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선비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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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선비이시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3.02.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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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선비는 예전에, 학식은 있으나 벼슬하지 않은 사람을 이르던 말입니다.(표준국어대사전) 선비가 되고 싶다든지, 선비로 살고 싶다든지 하는 마음도 이런 정의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선비는 배우는 사람이고, 욕심이 적은 사람이라는 이미지입니다. 한민족의 정신을 이야기할 때 선비정신을 들기도 하는 것은 선비가 한민족의 태도와 지향을 잘 나타내는 사람이기 때문일 겁니다.

선비는 순우리말인데, 어원을 살피기가 쉽지 않습니다. 몽골족에 속한다고 하는 ‘선비(鮮卑)’라는 민족이 있어서 연관성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와 언어적으로 관련이 있는 몽골의 민족명이기에 관계가 아예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부족명이 사람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선비와 선비족이 관련성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의 의미를 공유하기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선비에서 주목되는 부분은 ‘선’입니다.(서정범, 새국어어원사전) 선은 우리말에서 사람을 나타내는 다른 어휘와 연관성이 보입니다. 우선 연관을 지을 수 있는 말은 ‘산’입니다. 산은 중세국어에서 ‘丁’의 의미입니다, 장정(壯丁)의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산과 선은 모음교체에 의한 어사분화로 볼 수 있습니다. 선비가 남성을 의미하는 것도 의미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모음교체의 말을 하나 더 찾아보면 ‘손’도 있습니다. 손은 손님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쉽게 증명하기는 어렵지만 손이 부족하다는 말을 설명할 때 ‘손[手]’이 사람[人]의 의미로 확대되었다고 보는데 손 그 자체를 사람의 의미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요즘은 손님이라는 말로만 주로 쓰이지만 예전에는 손만 따로 쓰이는 예도 많았습니다. ‘저 손아 마저 잠들어 홀로 울게 하여라.’라는 이은상 선생의 성불사의 밤이라는 시가 생각이 납니다. 

한편 산은 사람을 나타내는 여러 어휘와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어휘는 사나이입니다. 이 말은 ‘산 + 아히’ 또는 ‘산 + 나히’로 분석합니다만 어떻게 나누더라도 산은 남습니다. 사나이와 사내도 관계가 있습니다. 사내는 뒤에 아이를 붙여 사내아이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산은 주로 남자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산, 선, 손’은 사람을 나타내는 어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단어의 폭을 넓혀보면 ‘사위’도 연관 지어 볼 수 있습니다. 남편을 나타내는 옛말에는 ‘샤옹’도 있었습니다. 시집의 ‘시’도 관련성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시를 한자로 시(媤)라고 쓰지만 남자라는 의미의 말이었음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한자말 중에는 그 기원이 북방민족인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우리말의 요소가 한자어로 들어가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선비에서는 모습이 많이 달라졌습니다만, 시옷으로 시작하는 사람 관련 어휘로는 ‘스승, 사돈’ 등도 있습니다. 사돈은 몽골어에서는 친척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물론 대표적인 우리말 어휘로 ‘사람’을 들 수 있습니다. 

선비와 관련된 어휘를 주로 시옷으로 시작하는 어휘 속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이것은 엄밀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연구의 스케치 정도로 볼 수 있습니다. 그림도 마찬가지지만 연구도 스케치가 중요합니다. 스케치를 다른 말로 가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밑그림이 제대로 안 되어 있으면 연구가 정밀하지 않습니다. 더 철저히 살펴야 할 겁니다.

‘선비’는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문화어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정신을 ‘선비 정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물질적인 욕심에서 멀고, 베움을 중요시 여기며,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조금은 답답해 보였겠지만, 이런 사람들이 우리 민족의 정신을 만들었습니다. 이 시대의 선비는 누구인가요? ‘그 분은 선비이시다!’라는 말은 멋진 칭찬입니다. 청렴하고 꼿꼿한 선비가 그리운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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