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메카 순례에서의 ‘아라파트 설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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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메카 순례에서의 ‘아라파트 설교’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2.07.1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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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메카 순례에서 가장 기대하는 날, 아라파트 설교

매년 전 세계 무슬림들 중에서 경제력이 허락되는 이들은 메카 순례를 가는데, 무슬림들은 무함마드가 아라파트 산에서 고별 설교한 전례를 따라 매년 무슬림 설교자를 세운다.
 
2022년 7월 8일 무함마드 알이싸의 ‘아라파트 설교’를 두고 무슬림 세계가 둘로 나뉘었다. 무함마드 알이싸는 ‘무슬림 세계연맹(Muslim World League, 아랍어로는 이슬람 세계연맹)’ 사무총장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온건한 무함마드 알이싸의 설교가 무슬림들로부터 많은 환대를 받았다고 했으나 무슬림형제단과 정치적 이슬람 집단들은 그의 설교를 듣지 말라고 훼방을 놓았다. 결국 이슬람 성향에서 자신들과 맞지 않는 사람들을 무슬림들이 배척하고 있는 현 상황을 우리가 보고 있다.

BBC 아랍어 뉴스 7월 8일자에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라파트 설교자로 무함마드 알이싸를 선임한 것이 SNS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하면서, 일부 무슬림들은 그를 이스라엘과 국교 정상화를 촉진한 자라고 비난하고 다른 무슬림들은 그를 옹호하고 있다고 했다. 그를 반대하는 자들 중에 ‘무슬림 형제단’이 있다고 했다. 

7월 5일자 알샤르끄 알아우사뜨 아랍어 신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븐 압둘 아지즈 왕이 무슬림 세계 연맹(아랍어로 ‘알라비따 알알람 알이슬라미’)의 무함마드 알이싸를 나미라 모스크에서 행할 금년도 아라파트 설교와 기도를 맡는 것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아라파트 설교는 14개 언어로 1억 5천만 무슬림에게 전달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했다. 아라파트 설교는 처음에는 두 개의 언어로, 나중에는 5개의 언어로, 또 10개의 언어로 통역됐다가 금년에는 14개 언어(영어, 프랑스어, 말레이어, 우르두어, 페르시아어, 러시아어, 중국어, 벵갈리어, 튀르키예어, 하우사어에다가, 스페인어,인도어, 스와힐리어, 타밀어가 추가됨)로 확대했는데 폭력과 극단주의와 테러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알이싸의 설교문에 대한 영어 번역에서는 이슬람의 ‘알라’를 ‘God’가 아닌 ‘알라’로 번역했다(https://saudigazette.com.sa/article/622745/SAUDI-ARABIA).

정치적 이슬람, 근본주의 이슬람 대 온건 무슬림의 격돌

7월 8일자 알샤르끄 알아우사뜨 칼럼에서 사우디 언론인 무싸리 알다이디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라파트 설교자로 무함마드 알이싸를 선택하자, 전 세계 이슬람 근본주의, 정치적 집단들이 격분했다”고 했다. 아라파트의 설교는 메카 순례의 성명서이고 순례의 대표격 메시지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무슬림형제단, 알카에다, 다이쉬(IS 조직) 등이 설교자 무함마드 알이싸를 거부하는가? 왜 이들은 무함마드 알이싸를 카피르(알라와 무함마드를 안 믿는 자)라고 하는가? 그가 온건 메시지를 내보내기 때문인가? 나찌 독일이 유대인들을 학살한 아우슈비츠를 그가 방문했기 때문인가? 

가장 중요한 답변은 무슬림들에게 무함마드 알이싸에 대한 이미지(image)가 서로 달랐기 때문이다. 무함마드 알이싸는 법학자이고 사우디의 법무장관을 역임했다. 그는 쉐이크이고 행정가로 알려진 무슬림인데 그를 싫어하는 무슬림들은 이런 이력에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오직 자신들의 이슬람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과 그의 신뢰성과 솔직성을 거론한다. 그의 설교를 듣고 일부 무슬림들은 기뻐하고 무슬림형제단과 정치적 이슬람 집단들은 싫어했다. 무슬림 형제단은 무함마드 알이싸를 카피르라고 하고 사우디아라비아도 카피르라고 했다.

