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찬식 주파라과이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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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찬식 주파라과이대사
  • 임광수 재외기자
  • 승인 2023.03.15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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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찬식 주파라과이한국대사
윤찬식 주파라과이한국대사

1962년 6월 15일 한국과 파라과이 간 외교 관계 수립 이후, 총 15명의 대사를 거쳐 올해 1월 14일 새로 부임한 윤찬식 제16대 주파라과이대한민국대사를 방문해 일문일답 형식으로 인터뷰를 가졌다.  

Q. 파라과이에 부임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파라과이에 부임해 온 이후 그동안 느낀 인상과 소감이 어떠신지요?

윤찬식 대사(이하 윤) : 파라과이를 포함해 스위스, 우즈베키스탄 등 세계적으로 44개국이 내륙국가(land-locked)인데, 저로서는 첫 경험입니다.

한반도 지도를 위아래로 뒤집으면 파라과이 지도와 유사합니다. ‘남미의 심장’으로서 푸른 하늘과 녹색 자연, 그런 생태를 닮은 사람들의 선한 심성에 감염되고 있습니다. 

같은 내륙국가인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은 <100년보다 긴 하루> 소설로 유명한데, 제가 파라과이로 발령나자 지인이 로아 바스또스의 <사람의 아들>, 가브리엘 까사시아의 <남녀와 인형> 등 파라과이의 대표작품을 읽어볼 것을 권했습니다. 이 나라 삶과 희노애락 정서가 담긴 문학, 철학 서적을 찾아보려 합니다.

한편 글로벌 하늘길, 바닷길로의 출구가 제한된 역사적, 지정학적 요인과 환경이 느껴집니다. 대서양으로의 출구인 파라과이강, 파라나강은 수력댐, 전력공급, 물류 생명선, 경제적 젖줄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이웃국가들과 국제적 관리가 아주 중요할 것입니다. 

아프리카의 나일강, 동남아의 메콩강, 남미의 아마존강처럼 국제하천을 둘러싸고 접경국끼리 갈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약 500년 전, 즉 16세기 대항해 시대에 마젤란 등 유럽인들이 시작한 아시아-태평양 또는 인도태평양으로의 접근을 위해 21세기 현재 추진 중인 대륙횡단교통망(Bi-Oceanic 도로) 인프라 사업도 파라과이로서는 아주 절실하고 상징성이 커 보입니다. 

대서양 브라질 항구에서 출발해 파라과이-아르헨티나-칠레 태평양 항구를 연결하는 메가 프로젝트인데, 역시 국제적 물류 길목, 거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역동적인 국가발전 전략의 필요조건이 될 것입니다. 현상유지의 지정학이 ‘벽’이라면, 현상타파의 혁신은 ‘길’입니다.

Q. 파라과이에 부임하시기 전에는 주로 어떤 업무를 하셨는지요?

윤 : 스페인(유럽연합법 석사), 영국(국제인권법 석사), 미국(로스쿨 방문학자)에서 연수했고, 칠레, 멕시코, 시애틀, 아르헨티나 순으로 근무했으며, 주코스타리카대사(2018년-2021년)를 지냈습니다.

파라과이 오기 직전 한국에서는 팬데믹 기간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으로 파견 근무하며,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글로벌 바이오 인력양성 허브’ 유치, 백신 등을 통한 코로나19 공동 국제협력, 한국 의료기관의 글로벌 진출과 해외환자 유치, 보건의료 분야 개발협력 등을 지원했습니다. 

2022년 한국이 최초로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서울에서 개최한 ‘세계 바이오 서밋’,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회의 등이 생각납니다.

윤찬식 주파라과이한국대사(왼쪽)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파라과이 대통령궁에서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인사는 훌리오 아리올라 파라과이 외교장관
윤찬식 주파라과이한국대사(왼쪽)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파라과이 대통령궁에서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후 기념 촬영하고 있다. 오른쪽 인사는 훌리오 아리올라 파라과이 외교장관

Q. 부임해 오시기 전 파라과이에 대한 정보는 어느 정도 숙지를 하셨는지요?

윤 : 역사, 문화 등 파라과이 정보를 가능한대로 찾아보았고, 291개조에 달하는 파라과이 헌법도 읽어보았습니다. 한 사회를 관통하는 최상위 사회적 합의이자 가치규범이기 때문입니다. 

2014년에 최초로 수립돼 보완해 왔다는 파라과이 국가발전계획(PND)과 OECD 분석 보고서 등도 접했습니다. 

파라과이가 당면한 많은 도전 요소가 있지만, 안정적인 거시경제 운용과 3년 연속 중남미 경제환경지수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경제 관리역량이 돋보입니다.(Getulio Vargas 재단보고서).

