문한 딸과 손녀딸을 동반하고 행사장을 찾은 파독 간호사 이영희 씨는 “이곳에 사는 동안 사진을 찍을 여유나 기회가 없었는데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며 감사인사를 전했다. 파독 광부 황정철 씨는 “누군가가 아직까지도 우리를 기억해주고 또 여기까지 와서 촬영 봉사를 해주니 지난 시간의 시름이 씻겨나가는 듯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사진 액자를 받아 든 파독 근로자 왼쪽부터 홍무송, 권영한 부부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리멤버 픽쳐' 행사를 통해 받은 사진 액자를 들어보이는 파독 근로자들. (왼쪽부터) 홍무송, 권영한 부부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사진촬영봉사팀은 개인당 수십장씩 촬영된 사진 중 가장 좋은 사진을 고르고 이렇게 한국으로 보내진 사진파일은 인화된 후에 액자에 넣어 일주일 후 다시 베를린으로 공수돼 개인들에게 전달됐다. “영정사진을 보며 이렇게 기분 좋은 적이 없었어. 실물보다 너무 잘 나왔는데?”라며 흡족해하는 얼굴에는 지난 60여년 파독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있는 듯했다.

‘나눔’은 참 귀한 일이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다른 사람을 위해 옮기는 실천의 삶이다. 60년대 70년대 청춘을 나눠 조국 근대화를 이끌어 낸 그들의 희생이 그러했고, 서울 나눔 클라리넷 앙상블의 선한 나눔이 그러했다.

서울 나눔 클라리넷 사진촬영 봉사팀. (아랫줄 왼쪽부터) 정진호, 최아영, 고유정, 김판서,김수일, 정경라, 박길홍 (윗줄 왼쪽부터) 김문길, 박소현, 김수일, 김종민, 임상종, 채은주, 정귀용, 심경단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서울 나눔 클라리넷 사진촬영 봉사팀. (아랫줄 왼쪽부터) 정진호, 최아영, 고유정, 김판서,김수일, 정경라, 박길홍 (윗줄 왼쪽부터) 김문길, 박소현, 김수일, 김종민, 임상종, 채은주, 정귀용, 심경단 (사진 정선경 재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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