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신년사] 한국과 한인사회는 지속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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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신년사] 한국과 한인사회는 지속가능한가?
  • 이형모 발행인
  • 승인 2022.12.2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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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모 발행인

지구촌의 세 가지 재앙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 팬데믹은 인류에게 재앙이었다. 인간에게 함께 사는 공동체란 얼굴을 마주보고 웃고 떠들며 음식을 나누는 삶이다. 그것이 위험하니 비대면으로 살라고 해서 3년을 그렇게 살아도 코로나19는 인간 세상을 떠날 줄 모른다.

두 번째 재앙은 기후변화이다. 사막에 비가 내리고 곡창지대는 한발로 강과 호수가 말라붙는다. 세계 곳곳에서 비나 눈이 오면 홍수나 폭설이 되고, 비가 오지 않으면 한발로 농사는커녕 식수조차 구하기 어렵다.

세 번째 재앙은 금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이다. 우크라이나 강제 병합을 꿈꾸는 침략자 푸틴은 전황이 불리해지고 전쟁터에 보낼 군인조차 찾기 어려워지자 핵전쟁 위협을 들먹이고 있다. 유럽은 에너지 위기로 가장 추운 겨울을 지내야하고 제3세계국가들은 우크라이나 밀 공급이 중단되는 바람에 굶주리고 있다. 세계 각국은 인플레이션으로 광범위하고 심각한 경제 불황에 빠져들고 있다.
 

복잡한 동북아 국제정세

범지구적 재앙은 아니어도 미국, 중국의 패권다툼으로 아시아 태평양을 중심으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광범위한 ‘정세불안’이 조성되고 있고, 한국은 심각한 경제 불황 속에 미중 사이에서 단순명쾌한 선택이 어려운 미묘한 입장에 놓였다.

한반도 분단 상황에서 평화와 남북협력의 전제조건으로 ‘비핵화 합의’를 논의하던 시절은 멀리 가고, 북한은 핵탄두를 장착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개발했으니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고 연일 시위하고 있다. 미국의 핵우산이 한반도 평화를 보장한다는 신뢰는 흔들리고 있다. 안보를 위한 군비확충과 평화와 통일을 위한 남북대화나 협력은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다.
 

한국사회 내부의 위험요소를 극복하자

첫째, 저출산 인구절벽이다. "한국은 ‘0.81의 가장 낮은 출산율’로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선진국"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 받고 있다. 여러 해 동안 인구절벽 위기를 토론하고 역대 정부가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 붓고도 저출산 문제는 악화일로를 가고 있다. 대학 입학정원이 미달하고 십여 년이 지나면 많은 회사들이 신입직원을 구할 수 없게 될 것이고, 그때 한국인들은 ‘성공한 부자나라 대한민국을 물려받을 후손이 없다’는 것을 현실로 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지나간 50년 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선진국에 진입했다고 세계 각국으로부터 칭찬받았고, 한국인은 남북분단의 과제는 있지만 단군 이래의 경제적 성취에 한껏 자부심을 갖고 성공에 도취됐다. 그러나 성공에 안주한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를 이어갈 인재를 육성하는 ‘확대 재생산’을 잊었다. 

둘째, 내부 분열이다. 사회 각계 지도층이나 기득권 세력들은 한국사회의 내부 분열, 갈등 현상을 부추기거나 편승해서 ‘우물 안 경쟁’에서 이기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전방위 FTA개방국가이고 세계10위의 경제대국으로 한국의 실상이 낱낱이 국제사회에 노출되고 있는 현실을 망각한 행동이다. 인구절벽으로 한국사회의 위축과 점진적 소멸이 가시화되기 전이라도, ‘내부 분열과 갈등’은 국제사회에서 다양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초래하게 되고 국력 쇠잔을 앞당기게 된다. 

한국인은 위기에 강하다고 한다. 가난한 시절 ‘눈물로 씨를 뿌리며’ 자녀를 교육해 미래 시대를 준비했던 부모님들의 노고와 희생을 기억하자. 21세기는 지식이 자본이 되는 ‘지식사회’다. 지식사회는 인재로 승부한다. 오늘의 성공을 과시하는 고층빌딩과 과도한 사회 인프라에 투자하기보다, 내일의 한국을 계승하고 미래를 개척할 세대를 위한 인재 육성에 투자하자. 

비정규직 노동자의 자녀에게 학비가 없다거나 미혼모의 자녀에게 보육, 양육, 교육비가 없다는 말이 들려서야 ‘한국의 미래’는 없다. 젊은 남녀가 결혼해서 자녀를 낳으면, 보육, 양육, 교육비는 물론 주거비까지 ‘인구 감소로 소멸될’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모두 부담해야 한다. 지금은 위기의 시간이고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
 

750만 한인동포사회는 ‘한국어 공동체’
  
전 세계 193개국에 사는 750만 한인동포사회는 앞으로 확대될까? 축소될까?

미국의 한인사회 1세대들이 은퇴하고 2세들이 물려받은 한인회 임원들은 영어 사용이 자유롭고 편해서 이사회는 한국어로 진행하지만 개별토론은 영어로 하기도 한다. 2세, 3세들의 주류사회 진출도 활발하고, 주류사회와의 관계도 밀접해서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기도 한다. 
 
또 하나 앞으로 한인과 다민족 간의 결혼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한국어를 생활 언어로 사용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런데 다음 세대들이 한국어를 생활 언어로 사용하지 않고, ‘한국어 공동체’가 동포사회에서 줄어들면 결국 한인사회도 위축되고 소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각국의 주류 사회에 편입된 성공한 한인들은 현지 정체성이 강화되고, 한인 정체성은 약화되어 ‘조상에 대한 추억’으로 남게 된다. 

세계 각국 사람들이 한류문화를 즐기고 한국어를 말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한인동포 차세대들이 함께 한국어를 생활언어로 사용하면, 한국문화와 역사를 공유하는 '한국어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그것은 750만 동포사회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필수 조건이다. 동포 차세대들이 어느나라에 살든지 한국어를 생활 언어로 사용하게 하자. 그래서 한국문화와 역사를 자신의 정체성으로 갖게 하자. 효도와 홍익인간이 담긴 한인 정체성은 그들의 삶에 빛나는 보석 같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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