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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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23.04.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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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작년 10월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로 부임한 함상욱 대사와 지난 4월 14일 대사관에서 인터뷰를 가졌다. 

함 대사는 뉴욕 유엔대표부 차석 대사, 이라크 참사관과 아프가니스탄 지방재건팀(PRT) 대표, 외교부 북핵정책과장, 원자력 비확산외교기획관, 다자외교조정관 등을 역임한 외교관 생활 33년의 베테랑이다.

그는 한국과 오스트리아의 새로운 외교, 전략적 동반자로서의 과학과 예술분야 협력발전, 비엔나 국제기구들을 통한 북핵 비확산 외교, 동포들의 안녕을 제일로 내세우는 위민(爲民)대사관, 한국문화원 개원을 통한 의욕적인 한국문화 홍보 구상, 150배로 무역고가 증가한 겸임국 슬로베니아와의 놀라운 관계 등 참신하게 실천하고 있는 현황을 소개했다.

Q. 역사적인 한-오 수교 130주년이 끝나갈 무렵 오스트리아에 부임해 오셨습니다. 한-오 양국의 새로운 130년을 시작하며 비전이나 지향해야 할 발전상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함상욱 대사(이하 함) : 한국과 오스트리아 양국관계는 특별한 인연과 우정으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록도에서 한평생을 헌신하신 마리안느와 마가렛 간호사분들, 대한민국 첫 영부인 도너 프란체스카 여사, 24년 역사의 한-오 필하모닉, 오스트리아 기술을 바탕으로 한 포항제철 설립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러한 굳건한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상호 번영하는 새로운 130년을 열어나가기 위해 3가지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첫째로 양국이 공유하는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핵심가치에 기반해 국제공조를 강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둘째로 양국은 시장경제, 수출지향의 산업구조, 기술 강국 등의 특성을 공유한 최적의 협력 파트너로서 이미 활발히 진행 중인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정보통신기술(ICT), 자동차 등을 중심으로 교역규모가 3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우리 전기차는 2021년 오스트리아 전기차 시장점유율 3위였고, 현대중공업-AVL의 선박용 수소 연료전지개발 협력 등 미래 산업 분야에서도 경제협력이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셋째로 문화와 인적교류를 자라나는 세대, 그리고 오스트리아 전역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5월 개원 예정인 한국문화원은 문화예술교류의 사랑방이자 한국어교육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함상욱 대사가 지난 1월 11일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하고 있다. 

Q. 전략적 동반 국가로서의 한-오 양국의 구체적인 경제·문화 협력 계획과 진전 상황은 어떠합니까?

함: 한-오 양국은 오스트리아의 뛰어난 기초과학역량, 원천기술과 한국의 선도적인 제조역량을 결합해 조선업, 자동차, 전자 등 핵심 산업분야에서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러한 양국의 상호 보완성은 앞으로도 양국 실질협력의 중요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수소, 디지털화, 반도체, 양자역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구체적 협력을 발굴해 나갈 수 있도록 부임 후 다양한 기업과 연구소 등을 방문했습니다. 

한-오 양국 간의 문화예술 교류와 협업은 당연히 한층 심화되고 또한 확장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난 3월 15일까지 서울 국립박물관에서 열린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는 문화교류의 성공적인 한 예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우리 대사관은 5월 초 공식 개원을 앞둔 한국문화원을 통해 본격적으로 한국 문화와 예술을 오스트리아인들에게 알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할 것입니다. 음악, 미술, 문학, 서예, 디자인, 무용, 영화 등 한국의 여러 분야 전통 및 현대 문화를 널리 알려서 양국 국민 간 상호 이해와 우정이 더욱 커지도록 해나갈 생각입니다. 

Q. 5월 개원 예정인 한국문화원과 올해 창립 11년을 맞이한 비엔나 한인문화회관과의 관계, 그리고 협력의 미래 구상과 관련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함: 한국문화원의 개원은 우리 정부와 동포사회의 숙원 사업이었습니다. 한국문화원은 비엔나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장점을 살려 한국 전통 및 현대 문화 예술을 현지인들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일차적 사명입니다. 현지에서 큰 영향력을 지닌 문화예술 관계자, 언론인들은 물론, 일반 비엔나 시민들을 자주 초대해 수준 높은 우리 문화예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한국문화원과 한인문화회관과의 관계는 당연히 상호 협력하고 상생하는 관계가 돼야 한다고 봅니다. 서로가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긴밀히 소통, 협력하고 서로 보완해 나가면서 한국 문화와 예술을 오스트리아인들에게 알리고 국격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한-오 필하모니 24회 연주회에서 (왼쪽부터) 함상욱 대사와 소프라노 조수미, 페터 라운스키-티펜탈 오스트리아 외교차관

Q. 비엔나 주재 국제기구 대표부 대사로서의 외교 활동 구상과 전개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함: 자유민주주의, 인권, 법치 등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글로벌 중추국가로 도약하고자 하는 우리 정부의 외교 기조 하에, 최근에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주안점을 두고 관련 국제기구들과 협력해 오고 있습니다.

