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의심받은 이혼 – 조작된 대사관 공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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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칼럼] 의심받은 이혼 – 조작된 대사관 공문 (1)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2.08.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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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파키스탄 국적 남성 A씨는, 1999년 산업연수생 자격으로 일을 하러 한국에 처음 입국했다. 이후 2000년에 파키스탄에 잠시 돌아갔다가, 그곳에서 부모님이 정해준 정혼자 B와 혼인을 하였고, 이후 파키스탄에서 한 달 정도 B와 결혼생활을 하다가 다시 한국에 입국하여 계속 일을 하였다.

그리고 2001년 체류기간이 만료되었지만, 파키스탄에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불법체류를 하며 계속 생활하다가 다른 한국 여성 C와 친해지게 되었다. A는 파키스탄에서 B와 결혼을 하긴 했지만, B는 이전에는 한 번도 본 적도 없었던 여성으로, 부모님이 정해준 대로 혼인을 했던 것이고, 함께 생활한 것도 한 달 정도의 짧은 기간이 전부였기 때문에, B와는 특별한 애정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에 A는 C와 결혼하여 한국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먼저 B와 이혼 절차를 밟기로 하였다. A는 한국에서 불법체류하던 상태였기 때문에, 파키스탄으로 출국하는 경우 언제 다시 한국에 들어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이혼과 관련된 절차는 모두 파키스탄에 있는 가족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파키스탄의 이혼절차는 ‘탈라크(Talaq)’라는 이슬람법에 따른 간편한 방식이 가능했다. 남자 쪽에서 이혼신청만 하면, 그 때로부터 90일이 지나면 이혼이 되는 방식이다. 단, 그 90일이 지나기 전에 남자 쪽에서 이혼신청을 취소하면 이혼이 되지 않는다(파키스탄 이슬람가족법 제7조).

A는 2004년 말 경 파키스탄에 있는 가족들을 통해 이혼신청을 하였고, 2005년 초 경 B와 이혼이 완료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C와 혼인한 후 출입국 당국에 C의 배우자 자격으로 체류허가를 신청하였으나, 2006년 초 ‘허위서류 제출’이라는 이유로 불허되고 말았다(어떤 서류가 허위였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며, A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별 수 없이 계속 불법체류 상태로 한국에서 살아가던 A는, 2007년 경 C와 관계가 악화되어 이혼하고 말았다. 그 이후 다른 한국인 여성 D를 만나서 교제하다가, 2008년에는 D와 혼인신고를 하였다.  

그리고 2009년에는 D의 배우자 자격으로 다시 출입국 당국에 체류허가 신청을 하였고, 결국 2010년 초에는 체류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단, 약 9년 동안의 불법체류에 대해서는 2,000만 원의 범칙금을 부과받고, 이를 납부하였다). 그 이후 A는 한국에서 D와 행복한 결혼생활을 해나가며, 열심히 살아가게 되었다.

그렇게 약 10년 정도 살아가던 중, 2019년 말 경 출입국 당국은 갑자기 A를 불렀다. 파키스탄에서 예전에 결혼했었던 B와 이혼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였다. A는 깜짝 놀라 출입국 당국에 출석하여 조사를 받았고, 그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이 출입국 당국에 ‘A와 B는 이혼하지 않았고, A는 위조된 이혼서류를 출입국 당국에 제출한 것이다’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사실을 알게 되었다.

A는 억울한 마음에 제대로 이혼이 되었다는 공식 증명서를 새로 발급받아 제출하겠다고 했지만, 출입국 당국은 주한 파키스탄 대사관의 공문으로 공식적인 확인이 되었으므로 추가적인 확인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하였고, A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는 답답한 마음에 우리 법무법인을 찾아왔고, 필자가 다시 한 번 출입국 당국에 연락하여, A가 이혼했다는 공식 증명서를 발급하여 제출할테니 기다려달라고 요청하였지만, 그 요청도 거절되었다.

결국 출입국 당국은, A가 파키스탄에서 B와 혼인이 계속 중인 상태로, 한국에서 C 및 D와 차례로 결혼한 것은, 민법 제810조에서 금지하는 ‘중혼’을 한 것이며, 이혼서류를 위조해서 제출한 것은 출입국관리법 제26조에서 금지하는 허위서류 제출행위를 한 것으로 보아, A에게 30일 내에 한국에서 출국하라는 출국명령을 하였다. 

A로서는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결국 우리 법무법인의 도움을 받아 그 출국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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