파라과이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내륙국가-평화국가-지정학-농업국가-젊은국가-청정국가-쌍둥이 댐(Itaipu, Yacyreta)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한 국가를 현미경, 망원경으로 들여다보며 이해한다는 것은 끝없는 지적 항해와 현장 체험이 필요할 것이므로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입체적 노력을 할 생각입니다.

Q. 대사관과 한인회, 어떤 관계가 적절하다 보시는지요?

윤 : 마치 인간관계, 국제관계에서의 기본처럼 상호존중, 상호협력하는 관계라고 믿습니다. 즉,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순망치한’ 관계 같습니다. 

파라과이 사회 내에서는 소수민족이므로 다양성, 포용성, 개방성이라는 글로벌 가치를 염두에 두고 우리 한인회가 더욱 발전하도록 자주 머리를 맞대고 소통-공유-협업해 나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Q. 대사로서 양국 교류협력에 특별히 중점을 두시는 점이 있다면요?

윤 : 최근 인공지능 챗GPT에게 시험 삼아 물어보니 나름 견해를 제시해 흥미로웠습니다. 한-파라과이 양국은 1962년 외교 관계를 수립한 이래 작년에 환갑(수교 60주년)을 치렀습니다. 파라과이는 대한민국의 개발협력(ODA) 중점협력대상국이자 전략적 파트너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경험, 지식, 기술, 혁신을 공유하는 노력이 강화될 것입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공공행정, 보건, 교통, 지역개발 등 개발협력 분야를 더욱 확대하고, 우리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강력 지원하겠습니다. 파라과이 국가발전계획 사업, 대륙횡단교통망(Bi-Oceanic 도로) 등 인프라 현대화 사업 등을 지속 모니터하며 우리 기업 진출과 연결시키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파라과이 포함 메르코수르와의 무역협정 협상이 진행 중인데 잘 진전되도록 지원하고, 글로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시대에 맞춰 100% 청정 수력전력을 생산하고 있는 파라과이와 다면적인 녹색협력을 추진하겠습니다.

Q. 파라과이 한인동포사회에 대한 바람이 있으시다면요?

윤 : 역사적으로 약 25만명이 지나갔다는 남미 이민의 허브로서의 역할을 평가하고 또다시 도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2025년이면 우리 한인 파라과이 이주 60주년을 맞습니다. 

새로운 60년을 약속하고 발전시키는 분수령이 되도록 화합 단결하고 지혜를 모으면 좋겠고, 좋은 사업을 지속 발굴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새로 출범할 한국 동포청에도 이러한 상징성을 설명하며 많은 지원이 있도록 적극 협의하겠습니다.

오늘날 코리아는 60~70년대의 열악했던 한국이 아닙니다. 글로벌 한국인의 유전자는 역동성입니다. 블룸버그 혁신지수(1위), 개방정부(1위), 연구개발(2위), 바이오의약품 수출(2위), 특허출원(4위), 소프트 파워(Monocle 4위, ISSF 8위), 제조업 부가가치(5위), 국방력(6위), 수출(6위), Fortune 글로벌 500 기업(7위), 신용등급(일본보다 상위), 무역규모(9위), 유엔분담금(9위), 경제력(WB 및 UN, 10위)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이미 글로벌 중추국가입니다.

BTS나 넷플릭스 등에서의 영화, 드라마 등 K-컬처(culture) 현상은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동포사회가 고국의 이런 눈부신 발전과 이미지에 맞도록 자부심을 갖고, 21세기 글로벌 표준으로 더욱 발전해 나가길 응원하고자 합니다.

윤찬식 주파라과이한국대사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파라과이 대통령궁에서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 인사는 훌리오 아리올라 파라과이 외교장관
윤찬식 주파라과이한국대사(왼쪽)가 지난 3월 6일(현지시간) 파라과이 대통령궁에서 마리오 압도 베니테스 파라과이 대통령(가운데)에게 신임장을 제정한 후 환담을 나누고 있다. 오른쪽 인사는 훌리오 아리올라 파라과이 외교장관

Q. 앞으로 대사님의 활동이 기대되는데, 어떤 계획이 있으신지요?

윤 :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코이카, 무역관, 농업기술연구소(KOPIA), 임업진흥원(KOFPI), 한국교육원, 한국학교, 한글학교 등 공공기관, 그리고 우리 지상사들과 수시로 만나며 MOU 체결기관, 자매결연 지자체 및 대학교 등 가용한 우리 외교자산을 씨줄날줄로 엮고 총동원해 좋은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할 생각입니다. 

