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제안] 이중국적 논란에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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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제안] 이중국적 논란에 문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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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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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장관 문제로 일고 있는 재외동포의 이중국적 시비 문제가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재외동포신문이 이 문제를 피해나갈 수는 없겠지요. 지금 한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의의 구조가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미 재외동포법을 통해서 이중국적이 상당부분 실현됐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요. 재외동포 전문가들 그리고 재외동포 자신들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네요. 논의를 기다립니다. 다음 글은 주요언론에 게재된 기사들로 재외동포재단 자료실에서 모아놓은 것을 다시 퍼온 것입니다. 자료실 주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research.hanminjok.net


<포럼>이중국적 어떻게 볼것인가-찬성


이중국적 문제는 이제 개각 때마다 의례적인 사회적 이슈가 되다시피했다. 그리고 참여정부 첫 내각의 정보통신부 장관 아들의 병역 면제와 관련, 같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고위 공직자의 자제라면 이중국적만으로도 문제가 되는데, 진대제 장관의 아들은 이중국적으로 병역을 면제받고 국적을 포기했다”는 것에 문제 제기가 집중되는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자료가 부족하여 진 장관 아들의 경우에 대해 시비를 가리는 것은 유보한다.
그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병역의무 회피, 특례입학 등 국내에서 누릴 수 있는 혜택을 노리고 기형적인 원정출산 등으로 이중국적을 취득한다는 데 대해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이중국적자들에 대해 국민이 분노하게 된 근본 원인은 장차 양국에서 실리만 취하고 국민으로서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은 편법을 사용했다는 데 있었던 것이다. 그러한 탈법을 위한 의도된 목적으로 이중국적을 하나의 편리한 법적수단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앞으로 21세기 국제화·글로벌화 시대를 맞아 이중국적 문제가 현실화한 우리 나라의 장래를 위해서도 부정적 면모만을 비판하기보다는 이와 관련한 긍정적인 검토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이다.
우리 나라는 역사적으로는 물론 지금도 해외 곳곳에 수많은 우수한 동포가 살고 있다. 앞으로도 그 기회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정부는 이들이 하루속히 현지에 정착, 주류사회에 당당히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 주어야 한다.
또한 그들의 역량을 통하여 선진국의 지식과 정보를 빨리 우리의 것으로 흡수하고 우수한 인력의 국내 유치는 물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첨병이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조직화된 힘이 곧 우리의 국제경쟁력으로 직결될 수 있는 정책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풍부한 인적자원 외에 달리 특별한 자원이 없는 우리의 실정을 감안하면 그 방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이스라엘, 멕시코와 같은 국가에서도 이중국적을 허용함으로써 이들 나라의 국민들이 미국 등 선진국에서 정치·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성공적으로 정착, 국제사회에서 계량화할 수 없는 국가적 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우리도 한국 국적을 차마 포기하지 못하고 타국에서 살다가 불이익을 당하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이중국적의 전면적인 인정에 대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 작년에 멕시코에 살고 있는 한인 상인 수십명이 멕시코 수사기관으로부터 표적수사를 당하여 감금 및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재산압류를 당하는 등 억울한 일을 겪은 것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제 공직자의 자제는 이중국적자여서는 안 된다든지, 국적을 포기했다는 이유로 분노하지 말자. 우리는 법상 누구든지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있는 자유와 해외에 이주하여 행복을 추구하며 살 권리를 가지고 있다. 다만 병역기피 등 불법적인 목적으로 국적 포기를 수단으로 삼는 사람에 대해선 이에 상응한 불이익을 주거나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지면 국민이 이에 대해 차별감과 상실감을 가지지 않을 것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병역의무 이행과 관련, 공익근무제, 병역특례제도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 병역의무 대상자를 적소에 배치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중국적자 가운데 병역의무자들의 활용 방안의 하나로 재외공관 등 해외 주재 한국 정부 기관이나 그 산하 기관, 무역협회 해외지부 등에서 일정 기간 공익요원으로 봉사하게 하는 제도도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한국 정부에서 막대한 비용을 지출해 가며 파견나가 있는 사람들보다 언어장벽이 없고 현지 정보에 밝기 때문에 잘만 활용한다면 병역의무자들로 하여금 모국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일체감을 조성하고 앞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도 있으며 국가적으로도 생산적이지 않겠는가.
차제에 이중국적 문제가 악의적·정략적으로 치부되어 국론 분열의 요인으로만 흐르지 않고 국제화 시대에 우리의 역량을 세계에 발휘하는 기회로 선용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국 변호사
중앙대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17기
외국인 노동자 법률상담위원 [문화일보] 2003-03-07 () 06면 2022자

