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최근 중동 국가의 정치적 셈법
상태바
[기고] 최근 중동 국가의 정치적 셈법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3.04.05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사우디의 새로운 지정학적 무게 중심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에너지와 식량 문제를 겪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 이후 정작 위기는 전쟁 그 자체가 아니라 이런 전쟁을 다루는 방식에 있다고 사우디 언론인 따리끄 알하미드는 말한다. 안정과 발전을 지향하는 사우디와 걸프국가들이 사우디와 경제적인 문제에서 불편한 관계를 갖는 미국을 “위기를 지속시키는 국가”로 부르고 있다.

우리가 최근 언론에서 보았듯이, 그동안 경쟁관계였던 이란과 사우디 간의 관계 정상화에 주역을 담당한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었다. 그래서 사우디는 이제 전략적 및 지정학적 무게 중심의 축이 서구가 아니라 제3국이라고 말한다. 

사우디는 서구와 미국 이외에 중국과 러시아 등과의 외교 관계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정치적 이슬람의 양면성

중동에서 새로운 전략적 외교를 하는 국가가 사우디만은 아니다. 중동은 그동안 서로 다른 양상의 갈등관계에 있었던 국가들이 관계 정상화를 했다.

첫째, 과거 2년 동안 튀르키예는 아랍국가들과 정치적 이슬람(무슬림 형제단)을 외교관계의 깃발로 내걸어서 그동안 긴장관계를 지속시켰는데, 서로가 한발 물러서면서 이집트와의 관계를 정상화했다. 

둘째, 카타르는 튀르키예보다 먼저 교리적으로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가졌던 아랍국가들과 관계 정상화를 했다. 

이처럼 튀르키예와 카타르는 무슬림 형제단을 테러 세력으로 규정한 사우디,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등과 관계 정상화를 했지만, 여전히 불씨는 남아 있다.

우리는 카타르와 튀르키예가 여전히 이슬람주의를 지향하므로 무슬림 형제단이 정치적 이슬람주의자라는 것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혹시 무슬림 입국자가 무슬림형제단에 속해있다고 해서 그것이 난민을 인정하는 사유가 돼서는 안될 것이다. 그 이유는 그가 정치적 이슬람주의자이고 게다가 무슬림 개인마다 이념적, 교리적, 사상적, 정치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슬람이란 뜻은 '평화'가 아니고 '복종'

튀르키예 지진으로 우리나라 지상파에서는 튀르키예를 형제 국가라고 부르지만 그것은 한국에서 일어난 전쟁에 참전해 준 감사의 표현이라고 본다. 그러나 당시에 튀르키예 병사 둘이 우리나라에 이슬람을 전하는데 주역을 담당했다는 것은 한국 언론이 언급하지 않는다. 

이런 예는 과거 역사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교육방송에 나온 교수가 “이슬람이란 뜻은 평화입니다”라고 말해도 언론이 정정하지 않는다. 

사실 아랍어에서 “살람 또는 쌀람“이 평화라는 뜻이고 이슬람은 어휘적으로 복종이라는 뜻이다. 아랍어ㅡ아랍어 사전에서 이슬람은 ”무함마드가 이 세상 사람들에게 가져다 준 율법“이라고 풀이했다. 이슬람은 평화라는 뜻이 아니다.
 

시리아의 아랍 연맹 복귀 가능성

혼란과 파괴로 얼룩진 시리아에서 이란과 튀르키예가 떠나지 않고 있다. 

시리아는 튀르키예와 관계 정상화의 조건으로 시리아에서 튀르키예 군대의 철수, 튀르키예의 테러 지원 중단, 즉 야권 세력에 대한 튀르키예의 지원을 중단하고 튀르키예 군 주둔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 달라고 주문했다. 튀르키예 입장에서는 이런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지만, 러시아와 이란은 튀르키예가 관계 정상화를 함으로써, 시리아의 조건들을 받아들일 유연한 상황으로 만들어갈 것이라고 보았다. 시리아와 튀르키예가 돌파구를 찾는 것은 시리아에 큰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정치적 해결에는 역부족이고 이란과 이스라엘의 개입을 차단시키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시리아는 아랍국가들과의 관계 회복에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아랍국가는 시리아와 조심스럽게 천천히 관계 회복을 하자고 하고, 일부는 처음에는 안보적 차원에서 협의를 시작하고 점차 정치적인 관계를 정상화하자고 제안한다. 또 일부는 시리아와 관계 정상화 준비가 돼 있다고 한다.

이처럼 아랍국가들 사이에서 시리아와의 관계 회복 ‘속도’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미 기차는 출발했지만, 종착역인 아랍연맹 회원국으로 시리아가 복귀하는 것에 대해 아랍국가들이 견해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것은 시리아가 아랍국가들과의 관계 개선을 가속화시키는 것이다.

2023년 3월,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아부다비를 공식 방문했고, UAE 외무부장관은 지난 몇 달 동안 다마스쿠스를 두 번 방문했다. 요르단과 이집트 외무부장관들도 11년 만에 처음으로 다마스쿠스를 방문했다. 마침내 4월 1일, 시리아 외무부장관은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카이로를 방문했다. 

그리고 사우디 외무부장관이 다마스쿠스에 대해 몇차례 긍정적인 말을 했고, 또 다마스쿠스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을 재개하겠다는 말도 있었다. 이러한 관계 발전 과정을 보면, 시리아가 5월에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인 아랍 정상회담에서 아랍 연맹으로 복귀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하지만 아직 풀어야 할 숙제들이 남아 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