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나와 너와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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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나와 너와 누
  • 조현용 기자
  • 승인 2022.11.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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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말은 인칭대명사가 발달하지 않은 언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3인칭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그, 그녀 등은 원래 우리말에 있던 대명사가 아닙니다. 서양어를 번역하며 사용한 것이고, 그나마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말입니다. 그녀의 경우는 말의 구조조차 이상합니다. 그녀가 있으면, ‘그 남’도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런 말은 없습니다. 일본어에서 피(彼), 피녀(彼女)로 구분되고 있는 것에서 구조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3인칭에 해당하는 말은 제3자를 높일 때 사용하는 ‘당신’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표현하거나 선생님을 표현할 때 ‘당신께서’라고 표현합니다. 2인칭의 당신과는 다른 말입니다. 

1인칭과 2인칭이 있다고 해서 자주 쓰이는 것도 아닙니다. 이른바 생략이 많습니다. 제가 ‘이른바’라고 한 것은 서양어의 관점에서 보면 생략이지만 우리말의 입장에서 보면 없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없던 것이라고 생각하면 전혀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나와 너라는 말을 쓰는 것이 오히려 첨가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조사의 경우도 말할 때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 게 맞는지 고민이 됩니다. 우리말에서는 대명사보다는 명사나 고유명사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엄마를 ‘그녀는’이라고 하면 어색합니다. 아니 이상합니다. 외국인이 한국어를 배울 때 ‘엄마는 선생님입니다. 그녀는 수학을 가르칩니다.’라고 표현할 때가 있습니다. 그야말로 이상한 한국어가 되었습니다.

1인칭 대명사로는 ‘나’가 있습니다. 2인칭의 경우는 ‘너’입니다. 우리말의 대명사 나와 너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나와 너는 모음의 차이로 어사분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나와 너는 공통적이지만 조금 다른 것이 1인칭과 2인칭의 관계입니다. 나에는 ‘아’라는 모음이 있고, 너에는 ‘어’라는 모음이 있음도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말 속담에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우리말 모음의 어감에 대해서 아주 기가 막히게 설명한 속담입니다. 밝은 모음의 느낌과 어두운 모음의 느낌이 다르다는 설명이기도 하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비슷한 표현도 말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음을 이야기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의 대표적인 말이 나와 너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너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둘은 분명히 다릅니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말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다르다는 말과 ‘틀리다’는 말은 똑같은 말이 아닙니다. 하나가 맞고 하나가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즉 둘 다 맞지만 좀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이 속담의 매력은 다르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 나와 너는 1인칭과 2인칭을 나타내는 대명사이지만 서로 관계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서로 차이가 있음도 나타냅니다. 하나가 맞고 하나가 틀리는 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 인정해야 하는 사이인 것입니다. 다르다는 말을 한자어로 표현하면 특별하다는 의미로 이어집니다. 한자어 ‘별’이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부부유별이나 남녀유별에서 쓰는 말인데 본래의 의미는 특별하다는 뜻입니다. 

나와 너는 3인칭에서도 연결이 됩니다. 바로 ‘누’입니다. 모르는 사람을 가리킬 때 우리는 ‘누구, 누가’라는 표현을 씁니다. 이때 ‘누’는 3인칭의 대명사입니다. 나와 너 그리고 누는 모두 이어져 있습니다. 우리말 대명사가 보여주는 인간관계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어진 사람이고 서로에게 특별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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