[횡설수설]정진홍/이중국적 이중잣대

포르투갈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 많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나라들은 한결같이 이중국적을 허용했다. 식민지들이 독립한 후에도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그런가 하면 대만은 화교를 보호하기 위해, 멕시코는 미국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실익을 위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 역시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유대인의 경제력을 활용하기 위해 이중국적을 용인하고 있다. 이처럼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모두 47개국쯤 된다.
▷우리나라는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속지주의가 인정되는 외국으로 유학을 가거나 상사 주재원으로 있으면서 아이를 낳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중국적을 취득한 것 자체가 시비의 대상이 되긴 어렵다. 문제는 이중국적이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은 누리면서 결정적인 시기에 의무는 피하는 이른바 ‘얌체짓’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병역이다. 18세 이전에 미국 국적을 취득한 남자의 경우 미국과 한국 국적을 함께 갖고 있다가 만 18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 전에 한국 국적을 포기하면 자연히 군에 갈 의무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중국적자들은 정기적으로 주한 대사관으로부터 전쟁시 대피요령을 담은 우편물을 받는다고 한다. 전쟁 상황에서도 우선적으로 신변안전을 보장받는다는 이야기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에 진학할 경우 입학은 물론 학자금 대출, 등록금, 장학금 등 모든 면에서 미국인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다. 거꾸로 재외국민 특별전형으로 남들보다 쉽게 한국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다. 이러니 수천만원이 소요되는 ‘원정출산’을 해서라도 자녀에게 이중국적을 주겠다는 사람들이 계속 나오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
▷개각 때마다 ‘이중국적’ 시비는 단골메뉴가 되었다. YS정권 때는 첫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박희태 현 한나라당 총재권한대행이 딸의 이중국적 문제로 1주일 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DJ정권에서도 송자 교육부총리, 장상 총리후보자 등이 이중국적 문제로 곤욕을 치르고 자리를 물러나거나 청문회에서의 인준을 받지 못했다. 이번에는 새 정부의 첫 조각에서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이 도마에 올랐다. 아들의 한국국적 포기에 따른 병역기피 의혹과 십 수년 동안 가족이 한국에 살면서도 서류상으로는 외국에 체류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는, 믿기지 않는 사실 때문이다. 하지만 대통령과 청와대는 숙고(?) 끝에 진 장관을 감쌌다. ‘이중국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이중잣대’임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정진홍 객원 논설위원·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atombit@netian.com


