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러시아 볼고그라드 고려인 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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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러시아 볼고그라드 고려인 페스티벌
  • 정균오 볼고그라드 선교사
  • 승인 2022.06.2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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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인협회와 ‘화선’ 예술학교가 협력해 주최

볼고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서 약 1천명 참석한 가운데 열려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고려인 페스티벌은 해마다 진행됐으나 코로나로 인해서 약 3년간 진행되지 못했다. 오랜만에 진행된 볼고그라드 고려인 페스티벌은 약 1,000명이 참석해 성황리에 마쳤다. 

볼고그라드 고려인 페스티벌은 고려인협회와 ‘화선’ 예술학교가 협력해 주최했다. 페스티벌의 주제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현대 문화와의 만남’이었다. 이번 페스티벌은 전통적인 한국 음식문화와 고전무용과 현대 K-Pop을 선보였다. 전통문화와 현대문화를 선보이기 위해서 전체 프로그램을 3단계로 진행했다. 

첫 번째는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문화회관 로비에서 다양한 고려인들 음식문화를 선보였다. 약 10개의 부스를 마련해 고려인들이 먹는 음식을 판매했다. 고려인들은 과거 한국 음식과 현대 한국 음식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음식은 떡(찰떡, 시루떡, 증편), 순대, 감자 손만두와 두부가 대표적이다. 현대 한국음식은 라면과 떡볶이와 김밥 등이다. 고려인들은 평소에 구입하기 어려운 떡과 순대와 두부, 라면 등을 구입했다. 특별히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고려인들은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가게가 도시에 있기 때문에 한국 음식과 한국 식자재를 구입해 갔다.
    
문화회관 로비에 포토존을 만들어서 무료로 한복을 대여해 주었다. 고려인뿐만 아니라 러시아 사람들도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으며 한국문화를 경험했다. 고려인 페스티벌은 남북을 연결시키는 장이 되기도 했다. 북한 대사관에서 고려인 김 알렉세이에게 보낸 북한 수묵화가 전시돼 북녘 산하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고려인들은 남북의 문화를 통해서 남과 북을 연결하는 통로가 됐다.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두 번째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문화회관 홀에서 본격적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페스티벌은 러시아 문화에 따라서 고려인 대표 박 안드레이의 인사와 외부에서 온 손님들의 축하 인사로 시작됐다. 볼고그라드 주청의 민족성과 모스크바 전 러시아 고려인협회와 17개 민족 대표들의 축하 인사가 있었다. 콘서트 1부는 한국 전통문화를, 2부는 한국현대문화를 선보였다. 

1부 시간에는 11개의 고전무용 공연이 무대에 올랐다. 볼고그라드에 있는 화선 예술학교 학생들이 부채춤과 북춤을 비롯한 고전무용 6가지를 선보였다. 화선 예술학교 팀은 고전무용 전문가 이 나타샤의 지도로 한국을 오가며 익힌 수준 높은 실력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국 부채춤과 북춤, 소고춤을 통해 고려인은 자신의 뿌리에 대해서 자각을 할 수 있었다.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아스트라한과 심페로폴, 엘리스타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온 고려인팀들은 고전무용을 선보였다. 고려인들이 무대에서 선보이는 춤과 노래 중에는 북한 것도 있었다. 과거 러시아와 한국이 단절돼 있었을 때 고려인들은 북한과 교류가 많았기 때문이다. 고려인에게 남과 북은 둘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돼 있는 듯했다.
    
2부 시간에는 11개의 케이팝(K-POP) 공연과 태권도 시범이 무대에 올랐다. 9개 케이팝(K-POP) 공연은 볼고그라드 청년들이 발표했다. 2개는 엘리스타와 로스토프나도누에서 온 고려인 청년팀이 발표했다. 태권도는 고려인 김 레오니드가 사범으로 있는 ‘선민’ 태권도 팀이 시범을 보였다. 

러시아에서 태권도는 한국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민족을 위한 운동이 됐다. 태권도 시범 경기를 통해 고려인들은 태권도가 한국의 전통적인 무술이라는 것에 자랑스러워했다.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K-POP 팀들의 실력은 대단했다. 마치 한국에서 직접 K-POP 팀들이 온 것과 같았다. K-POP 순서가 진행될 때는 청년들이 지르는 함성으로 문화회관이 떠나가는 듯했다. 세계적인 K-POP의 열풍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었다. 어른들은 청년들의 춤과 노래와 함성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같이 앉아서 즐기고 힘차게 박수를 보내 주었다. 

