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동포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논의…제125차 재외동포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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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논의…제125차 재외동포포럼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2.10.0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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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재외동포의 이름 찾기

이름은 호칭을 넘어 관계성과 정체성을 반영한다. 전 세계 193개국에 살고 있는 재외동포들은 자신들이 무엇으로 불려지길 원할까. 동포, 한인, 교포, 교민, 재외국민, 한인 디아스포라, 한민족, 조선인, 코리안, 고려인(카레이츠키)...

재외동포들은 많은 용어들 중에서 ‘동포’와 ‘한인’이라는 명칭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동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외동포연구원(원장 임채완)이 최근 미주한인 등 재외동포 1,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가장 바람직한 재외동포 명칭’으로 42.8%가 ‘동포’를, 이어 26.9%가 ‘한인’을 꼽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동포’라는 단어에 대해 ‘같은 나라 또는 같은 민족의 사람을 다정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정감을 담은 호칭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재외동포에 대한 호칭이 혼재돼 쓰이는 가운데, 일상적 학문적으로 ‘재외동포에 대해 어떤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를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재외동포포럼(이사장 조롱제)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제125차 포럼으로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발표자로 나선 임채완 전남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는 “1948년 정부수립과 함께 정부조직법에 ‘교민’이란 용어가 처음 등장했고, 1961년 외교부에 교민과가 생긴 이래 1974년 영사교민국, 1998년 재외국민영사국, 2005년 재외동포영사국으로 명칭이 변했고, 2007년 ‘세계한인의날’(10월5일) 공식행사에서 보듯이 재외동포 관련 명칭은 계속 바뀌어왔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재외동포의 명칭은 정체성, 역사성, 포용성, 함의성, 지속성, 목표성 등을 포괄해야 하는데 현재 정부, 학계, 언론, 시민사회단체 등이 사용하는 용어는 수십 가지가 돼 너무나 혼란스럽다”며 “최소한 한국과 재외동포들이 합의할 수 있는 용어 정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재외동포, 호칭의 정립이 필요한 이유

일본과 중국은 해외 거주하는 자국민을 교포라고 부른다. 우리도 한때는 이 용어를 많이 사용했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미국 등 해외 한인사회에서는 ‘교포’ 보다는 ‘동포’ 또는 ‘한인’이라는 표현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로 ‘한인’이라고 표현한다. 유래는 1910년 도산 안창호 선생이 샌프란시스코에 세운 ‘대한인국민회’로 인해 미국 거주 한국인들이 스스로를 ‘한인’이라고 부르게 됐다. 

정작 한국에선 동포, 한인, 교포, 교민, 조선족, 고려인, 재외국민 등의 명칭이 혼용되면서 용어의 통일성과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많은 불편이 초래되고 있다.

일본에서도 재일동포, 재일한국인, 재일조선인, 재일교포 등 호칭사용이 대단히 혼란스럽다. 중국에서는 조선족, 중국동포, 러시아 CIS에서는 고려인, 카레이츠라는 명칭이 쓰인다.

임채완 교수는 ‘재외동포의 명칭 분석’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재외동포의 명칭이 이처럼 다양하고 혼란스럽게 된 배경에 대해 망국과 전쟁, 혁명 등 한반도의 빈번한 체제변동과 정치사회적 변화를 지목했다.

일각에서는 한국계 재외동포를 ‘코리안 디아스포라’라고 지칭하기도 하는데 “현대적 의미의 디아스포라는 같은 민족적인 기원을 지닌 사람들이 여러나라에 흩어져 살거나 동일한 신념체계를 지닌 사람들을 지칭하는 광범위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고 임 교수는 설명했다. 국제이주, 망명,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국적유무, 출신지역, 분야별 용어 등을 아우르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는 ‘동포’라고 할 수 있으며, 여기에 한국 밖에 나가 있는 공간적 개념을 추가해 ‘재외동포’라는 용어가 가장 보편적 용어로 지칭되고 있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한국은 물론 해외 한인 커뮤니티와 학계를 중심으로 재외동포를 둘러싼 공식적이고 법률적 학술적으로 보편화가 가능한 포괄적 명칭의 정립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동포, 한인, 그리고 ‘세계 한인’