[동아일보] 2003-03-10 () 06면 1239자


[중앙일보] 2003-03-13 () A08면 3178자
[이중국적 이젠 바로 볼 때다] 上. 해외 유학·근무가 '족쇄'로
이중국적-.요즘 세상에 흔히 있을 수 있는 해외 장기 체류의 부산물인가,병역의무 등을 피하기 위한 고의적 도피구인가. 기업이든 정부든 필요한 인재라면 허물로 삼지 말아야 할 문제인가,철저히 검증해야할 조건인가.
고위 공직자 임명 철만 되면 어김 없이 2중국적 문제가 불거져 나오곤 한다.여론이 갈리고 정부 조직이 휘청댄다.해외,특히 미국을 오가는 한국인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2중국적 문제도 앞으로 더욱 더 늘어나게 되어 있다.
2중국적 문제는 왜 생기고,우리 사회나 당사자는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풀어가야 할지 모색해본다.
지난달 하순, 대통령직 인수위 사무실.
대략 5배수로 좁혀진 새 정부 장관 후보를 검증하던 인수위 관계자들은 뜻밖의 벽에 부닥쳤다. '국적' 문제였다.
˝추천된 사람 중 본인이나 자녀의 국적 문제가 걸린 경우가 상당수 있었다. 대부분 학자들이었다. 장기 해외 유학 중 낳은 자녀들이 이중국적을 갖게 된 경우가 많았다.
고의적이라고 보이는 경우는 우리가 인선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본인 스스로 자녀 국적 문제를 들어 처음부터 고사한 경우도 있다.˝
당시 인수위에서 인선 작업에 참여했던 이호철 청와대 민정1비서관의 말이다.
이중국적 문제는 이처럼 이미 국가적 고민거리가 됐다. 국경없는 경쟁 시대에 유능한 적임자라면 본인이나 자녀의 이중국적을 큰 문제로 삼지 않을 수 있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장남 국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특별히 악의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해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고 했던 것이 그런 입장이다.
그러나 盧대통령의 이같은 전향적 생각도 아직은 국민정서의 높은 벽에 부닥쳐 있다. 본인이든 자식이든 이중국적자라면 공직자로는 무조건 안된다는 것이다.
˝국민정서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중국적 문제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정부가 이를 어떻게 다루려하는 것인지 잘 모르고 있다. 정확히 알고 나면 국민정서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을 터인데….˝
인수위에서 일했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자는 것이 아니다˝ 고 강조한다.
˝아직도 많은 찬반 토론이, 예컨대 '이중국적 허용 여부'라는 식으로 벌어지고 있는데 그처럼 잘못된 토론이 없다. 제대로 된 토론이 되려면 '살다보니 본인이나 자녀가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 이들을 배척할 것인가 아닌가'가 돼야 한다.˝
한국만이 아니라 전세계 대부분의 나라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다만 몇개의 예외가 있을 뿐이다.
인도는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미국.영국 등 7개국의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중국적을 인정한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국가를 세우면서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유대인을 결속하기 위해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중국과 대치하고 있는 대만은 전세계 화교를 네트워크화하기 위해 본인들이 원하기만 하면 이중국적을 인정한다. 중국은 IT.엔지니어 등 고급 인력에 한정해 이중국적제를 운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둘 사이에서만 서로 이중국적을 허용할 것을 추진 중이다.
미국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단일국적주의다. 다만 미국 시민이 되기로 선서한 사람이 다른 나라 국적을 갖고 있어도 일일이 가려낼 수가 없어 그냥 넘어가는 것일 뿐 미국도 공직자들의 국적은 철저히 가린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이중국적이, 특히 미국과의 이중국적이 종종 문제가 되는 것은 국적을 주는 기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어느 나라 사람이든 미국에서 태어나면 미국적을 주는 반면, 우리는 부모가 한국인이면 어디서 태어나든 한국적을 준다.
유학이든 지.상사 근무든 미국에서 '오래 살다보니' 본인 또는 자녀가 이중국적자가 되었다는 경우는 이래서 생겨난다.
표에서 보듯 우리 국적법은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는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 본인이 성인이 돼 국적을 선택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다. 다만 남자는 군대 소집 영장이 나가기 전에 국적을 선택해야만 하므로 18세가 되기 전에 결정을 해야 한다.
이처럼 우리 국적법에서도 국적은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왜 대다수의 국민정서는 이중국적을 배척하는 것일까.
˝가수 유승준처럼 미국 영주권자로 한국에서 연예활동을 하다가 군대에 갈 때가 되니 미국적을 택해 징집을 피하고는 다시 국내에서 활동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회사원 김우진(34)씨는 이중국적자들의 병역의무를 문제삼는다. 이중국적 문제에서 가장 큰 걸림돌 역시 군대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유승준은 정확히 말하면 이중국적자가 아니었다. 그는 양국의 국적법에 따라 미국적을 택했고, 미국시민이 된 그를 우리가 '입국 거부'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다른 의견도 있다.
˝클리프 리처드는 괜찮고, 유승준은 안된다는 것은 이상하다. 제프리 존스 전 미 상의회장은 얼마든지 한국에서 활동하고 인기 연사로 바삐 돌아다니는데, 한국인으로서 미국적을 취득한 기업인은 우리나라에서 기업활동을 하지 말라고 배척할 것인가.˝
회사원 박용석(33)씨는 국적이 선택의 문제인 이상 병역을 문제삼을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다.
부모가 아예 자녀의 국적을 미리 선택해주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원정 출산'이다.
LA.하와이.괌으로 가서 아이를 낳고 오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LA에는 이같은 원정 출산 고객들을 겨냥해 산후조리원을 갖추고 시민권.여권 발급까지 대행해주는 전문 병원도 생겨났다.
군대를 문제삼는 국민 정서로서는 더더욱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지만, 이 또한 국적 선택의 한 방법일 뿐이라고 본인들은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이중국적 문제는 역시 해외 유학과 지.상사 근무 등에서 비롯된다.
해외유학은 1980년대부터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80년 당시 1만3천여명이던 유학생은 2001년 말 기준 72개국 15만명에 이른다.
정부는 이들 해외 두뇌를 끌어들이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마련했다. 77년 도입한 대학 특례입학도 그 하나다. 이래 저래 시동이 걸린 해외 두뇌들의 한국으로의 'U턴'이 성장 추동력이라는 긍정적 측면과 함께 이중국적이라는 특혜 .특권 시비를 불러온 것이다.
˝같은 이중국적 문제라도 획일적 잣대를 들이댈 수는 없다. 원정 출산의 경우와 해외유학.근무의 경우를 같이 볼 수는 없지 않은가. 필요한 인재라면 이중국적 문제에 크게 구애받지 말고 공직도 맡길 수 있어야 한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장남 국적 문제가 불거졌을 때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한숨을 쉬었다.
특별취재팀=김기찬·장정훈·구희령 기자<wolsu@joongang.co.kr>
[중앙일보] 2003-03-13 () A08면 3178자