첫째,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보장하기 위한 ‘비확산’ 협력입니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없이는 한반도에 지속가능한 평화를 수립할 수 없으며, 북핵·미사일 위협은 가장 중요한 비확산 현안입니다. 한편, 대화와 외교를 위한 긍정적 여건 조성에도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등 중대 도발을 감행할 경우, 비엔나에 있는 포괄적핵실험금지기구(CTBTO)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대북 규탄 메시지가 발표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협력입니다.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배출을 앞두고 우려가 큰 상황인 만큼, 부임 이래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 오고 있습니다. 해양배출의 안정성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국제법과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IAEA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셋째, 분쟁당사국으로서의 경험을 공유, 재건을 지원하는 ‘글로벌 협력’입니다. 한국은 세계 경제협력발전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수혜국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전환한 유일한 국가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우리는 유엔공업개발기구(UNIDO)의 주요 공여국으로서 개도국들과 경험을 공유하고, 특별히 우리나라가 우위를 가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 디지털 전환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개도국의 발전을 위해 기여하고 있습니다.

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함상욱 대사가 나타샤 피르크-무사르 슬로베니아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뒤 악수하고 있다. 

Q. 겸임국으로 있는 슬로베니아와 한국과의 관계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함: 한국과 슬로베니아는 1992년 수교 이래 지난 30여년간 정치, 경제, 문화, 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의 기반을 든든히 다져 왔습니다. 현재 양국 교역액은 1992년 대비, 150배가량 증가했습니다. 최고 명문대학 류블랴나대학교에는 2015년 한국학과가 개설됐습니다. 슬로베니아는 한국인들의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데, 한국인 방문자는 비유럽 외국관광객 중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원인은 한국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2016)와 흑기사(2017)의 배경지로 소개된 것이 큰 영향을 준 것입니다. 

현재 슬로베니아에는 포스코와 현대글로비스 등 우리 물류 기업들이 진출해 우리나라와 중·동유럽 간 교역 증진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동포 인구는 현재 40여명이지만, 이 나라 유일한 항구인 코퍼(Koper)항을 중·동유럽 진출의 관문으로 삼고 해운, 물류 분야의 사업을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현지의 우리 기업들은 코퍼항을 중심으로 자동차 및 전자제품, 각 기업의 부품 등을 운송 중이며, 2차 전지 원료를 폴란드, 헝가리 등에 있는 우리나라 생산 공장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저는 벌써 슬로베니아를 3회 방문, 동포들과 우리 진출 기업인들을 만나 사정을 듣고 지원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사관은 우리 정부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양국 간 문화, 인적교류 증진, 국제무대 공조는 물론, 에너지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 강화와 같은 실질 협력 관계도 한층 심화시킬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함상욱 주오스트리아대사 겸 주비엔나국제기구 대표
잘츠부르크를 방문해 동포간담회를 가진 함상욱 대사

Q. 동포사회에서는 부지런한 대사를 맞이했다는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벌써 여러 지방의 동포들을 여러 번 찾아보았다고 들었습니다. 

함: 오스트리아에는 약 2,700여명의 동포분들이 항상 화합하면서 모범적이고 성공적인 동포사회를 유지, 발전시키고 계십니다. 오스트리아 부임 이래 린츠를 먼저 방문했고, 그라츠 두 차례, 인스부르크 두 차례, 그리고 잘츠부르크 등 지방 도시들을 두루 방문했습니다. 린츠에서는 주지사도 만났고, 잘츠부르크에서는 시장과 주의회 의장을 만났는데, 관할 내 우리 동포사회의 권익신장과 발전을 위한 지원도 당부했습니다.

그간 송년의 밤, 신년음악회 등 동포사회가 개최하는 다양한 행사에 참석하고, 각 분야별 간담회 개최 등을 통해 우리 동포사회와의 접촉면을 넓히고자 노력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지방에 계시는 동포 분들과 기회가 될 때마다 소통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동포사회가 이미 비엔나 한글학교와 지역 한글학교를 통해 차세대 한글교육과 정체성 교육에 힘쓰고 있는데, 우리 대사관에서도 앞으로 동포사회의 주역이 될 미래 세대들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큰 자산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차세대 교육 활동을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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