고려인 페스티벌은 어린이와 청년과 노인 간의 장벽이 무너지고 세대 간에 이해와 사랑으로 하나 되는 축제의 장이 됐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이 다양해서 예상보다 30분 늦게 끝났다. 그러나 2시간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세 번째는 오후 7시부터 10시 30분까지 약 60명이 참석해 축하 만찬 시간을 가졌다. 무대에 참여했던 출연자들은 식당을 빌려서 그들끼리 축하 만찬 시간을 가졌다. 어른들은 러시아 전역에서 온 고려인 대표들과 각 민족 대표들과 함께 만찬 시간을 가졌다. 모스크바 고려인협회와 끄라스나다르 고려인협회, 아스트라한 고려인협회, 로스토프 고려인협회, 깔뮤끼 고려인협회, 크림 고려인협회에서 참석했다. 고려인들은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하나임을 확인하며 같이 즐거워했다. 

고려인들 뿐 아니라 17명의 민족 대표들이 페스티벌과 저녁 만찬에 참석했다. 볼고그라드에는 62개의 민족 대표들이 있는데 이들은 ‘민족 우정의 집’이라는 명칭을 가지고 민족 간의 우정을 다지고 있다. 고려인 페스티벌에 참석한 17명의 민족 대표들은 한결 같이 고려인들의 성실하고 근면한 삶을 칭찬했다. 그리고 남북이 하나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고려인 페스티벌은 고려인들의 위상을 높이고 모든 민족을 하나로 만드는 화합의 장이 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금번 고려인 페스티벌은 한 민족만 모여서 즐거워하는 모임이 아닌 여러 민족이 함께 어울려서 일치와 연합을 이룬 축제였다.

이 행사는 다양한 기관과 개인들의 협력으로 진행됐다. 러시아 볼고그라드 주청 민족성에서 행사 장소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전의 고려인 행사에 비해서 금번 행사는 고려인 자신들의 후원이 많았다. 이 행사를 위해서 이곳에 거주하고 있는 많은 고려인이 후원했다. 한국에서는 새문안교회가 후원했다. 주러시아한국대사관에 초청장을 보냈으나 아무도 오지 않고 아무런 후원도 해주지 않아서 고려인 대표들이 매우 섭섭해 하는 것 같았다.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지난 6월 26일 러시아 볼고그라드(구 스탈린그라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에서 고려인 페스티벌이 진행됐다. (사진 정균오 선교사)

금번 볼고그라드 고려인 페스티벌을 진행한 ‘장교들의 집’ 문화회관 홀은 800명이 정원이다. 고려인협회는 약 500명 정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다. 나는 광고를 별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많이 참석해야 약 300명 정도 참여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 달리 약 1,000명 정도 참석한 것 같다. 이 건물은 공산주의 시기에 지어진 것이어서 에어컨도 되지 않았다. 그날은 약 32도의 뜨거운 날씨였다. 약 1,000명의 청중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인해 문화회관 홀은 불탄 가마솥 같았다. 여기에 무대에서 발표하는 고려인 청년들의 열정으로 인해 사람들의 옷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그러나 정성껏 프로그램을 준비한 고려인 청년들의 뜨거운 열정은 고려인들의 마음을 불태우기에 충분했다. 고려인들은 한국문화의 향수를 느끼며 한국문화의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듯했다. 오랜만에 진행된 고려인 페스티벌은 그동안 한국문화에 목말랐던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우리는 이곳에 또 하나의 역사를 기록했다. 볼고그라드 고려인 페스티벌은 단순한 행사가 아니었다. 이것은 고려인들의 역사를 기록한 축제였다. 가까운 곳에서 전쟁이 계속되고 있으나 오늘 고려인들은 여러 세대와 모든 민족이 모여 서로 존중하며 화합과 평화의 소중함을 선포했다. 특별히 6·25 제72주년을 기념하는 날에 진행된 볼고그라드 고려인 페스티벌은 남북통일의 꿈을 러시아 땅에 기록한 날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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