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일본 교토한국교육원,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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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일본 교토한국교육원,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
  • 이용훈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장
  • 승인 2022.11.01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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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야마데라(石山寺), 미이데라(三井寺),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 등 고대 한일역사 발자취 탐방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백제계 양변스님이 창건한 이시야마데라 다보탑 앞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교토와 시가현은 과거 일본의 수도였던 천년 고도로서 당시 일본의 국가건설과 문화발전에 많은 한반도 도래인이 함께 참여했다. 

그러한 유적지를 중심으로 2021년의 시가현 히가시오우미시의 백제사와 석탑사에 이어, 2022년에는 滋賀県 石山寺, 三井寺, 新羅善神堂, 延暦寺 등을 탐방했으며, 이번 행사에는 교토부에 거주하는 재일동포 및 교토한국교육원 수강생 등 약 40명이 참가했다. 

첫 번째 탐방지인 이시야마데라(石山寺)는 747년 백제계 도래인 승려 양변(良弁, 로벤)이 개산한 진언종(眞言宗) 고찰로서, 본당이 거대한 규회석 암반 위에 세워졌다고 해 이시야마데라(石山寺)라고 불리워졌다. 

나라 도다이지의 [동대사요록(東大寺要錄)]에 의하면, 양변은 오우미국(近江國) 백제씨(百濟氏) 출신으로 도다이지(東大寺)에 신라의 심상 대덕을 초청해 화엄종을 도입했고, 도다이지의 비로자나 대불 제작에 필요한 금을 위해 현재의 자리에 여의관음상을 모신 것이 이시야마데라(石山寺)의 시초라고 한다.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오우미(시가현) 8경 중의 하나인 이시야마데라 석산추월을 설명하는 이용훈 원장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이시야마데라는 울창한 삼림과 아름다운 경관으로 오미팔경의 하나이며, 2층 다보탑(1194년)은 일본의 가장 오래된 목조탑이다. 1004년 무라사키 시키부(紫式部)가 이시야마데라의 경관에 영감을 받아 장편소설 “겐지모노가타리(源氏物語, 54권)를 집필한 장소로도 유명하다.

이시야마데라에서 미이데라로 가는 길목인 세타가와에는 가라하시(唐橋, 韓橋)라는 일본 최초의 다리가 놓여 있다. 동경특파원을 역임한 권태명의 [古代 日本文化, 2012]에 의하면, 가라하시는 약 1300년 전 백제 도래인이 건설했으며, 길이 260m로서 일본 3대 명교(名橋)의 하나이며, 다리로 통하는 길은 ‘일본의 길 100선’에 속한다. 

가라하시는 과거 중요한 전략적 교량으로서 교토지역과 오우미(시가현) 지역을 잇는 주요 통로였으며, 일본 전국시대부터 많은 전투와 상업 등이 이 다리를 통해 교역과 수송이 이뤄졌다. 그래서 고대 일본에서는 “가라하시(韓橋)를 제압하는 자가 일본 천하를 얻는다”는 말이 전해 오고 있다. 

오미 8경 중의 하나이기도 한 가라하시는 일본서기(日本書紀)에도 그 기록이 전해져오며, 원래 목조다리에서 昭和 54년(1979년)에 콘크리트로 개조됐으며, 메이지유신 이후 다리명이 韓橋에서 발음이 같은 唐橋로 바뀌었다고 전해진다.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신라계 도래인 엔친스님이 창건한 미이데라 인왕문 앞, 북동쪽에 신라명신을 모신 신라선신당을 세움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두 번째 탐방지인 미이데라(三井寺)는 원래 온조지(園城寺)로 미이데라가 있는 이곳 시가현 오츠시는 제38대 천지천황(天智天皇, 626-672)이 오오츠궁(大津宮)을 세우고 아스카에서 666년 천도를 한 곳으로 유명하다. 