토론자로 참여한 윤인진 고려대 교수는 “전체 동포를 동포라고 부른다면 국가별로 동포를 지칭할 때 그 앞에 국가명이 들어가야 한다. 명칭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재미동포, 재일동포, 재중동포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현재로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명칭은 공공재로서 부르는 사람과 불리는 사람 간의 관계를 반영한다. 양쪽이 기꺼이 수용하면서 동시에 상호 간에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할 수 있는 의미를 담아내는 명칭을 찾아내고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해결 방법으로 동포 또는 한인보다 ‘세계 한인’이 적합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동포라는 정서적 유대감을 가지면서 학술적인 엄밀함과 일반적 대중성을 가진 명칭을 선정해 일관되게 사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바람직한 동포 명칭을 선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구성하고 충분한 숙의와 협의를 거쳐 앞으로 우리가 사용할 동포 명칭을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를 권고한다”고 제언했다.

또 다른 토론자로 참여한 임영언 재외한인학회 회장은 “동포라는 용어는 같은 혈통을 이어받은 사람들을 형제자매처럼 아우르는 호칭”이라며 “임채완 교수는 발제문에서 유대인, 인교, 화교, 화인 등은 고유의 종족성을 내포하고 있어 그 지칭 대상이 분명하다고 주장하면서, 한국도 재외 동포와 재외 한인에서 ‘재외’라는 단어를 제거하고, 앞으로 동포(Dongpo) 또는 한인(Hanin)의 명칭을 사용하고, 나아가 고유의 종족성을 드러낼 수 있는 호칭으로 재외 한인(Overaeas Korean) 또는 ‘한인’을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조선인, 조선족, 고려인, 한인 혹은 한국계 등 혈통, 국적, 종족성을 포괄하는 용어로서 이미 언어의 사회성을 획득한 ‘재외동포’ 대신 ‘재외한인’ 또는 ‘한인’이라는 용어가 정착할 수 있을지 기대해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한인회 등록제’가 나온 배경

이형모 재외동포신문 대표는 개회사에서 “193개국에 나가 사는 한인들은 결국 남의 나라에 살면서 고달픈 삶을 영위하는 만큼 한인공동체를 만들어 한인끼리 뭉쳐야 하는 절실한 필요가 있고 그래서 한인회가 중요하다”며 “그럼에도 크고 작은 많은 한인회에서 분열과 갈등이 불거지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은 과거 원조받는 나라에서 원조하는 국가로 성장했고 이와 함께 공공외교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한인회는 분열 갈등이 없는 성숙한 운영으로 동포사회 내부와 차세대 후손들에게 신뢰받아야 하고, 거주국 국민들에게도 신뢰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재외동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재외동포 수는 193개국에 약 732만명에 달한다. 코리안넷에 등록된 한인회 수는 463개이지만, 아직 등록하지 않은 한인회까지 합하면 재외동포가 거주하는 국가의 주요 지역에는 한인회가 거의 다 구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한인회 등록제는 2016년 초 당시 조규형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의 제안으로 동포사회에서 논의가 되다가 일부 한인회들의 반대로 중도하차한 적이 있다.

김성곤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동포재단이나 정부가 지원금을 교부할 때 공신력 있는 단체에 줘야 하고 또 국민세금이 나가는 만큼 최소한의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는 필요성에서 당시 ‘등록제’가 제기됐다”고 말했다.

한인회 등록제 설문 조사와 토론

토론회의 두 번째 주제는 ‘한인회 등록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로 주동완 코리아 리서치 센터 대표(뉴욕)와 김용필 동포세계신문 대표(서울)가 재미동포와 재미동포 이외지역을 나누어 설문 조사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김용필 대표가 종합해 발제문을 집필하고 발표했다.

재외동포신문, 재외동포연구원, 코리안리서치센터, 동포세계신문이 미주한인 등 재외한인 1,14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146명의 답변을 들었다. 미주한인 이외지역은 코리안넷 등록 한인회 396곳과 동포 관련 커뮤니티에 공지해 46명의 답변을 들었다. 

설문 조사에서, ‘한인회가 한인사회를 대표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미주한인이 60%, 이외지역은 73.9%가 “대표성 있다”고 응답했다.

‘한인회가 동포사회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미주한인 55.5%, 이외 지역 65.2%가 “그렇다”고 답했다.

지역 한인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지역거주 한인의 무관심과 참여부족(43.1%) ▲지도자의 부족(26.4%) ▲운영자금의 부족(19.4%) ▲임원간의 갈등과 다툼(11.1%) 순으로 조사됐다.

