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진짜 타령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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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진짜 타령을 하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03.0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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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타령은 우리 전통 음악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제목입니다. 타령은 보통 신나는 음악, 즐거운 음악을 나타냅니다. 정악에서는 아예 ‘타령’이라는 제목도 있는데, 영산회상곡 중에서 여덟 번째 곡이 바로 ‘타령'입니다. 영산회상 중에서는 가장 빠른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가에서 무당이 노래와 춤으로 굿을 하는 것을 타령(妥靈)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타령의 기원이 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타령은 판소리에서 삽입곡을 의미하기도 하고, 민요에서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주로 사설에 더 집중된 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타령도 매우 많습니다. 방아타령, 새타령, 창부타령, 군밤타령, 각설이 타령 등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민요 제목 중에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보입니다. 좀 빠르고 신나는 노래에는 타령이라는 제목이 주로 붙어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타령을 들으면 신이 나고 어깨춤이 절로 나기도 합니다.

한편 우리말에서 ‘타령을 하다’라는 표현은 ‘어떤 사물에 대한 생각을 말이나 소리로 나타내 자꾸 되풀이 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술타령, 돈타령’ 등의 표현에서 알 수 있습니다. 자꾸 술을 달라고 하거나,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술타령, 돈타령이라고 한 겁니다. 아마도 타령이라는 노래가 자꾸 입에 붙어서 생긴 표현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신나고 즐거운 음악이 입에 자꾸 붙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삼국사기에 보면 ‘방아타령’이 나옵니다. 가난하였던 백결 선생이 명절에도 먹을 게 없는 가족을 위해서 거문고로 방아 찧는 소리를 닮은 방아타령을 만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즐거움과 슬픔이 어우러지는 묘한 감정의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방아타령에서 미루어 보자면 타령은 슬픔을 즐겁게 이겨내는 현실 치유의 효과가 있습니다. 방아타령을 듣고 배가 부르지는 않았겠지만 가족을 위해서 방아타령을 만들었다는 것이 눈물 나게 고마웠을 겁니다. 슬픈 현실이지만 즐겁고, 신나게 이겨나가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타령이라는 것은 이런 치유의 모습이 진짜 타령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악치유모임인 ‘짓패 · 희망세상’에서는 타령 중에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군밤타령의 가사를 바꾸어 치유의 타령을 만들었습니다. 후렴은 ‘얼싸 좋네. 아 좋네. 희망이여. 에헤라 다 좋은 세상.’으로 바꾸었습니다. 군밤타령에는 ‘바람이 분다, 봄이 왔네, 달도 밝다’가 각 장의 시작입니다. 어찌 보면 밝은 가사처럼 보이지만 양면을 보이는 가사이기도 합니다.

연평도에서 배를 타는 사람에게 바람은 위험한 바람이면서 고기를 많이 잡으면 기분 좋은 돈바람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따뜻한 봄은 좋은 것이지만 그 전에 겨울이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겁니다. 달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두운 밤이기에 밝은 달이 필요했던 겁니다. 고통스러운 세상에 대한 밝은 희망을 나타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짓패 · 희망세상’이 만든 치유의 타령인 ‘희망세상 노래(타령)’는 전체 공연 구성은 희망세상을 이끄는 고경자 선생님이 하셨지만, 가사를 바꾸는 것, 가사와 가락의 조화, 소품의 준비, 악기 연주, 공연의 흥 돋움에는 회원 모두가 참여하였습니다. 따라서 모두가 함께하는 치유의 타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희망세상 노래는 함께 계획하고, 함께 노래를 부르고, 함께 악기를 연주하며, 부르는 이도 듣는 이도 치유되는 진짜 타령입니다. <다 좋은 세상>을 꿈꾸는 <희망 타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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