미이데라는 영험한 샘으로, 그 물은 불전에 공양드리는 물로 사용됐으나 천지(天智), 천무(天武), 지통(持統)의 세 천황이 태어났을 때 이 샘물로 목욕을 한 후 “三井寺”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미이데라는 신라계 도래인 지증대사 엔친(円珍, 814-891)이 858년 당나라 유학을 다녀온 뒤, 859년에 온조지를 맡아 신라명신을 모신 新羅善神堂을 세우면서 부흥하게 된다. 일본의 설화문학서인 금석물어집(今昔物語集)에 의하면 신라계 홍법대사 구카이(空海, 774-835)의 조카딸인 엔친의 어머니는 아침 해가 들어오는 태몽을 꾸고 엔친을 낳았다고 하며, 엔친은 14세에 엔랴쿠지에 입산, 19살 때 수계를 받고, 868년 천태종 5대 좌주가 된다.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미이데라(삼정사)의 기원이 된 일본의 세 천황이 태어났을 때 목욕물로 사용한 이카이야 샘물 앞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미이데라의 북동쪽에 위치한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은 860년에 엔친이 세운 사원으로, 제신(祭神)으로 신라명신(新羅明神)을 모시고 있다. 

미이데라의 역사서인 [三井寺縁起], [園城寺龍花會綠記]에 의하면, 당나라에서 유학을 마친 엔친이 바다를 통해 귀국하던 중 꿈속에서 백발노인이 나타나 “나는 신라국의 명신이다. 그대가 당나라에서 배운 불법을 영원히 지켜줄 것이다”고 해서 돌아와 신라선신당(新羅善神堂)을 세우고 신라명신을 직접 새겨 모셨다고 한다. 

가마쿠라막부의 창시자 미나모토노 요리요시(源賴義)의 셋째 아들인 요시미쓰(源義光)가 이곳에서 성인식을 하고 신라사부로 요시미쓰(新羅三郎義光)로 개칭 후 신라명신은 전국으로 전파됐으며, 立命館大学 今井啓一(1905-1975) 교수는 [歸化人と社寺]라는 저서에서 “신라선신당의 본존인 신라명신의 신상(神像)은...일본 개국신인 스사노오미코토(素盞烏尊)다.”라고 했다.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 엔랴쿠지를 창건한 신라계 전교대사 사이초 스님의 동상 앞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세 번째 탐방지인 엔랴쿠지(延曆寺)는 일본 불교의 성지라 불리는 히에이잔(比叡山)에 위치해 있다. 히에이잔 일대는 고대 한반도 도래인들이 집촌을 이루고 살았으며, 1994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천태종의 본산인 엔랴쿠지는 신라인 후손인 전교대사 사이초(最澄, 766~822)가 창건한 사찰로, 크게 도토(東塔), 사이토(西塔), 요카와(橫川)의 세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전국시대인 1571년에 오다 노부나가에 의해 엔랴쿠지(延曆寺) 전체가 화재로 소실됐다가 현재는 다시 복구됐다. 

역사학자 홍윤기(洪潤基) 교수에 의하면, 사이초는 히에이잔 동쪽 사카모토(坂本)의 신라계 오토모(大友) 가문 ‘미쓰노오비토 모모에(三津首百枝)’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그곳의 쇼겐지(生源寺)가 그의 생가이다.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일본 교토한국교육원은 10월 29일 교토 주변의 고대 한일 역사유적 탐방을 교토부 내 한인동포 및 한국어 수강생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엔랴쿠지의 한반도 도래계 고승들(전교, 자각, 지증대사)의 당나라 유학을 도와준 신라 장보고 장군 기념비(엔랴쿠지 본당 위) (사진 교토한국교육원)

특히 사이초의 후계자인 천태종 3대 좌주 慈覺大師 엔닌은 당나라 유학 후 도움을 받은 신라 장보고 장군과 신라명신을 기리기 위해 요카와(橫川)에 적산궁(赤山宮)을 세우고 신라명신(新羅明新)을 모셨으며, 2001년에는 한일합작으로 도토(東塔)에 신라 장보고 장군 기념비를 세웠다. 엔닌과 장보고와의 관계는 교토국립박물관에 소장된 入唐求法巡禮行記(4권)에 자세히 나와 있다. 

위에 언급한 한반도 도래계 고승들인 행기(行基), 양변(良弁), 사이초(最澄), 엔닌(円仁), 엔친(円珍) 등의 업적에 대해서는 도쿄대학 이노우에미쓰사다(井上光貞) 교수의 [王仁の後裔氏族と其の佛敎]에서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고대의 가까웠던 한일 간의 역사를 이해함으로써 현재의 한일 간의 갈등을 치유할 뿐만 아니라 조화로운 미래의 한일관계를 형성하고자 기획했다. 교토한국교육원은 앞으로도 이러한 한일역사유적 탐방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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