[이중국적 이젠 바로 볼 때다] 中. ˝특권이다˝ ˝고통이다˝

˝가까웠던 친구들조차 내가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고 하면 보는 시선이 달라지더군요.˝
미국 LA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토니 김(17)군.그는 ˝한국에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었지만 단조롭고 따분한 학교생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미국에서 태어났던 金군은 아버지가 한국 대학 교수가 되면서 일곱살 때 함께 귀국했다. ˝초등학교 때 영어만 잘한다는 이유로 나를 '양놈'으로 부르는 친구들도 있었다˝는 그는 ˝한국에서 강의하는 아버지는 행복할지 모르지만 나는 아주 끔찍했다˝고 했다.
그의 꿈은 정치인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동양계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고, 한국에서는 대학도 못나와 국회의원도 못할테고, '난 도대체 누구인가'하는 회의감이 들곤 한다˝고 토로했다.
이제까지 이중국적이었던 金군은 이제 군대 문제 때문에 한국 국적과 미국 국적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할 나이가 됐다.
한국.미국 국적을 동시에 가진 학생들이 주로 재학 중인 한국켄트외국인학교의 한 관계자는 ˝감수성이 한창 예민한 이중국적의 중.고생들은 한국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재학생 가운데 종전 학교에서 미국적 보유 사실이 알려져 '왕따'를 당해 전학온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국 국적을 아예 포기하고 미국 국적으로 연세대에 재학 중인 윤모(23.대학생)씨.
그는 신상에 관한 서류를 작성할 때도 주변을 살핀다. 주민등록번호란에 '5'로 시작하는 외국인 등록번호를 쓸 때면 주변 사람들이 볼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고 하면 배신자로 취급한다. 비록 나는 미국 국적이지만 우리나라를 사랑하는 한국인이다. 군대도 가고 싶었지만 그러면 미국 국적을 박탈당한다.˝
그는 자신이 미국 국적을 선택한 것은 국제화 시대에 유학.해외 취업.여행 등이 편리하기 때문이지,애국심이 없어서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대신 그는 주민등록번호가 없어 인터넷 사이트의 동호회에 가입할 수도 없고,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도 번거로운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특별취재팀=김기찬.장정훈.구희령 기자<wolsu@joongang.co.