한인회 등록제에 대해선 미주한인 72%, 이외 지역 84.8%가 “한인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이어 ‘한인회등록제가 한인회 난립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미주지역 61.7%, 이외지역 73.9%가 “예방할 수 있다”고 답하는 등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재외동포들은 한인회 활동 유경험자가 많았다. 이중 한 응답자는 “한인회가 동포사회의 상징적 구심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나 대표성을 가지고 한인회장으로서 바람직하게 활동하는 분도 있고 동포사회에 누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등록제에 대해 정부의 간섭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한 재외동포는 “등록제를 통해 한인회에 한국정부가 지나치게 간섭하는 시스템은 좋지 않다”며 한인회의 자율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재외동포의 명칭과 한인회 등록제 정책토론회’가 지난 9월 30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한인회 등록제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

김점배 아프리카중동한인회총연합회 회장은 “한인회 규모가 작고 활동이 미흡한 지역을 위해서 공관의 관심과 지원 필요하다. 공관과 한인단체의 소통이 절실하게 요청된다”고 말했다. 

폴 송 미주한인회총연합회 총괄수석부회장은 “미주총연에는 산하 180개 한인회가 있고 성격과 활동이 다양하다. 각 지역 한인회는 지역 정치권과 밀접하게 소통된다. 한인회는 현지 동포사회를 위해 존재하는 단체인데, 한국정부가 통제해도 분규와 갈등은 계속되고 한인회 위상만 낮아진다”면서 “미주총연은 자체적으로 지역 한인회에게 정관, 이사회, 세금, 선거 그리고 비영리단체 등록 등의 구비조건을 요구하고 있으며, 분열, 갈등을 조정하는 내부 역량을 가지고 있다. 현재의 미주총연은 대다수의 현직 한인회장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폴 송 부회장은 “한인회 등록제는 한인회 분규와 갈등을 예방하기 위한 통제 수단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한인회 등록제의 장점을 살려 시행하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한인회가 분열상황이라고 무조건 ‘분규단체 지정’을 하지 말고 진행과정을 지켜보고 다수가 지지하는 단체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성모 아시아한상연합회 부회장은 “동남아시아는 사단법인 등록이 쉽지 않다. 사단법인이 되면 기부, 통장 개설, 투명 경영을 할 수 있다”며 “한인회 등록제를 관치나 인허가 관점이 아니라 각국 한인사회 활성화와 지원을 위한 인증제도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한인회의 분열, 갈등에 대해서는 연합회에 조정위원회를 운영해 해결할 내부 역량이 있다”고 했다.

정현재 대양주한인회총연합회 부회장은 “대륙별 총연합회나 지역연합회는 한인회장 ‘개인’이 아닌 ‘단체’가 회원이어야 한다. 그리고 현직 회장이 투표권을 행사해야 한다. 한인회와 한글학교를 비롯한 한인단체는 계속성이 중요하다. 선거는 정관이나 시스템이 중요하지만 경선으로 선거를 치르면 후유증으로 갈등, 분열을 겪는다. 갈등, 분열의 예방과 치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다”라고 말했다.

한인회장을 맡은지 9개월된 ‘새내기 한인회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김영훈 튀르키예한인회 회장은 “회원이 많고 조직이 크면 분열이 일어나기 쉽다. 갈등 문제는 정관에 따른 운영으로 예방하고, 원로들의 조정과 도움을 받아 해결할 수 있다. 같은 지역에서 복수의 한인회나 다양한 단체들이 활동하는 것도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따로 또 같이, 필요한 경우에는 연대 협력하면 된다”는 생각을 밝혔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한인회 등록제가 한인회 난립과 갈등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응답이 미주지역 61.7%, 이외지역 73.9%인 것과 달리, 한인회장 토론자들은 한인회 분열과 갈등을 예방하고 통제하는 목적보다 한인회 발전을 지원하는 측면으로 한인회 등록제가 설계되고 운영되기를 희망했다. 

분열과 갈등은 연합회 내부의 ‘조정위원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한인회 등록제는 필요하지만, 관치나 관리, 통제의 위험 요소를 줄이고 지원 요소를 강화하면 수용하기 쉽다는 것이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보면 현직 한인회장이 연합회장을 선출하고 간결한 정관을 엄격하게 운영해 분열, 갈등의 가능성을 줄이는 노력이 긴요하다. 한인회장들과 재외동포재단이 함께 ‘위원회’를 구성해 한인회 등록제 제도를 만드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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