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높임법과 존경 또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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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높임법과 존경 또는 사랑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2.10.0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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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우리말에는 높임법이 발달하였습니다. 높임법 중에서도 듣는 상대가 누군지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상대 높임법이 발달하였습니다. 전 세계 언어 중에 상대 높임이 발달한 언어는 거의 없습니다. 주로 한국어와 일본어,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자바어에 상대 높임이 발달하였다고 합니다.

발달하였다는 말에서 우리는 좋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만, 발달하였다는 말은 복잡하다는 뜻도 됩니다. 당연히 복잡하니까 배우기도 어렵고 실수도 많습니다. 외국인이 제일 많이 틀리는 것도 높임법이고, 심지어 한국인도 많이 틀립니다. 제가 보기에도 우리 높임법은 정말 복잡합니다. 그 중에서도 압존법의 경우는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사용하면서도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존재하는 높임법이기에 그러려니 하면서 저도 잘 지키려 노력합니다. 반대로 잘 안 지키는 사람을 보면서 화가 나기도 하죠. 그러고 보니 높임법이 세상 싸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네요. ‘왜 반말이냐?’는 말 다음에 주먹다짐이 오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어쩌면 높임말보다 어려운 게 반말일 수 있겠습니다.

저에게 늘 가르침을 주시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높임법에서 불편할 때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와는 반대되는 불편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상대에 따라 높임의 등급이 달라져야 하는데, 선생님께서는 그냥 높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제자들에게도 늘 존댓말을 하시고 아랫사람을 가리킬 때도 함부로 말씀하는 법이 없습니다. 물론 저에게도 늘 존대를 하십니다. 편하게 말씀해 달라고 부탁을 드려도 변함이 없으십니다.

오랜 기간 동안 어색했습니다만 선생님이 편하다고 하시니 그냥 따를 수밖에요. 다른 사람에 대한 지칭에도 늘 높임이 한가득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어린아이도 하늘처럼 여긴다는 종교에서 어린아이에게도 머리 숙여 인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그 진실한 마음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음만으로 인사하는 것이 아닌 몸마저 인사한다는 느낌입니다. 

저는 인사도 수행이라는 말이 떠올랐습니다. 높임법도 수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억지로 하는 수행이 아니라 몸과 마음에서 배어 나오는 삶의 모습입니다. 높임법이 종종 차별의 도구로 쓰인다는 생각입니다. 어쩌면 그래서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났을 겁니다. ‘니가 감히 나에게’라는 마음은 언제나 오만합니다. 나도 감히 그에게 말을 함부로 하였을 겁니다.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현란하게 바뀌는 나의 높임법을 스스로 칭찬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상대에 따라 계산하고, 거리를 재면서 높임의 등급을 나누고 있었을 겁니다. 아주 높임의 대상인지, 예사 높임의 대상인지, 아주 낮춤의 대상인지, 예사낮춤의 대상인지 마음속의 계산기는 빠르게 돌아갑니다.

함부로 누군가를 재고, 낮춤으로 이야기하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이 아닐 겁니다. 여태까지는 높임말을 하면서 그 생각은 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살았던 듯합니다. 마음을 챙기지 못한 겁니다. 우리말의 높임법은 근본적으로 상대에 대한 존경을 바탕으로 합니다.

존경은 상대를 하늘처럼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가능한 한 높임법을 널리 사용하는 게 좋겠습니다. 굳이 구별하지 않고 서로 높여가며 즐겁게 살면 좋겠습니다. 그게 우리말 높임법을 제대로 사용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득 높임법이 사랑이라는 생각에 웃음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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