[중앙일보] 2003-03-14 () A08면 1015자



[이중국적 이젠 다시 볼 때다] 下. 정서냐 실리냐
중앙일보의 '이중국적-이젠 다시 볼 때다'시리즈가 나간 뒤 미국 뉴욕의 모바일 정보통신 업체에 근무한다는 이민영씨는 취재진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e-메일을 보내왔다.
˝공직에 임명된 본인이 이중국적을 갖고 있다면 잘못된 것이다. 그러나 합법적으로 일정 기간 이중국적을 유지할 수 있고, 성인이 된 후 국적을 선택하도록 보장하는 나라에서 자녀가 본인이 원하는 국적을 선택한 것을 두고 부모에게 잘잘못을 묻는다면 모순이다.˝
그는 ˝국적은 개인별로 구별되지 가족별로 구별되지 않으며, 개인이 어느 국적을 선택하든 그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연좌제'처럼 가족 전체에게 책임을 지울 성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 의견도 있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정책실장은 ˝자녀나 본인이 이중국적인 사람이 하위 공직자이거나 전문직이라면 문제가 없으나 그런 사람에게 지도적 위치에서 국정을 책임지는 자리를 맡기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고위 공직자만 아니면 이중국적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국정을 좌우하는 자리라면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디가 'choi88'인 한 네티즌도 ˝중앙일보의 시리즈 내용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결정적 시점에 투철한 애국심이 필요한 장관.총리가 외국인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나라들은 어떤가.
세계적 추세는 '개방형'으로 흐르고 있다.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고위 공직에도 국적의 경계를 허물어 문호를 열고 있다.
프랑스의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는 지난 1월 독일 각료 한 명을 프랑스 내각에 입각시키겠다고 선언했다. 독일도 같은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양국은 6개월에 한 번씩 두 나라의 각료 전원이 참석하는 공동 각의도 개최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적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지난해 6월 월드컵 4강의 꿈을 이루자 히딩크에게 한국 국적을 주어 계속 국가대표팀을 맡기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달 대통령직 인수위에는 제프리 존스 전 미국상공회의소 회장을 외교통상부 장관 후보로 천거하는 추천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인재라면 외국인도 데려 와서 쓰자는 얘기다.
민간 부문에서는 국적 논란이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1984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면역학자 넬스 K 예르네는 수상 당시 영국.덴마크.스위스 삼중국적자였다. 세계적인 문화사회학자인 페터 지마는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국적을 동시에 갖고 있다. 물론 이들의 예는 '세계 시민'이라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지만 '애국심'이라는 측면에서 국적이 걸림돌이 되지 않는 사례는 얼마든지 많다.
적국과 인접한 나라들도 국적에 유연한 입장이다. 아랍국가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 중국과 대치 중인 대만, 파키스탄과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인도는 자국민이 원하면 외국 국적을 인정한다.
배경은 두 가지다. 무엇보다 '인력 이동'시대에 인재의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신흥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떠오른 인도도 인재들이 미국.영국 등으로 빠져나가자 이들에게 이중국적을 용인하는 한편 해외 지역별로 단체를 결성하도록 주선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첨단 외국 기술과 자본.투자를 유치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다른 하나는 '국적=애국심'은 아니라는 인식이다. 설령 단일 국적주의로 이들을 묶더라도 마음에서 우러나 나라를 사랑하지 않으면 유사시 국민적 결속은 모래성처럼 무너진다는 것이다. 반대로 나라가 자부심을 준다면 비록 외국에 있더라도 몸과 재산을 던져 지원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법무법인 한강의 최재천 변호사는 ˝지금처럼 인적.물적 교류가 많은 상황에서는 국적으로 자국민을 묶어 놓을 필요가 있는가하는 의문이 생긴다˝며 ˝누구든 필요한 인재라면 국적에 관계없이 쓸 수 있도록 국민적 정서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은환 수석연구원은 ˝해외 유학 후 현지에 정착하는 사람이 30%에 달한다˝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인재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이다. 이중국적에 대한 거부감을 살펴보면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병역이다.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조유현 경제조사처장은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군사력을 재편하는 세계적인 추세를 감안하면 오히려 '인해전술'식 병력 충원보다 산업과 연구현장의 인재 확보를 통한 대처가 현명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소송 전문인 이상국 변호사는 ˝재외 공관이나 무역협회 해외지부 등에서 일정 기간 병역을 대신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고 제안했다. 공익근무제.병역특례제를 해외로 확대하자는 것이다.
그는 ˝정부로서는 예산도 절감할 수 있고 해외업무의 실효성도 높일 수 있다. 그들도 한국민으로서의 의무를 다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이란 자긍심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외 국민이 처한 현실도 존중하면서 우리의 실리를 찾자는 것이다.
앨릭스 한 미주한국상공인단체총연합회 수석부회장은 ˝병역을 기피하기 위해 한국 국적을 이탈한 경력이 있는 사람은 ▶일정 기간 입국을 금지하고 ▶국적 회복을 시켜주지 않는 한편 ▶경제활동을 규제하는 등의 보완장치만 마련하면 된다˝고 말했다.
물론 현재의 논란은 이중국적을 허용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다. 어쩔 수 없이 이중국적이 된 사람들, 또 그들의 합법적 선택권에 대해 본인이나 부모에게 멍에를 씌우는 것이 합당하느냐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는 국적 문제를 아예 전향적으로 풀자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는 이미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과 고용시장의 개방에 따른 인력의 순환을 지향하는 흐름을 타고 있다. 우수한 인재의 축적과 활용이 국경없는 경쟁에서 생존하는 열쇠다.
김채영 재외동포재단 경제과장은 ˝자본이나 인력의 유출은 막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을 유치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고가 없는 기업이 휘청거리듯 우수한 인재망(網)이 구축되지 않은 국가는 국제사회의 변동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중국적을 무조건 매도할 것이 아니라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사회적 기준을 만들어 인재를 유치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국민정서냐, 실리냐. 이제 이중국적 문제를 다시 보고 현명한 선택을 해야할 때다.
특별취재팀=김기찬.장정훈.구희령 기자<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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