아울러 파라과이를 넘어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미주대륙에 있는 문화원 등 우리의 넓은 외교적 네트워크도 최대한 활용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 우리 대사관이 국유화돼 있지만 너무 노후됐는데, 오늘날 글로벌중추국가(GPS)로서 우리의 얼굴, 국격, 이미지에 걸맞도록 본국 정부에 지속 요청해 시설 정비와 환경 미화 개선작업을 할 생각입니다.

Q. 끝으로 한인사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요?

윤 : 첫째, 750만 재외동포사회 스스로도 80억 주민이 살고있는 별(지구)에서 눈부시게 빛나며 발전하게 되길 꿈꿉니다. 유대인, 인도계 사람들의 글로벌 약진처럼 끊임없는 기획-의지-노력을 쏟아부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류는 기회를 찾아 끊임없이 유동하며 섞이는 ‘이민자’이며 ‘이방인’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발 딛고 있는 사회를 먼저 사랑하며, 강한 자생력과 자존감으로 그 속에서 동반성장 하면 좋겠습니다. 특히 전문직들이 주류사회 요소요소에 진출하며 역동성을 리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양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겸비하는 건 ‘모순적’인 것 같지만 사실은 ‘보완적’입니다. 이 정체성의 핵심이 철학자 하이데거가 지적한 ‘존재의 집’으로서의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1.5세 이하 파라과이 동포들이 전 세계에서 한국어를 가장 잘 구사하고, 파라과이 자체가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고 있는 것은 매우 놀랍고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둘째, 저마다 생업이 있음에도 한인공동체와 파라과이 사회를 위해 시간을 쪼개어 봉사, 헌신하는 것은 어쩌면 재능기부이고 자기희생이기도 합니다. 우리 동포사회가 젊은 리더십, 즉 열심히 노력하는 한인회에 대해 무한한 응원과 신뢰의 박수를 보내주시길 기대합니다.

셋째, 기후위기, 인구절벽, 전염병, 인공지능의 인간지배 등 인류의 총체적 위기(polycrisis) 시대입니다. 100년 나아가 500년 등의 장기예측을 하면, 고국 대한민국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인해 엄청난 전환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우리의 집단지성으로 미래세대들을 위해 낙관적 변화를 물려주어야 할 테니 초연결시대에 우리 동포사회도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Q. 장시간 수고 많으셨습니다. 모쪼록 재임기간 동안 대사님께서 계획하시고 뜻하시는 모든 일이 잘 이루어져 보람과 성과가 있기를 바라며, 한인사회의 안녕은 물론 한파 양국 간의 우호관계가 더욱 확고히 다져지도록 힘써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윤찬식 대사 인적사항 및 경력사항

1. 성 명
o 윤찬식(1965년생)

2. 학력사항
o 2001년 영국 University of Essex 법과대학원 졸업(국제인권법 LLM)
o 2000년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교(Carlos III) 법과대학원 졸업(유럽연합법 LLM)
o 1998년 스페인 Eurocentre 및 Mangold 어학연수원 연수
o 1993년 인하대학교 영어영문학과 졸업
o 1985년 인천고등학교 졸업

3. 경력사항
o 2023년 1월 주 파라과이 공화국 특명전권대사
o 2022년 9월 글로벌보건안보구상(GHSA) 장관급회의 추진기획단 보건복지부 대표
o 2022년 7월 세계바이오서밋 개최 추진단 부단장
o 2022년 3월 한국국제의료협회(KIMA) 당연직 이사
o 2021년 12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 시도담당관(충남)
o 2021년 7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KOFIH) 비상근이사
o 2021년 7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 국제협력반장
o 2021년 7월 보건복지부 국제협력관
o 2018년 4월 주 코스타리카 공화국 특명전권대사
o 2016년 1월 주아르헨티나대사관 참사관, 공사참사관
o 2014년 12월 워싱턴대학교(UW) Law School 방문학자(국제인권법)
o 2012년 2월 주시애틀총영사관 영사
o 2011년 2월 외교통상부 중남미국 중미카리브과장
o 2009년 8월 외교통상부 중남미국 남미과 1등서기관
o 2009년 2월 외교통상부 재외동포영사국 재외국민보호과 1등서기관
o 2006년 주멕시코합중국대사관 1등서기관
o 2003년 주칠레대사관 2등서기관, 1등서기관
o 2002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다자통상국 통상정책기획과 근무
o 2001년 외교통상부(MOFAT) 중미과 근무
o 2000-01년 영국 연수
o 1998-00년 스페인 연수
o 1997년 외무부 중남미국 남미과 근무
o 1996년 외무부(MOFA) 외교안보연구원(IFANS) 근무
o 1996년 제30회 외무고시 합격
o 1986-89년 군복무(육군병장 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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