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외국인 유학생 등쳐먹기 – 억울한 임대차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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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외국인 유학생 등쳐먹기 – 억울한 임대차 피해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3.04.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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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학생 수 감소로 국내 대학들이 외국인 유학생들을 받는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최근 외국인 유학생들이 임대차 관련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상담을 요청하는 내용이, 상당수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어서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 있다. 계약기간이 끝나서 이사를 나온 이후에, 집주인이 갑자기 집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일방적으로 수리비를 수십만 원씩 요구하고, 그렇게 일방적으로 책정한 수리비를 보증금에서 제외하고 보증금을 돌려주겠다고 한다는 것이다. 갑자기 수십만 원의 피해를 보게 된 외국인 유학생들이, 보증금 전체를 돌려받을 방법이 없는지 문의를 많이 하고 있다.

분쟁이 되는 금액이 대개는 수십만 원 정도이기 때문에,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송을 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금액이다. 대부분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비용이 더 많이 들고, 법적 대응에 드는 시간도 최소 몇 개월은 각오해야 해서, 출국을 앞둔 경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물론 이사를 나오기 전, 혹은 짐을 모두 뺐더라도 집 열쇠를 아직 집주인에게 넘기기 전이라면, ‘보증금을 돌려줘야 이사를 나가겠다’ 내지는 ‘보증금을 돌려줘야 집 키를 넘겨주겠다’라고 하며 보증금을 안전하게 받기 위한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아직 사회경험이 많지 않은 유학생들의 경우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보증금을 받기 전인데도 집주인의 독촉에 바로 집을 비워주고 집 키를 넘겨주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인 학생들도 마찬가지 피해를 입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인 학생들은 그런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모의 도움을 받거나, 인터넷을 통해 법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여 적절한 대응을 해내는 것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외국인 유학생들의 경우, 대개는 부모와 떨어져 한국에 혼자 유학을 왔기 때문에, 부모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친구들에게 물어보거나 인터넷을 통해 법적인 부분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려고 해봐도, 언어적인 어려움도 있고, 아무래도 한국인들에 비해서는 법률정보에 대한 접근이 더 어렵기 때문에,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하지 못하고 피해를 감수해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우려가 되는 것은, 이러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어려움을 이용하여 일부 공인중개사와 집주인이 손을 잡고 체계적으로 돈을 뜯어내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까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유학생들이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에 관여했던 공인중개사가 외국인 유학생에게 보증금을 받기 전에 집을 먼저 비워도 괜찮다고 잘못된 안내를 해주거나, 또는 더 나아가 공인중개사가 먼저 나서서 집을 먼저 비워야 한다고 적극적으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상담했던 한 피해사례에서는, 그렇게 집주인 편에서 유학생에게 불리한 조언을 했던 공인중개사에게, 피해자였던 유학생이 법적인 대응을 하겠다며 강하게 나가자, 그 공인중개사는 본인의 배우자가 근처에 사무실을 둔 행정사라며 법적 대응도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물론 실제로 외국인 유학생이 집에 문제를 일으키고 나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정말로 억울한 피해를 본 것인지는 개별 사안마다 따져봐야 할 부분이기는 하지만, 집주인과 공인중개사, 심지어는 행정사까지 손을 잡고 조직적으로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수리비 등을 이유로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외국인 유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갖게 될 부정적 인식 등을 고려할 때 대책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이미 수년 전부터, 대학가에 이러한 문제점들이 심각하다는 지적들이 있어왔지만(한국대학신문 2016. 5. 24.자 “[단독]부동산 사기 ‘표적’ 된 외국인 유학생”, 문화일보 2017. 1. 23.자 “‘외국인 유학생?… 집세 더 내시오!’ 갑질 판친다”, 동아일보 2018. 8. 23.자 “‘월세 사기’ 먹잇감 된 외국인 유학생”, 부산대언론사 2021. 12. 28.자 “‘보증금 안주는 집주인’ 속타는 외국인 유학생들” 등), 아직도 뚜렷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들은 한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한국문화에도 잘 적응하여 앞으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될 가능성이 큰 인재들이라는 점에서, 정부나 대학 차원에서의 피해 방지 노력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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