이번 아라파트 설교를 반대하는 다른 이유 중에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은 바이든 대통령은 오바마의 정책을 지속하는 정치인이고 자유주의 좌익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무함마드 알이싸의 설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현 왕권의 의사를 대변하는 것으로 언론들은 보도한다. 

메카 순례의 정치화

메카 순례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아라파트의 설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무슬림들이 메카 순례를 정치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2016년에는 사우디의 압둘 아지드 알세이크가 이란인들은 무슬림이 아니라는 말도 했다. 물론 전 세계 무슬림의 대다수가 순니파 무슬림이지만 그렇다고 이란의 시아파 무슬림은 무슬림이 아니라는 것은 정치적 발언에 가깝다.

사우디아라비아 칼럼니스트 압둘라 알우타이비는 정치적 이슬람은 정치적 목적과 당파적 목적을 가지므로 정치적, 당파적 목적은 이슬람이나 무슬림과 상관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슬람 세계 밖에서는 이슬람과 무슬림의 자세한 성향을 잘 모르기 때문에, 일단 이슬람국가에 살고 이슬람의 기본 교리를 받아들여 실천하는 사람은 무슬림으로 간주하므로 무슬림형제단도 무슬림이고 정치적 이슬람을 주창하는 사람도 무슬림이다.

무슬림에게 메카 순례는 이슬람의 기둥들 중의 하나이고 종교적 의무이고 신앙적 의식(샤이라 이마니야)이다. 그런데 사우디의 압둘라 알우타이비는 무슬림 형제단들에게 메카 순례는 형제단 조직의 대열을 세우고 추종자를 모으고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는데 있다고 했고, 이들에게는 이슬람이 종교가 아니고 이슬람의 기둥에는 관심이 없고 신앙적 의식에도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비난한다. 반면에 무함마드 알이싸의 설교는 무슬림들을 대동단결하게 하고 타끄와(악행하는 것으로부터 혼을 보호하는 것이고 금지된 것을 그만두는 것)로 초대하는 설교라고 칭찬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건국 초기부터 지금까지 메카 순례가 정치화되는 것을 거부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사우디 무슬림, 압둘라 알우타이비의 입장에서는 무슬림형제단이 메카 순례를 이용하여 정치화하려고 한다고 하고 정치이슬람은 그들의 개념과 사상에서 메카 순례를 정치화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두 집단은 각기 정치와 아무 상관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무슬림 세계연맹의 정체?

2021년 6월 우리나라 국회의원이 ‘한·아랍재단’ 설립 법안을 대표 발의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는데 그 내용 중에는 ‘무슬림 세계연맹(이슬람 세계연맹)’과 교류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그 언론 보도에는 법안 발의에 관련한 외교부 관계자도 “현재 한·아랍 소사이어티의 활동이 문화 분야에 편중된 경향이 있다”며 “부처 산하기관으로 자리 잡는다면 학술과 인적 교류 등 다양한 방면으로 역할이 확장될 거라 본다(https://www.yna.co.kr/view/AKR20210630142700371)”고 말했다. 무슬림 세계연맹이 학술 단체가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더구나 메카 순례에서 무슬림 세계연맹 사무총장은 전 세계 무슬림들에게 어떻게 하면 이슬람을 잘 전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고 있다(설교 일부 발췌: Among those values, the light of Islam spread, and it reached the worlds around the globe).

이번 아라파트 설교의 말미에서 무슬림 세계연맹 사무총장 무함마드 알이싸는 “알라여! 사우디아라비아의 왕 살만과 왕세자 무함마드 븐 살만을 도와주시고 옳은 길로 인도해 주세요. 이슬람과 무슬림들에게 공헌한 왕과 왕세자 그리고 그들의 정부에게 가장 좋은 상을  주세요”라고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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