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한글뒤풀이의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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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한글뒤풀이의 치유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2.06.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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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한글뒤풀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제가 <한글의 감정>이라는 책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만 한글을 이용해서 노래를 부르는 민요입니다. ‘가나다라마바사아 잊었구나. 기역 니은 디귿 리을’로 시작하는 노래입니다. 노래가사대로 우리가 잊고 사는 노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노래는 3년 전에 제가 사물놀이와 민요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꼭 배우고 싶었던 노래이기도 합니다. 잘 배워서 한국어 선생님들이나 학생들에게 들려 드리고 가르쳐 드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민요를 배우는 저에게 좋은 동기가 되었습니다.

3년이 지났지만 배움에는 끝이 없습니다. 물론 초조하지는 않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배우면서 누리는 기쁨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제 어느 정도 배웠습니다만 아직 남들에게 들려주기는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최근에는 간단하게 공연 모습을 영상으로 찍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 시대여서 대면으로 공연하기가 어려워서 요즘에는 주로 영상으로 올리고 있습니다. 곧 직접 만나서 공연을 할 수 있겠지요.

저희 모임은 ‘희망세상’이라고 하고 공연은 ‘국악치유공연’이라고도 합니다. ‘팡팡통통’이라는 검색어로 찾으면 보실 수 있을 겁니다. 한글뒤풀이 외에도 판굿, 사물놀이, 북, 춤, 민요 등 다양한 작품이 올라가 있습니다. 저희의 조금 부족한 공연을 보고 많은 분이 마음에 위안을 받고 기쁘기 바랍니다. 저희도 공연을 하면서 치유를 받은 것처럼 말입니다.

영상을 올린 후 전체 한글뒤풀이를 알고 싶다는 선생님들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면 좋겠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우리 초등학교 아이들이나 한글학교의 아이들,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글뒤풀이를 모두 부르면 7분 정도 됩니다. 공연으로 하기에는 좀 긴 듯하여 지난 영상에는 노래를 줄여서 올린 겁니다. 그래서 한글뒤풀이를 배우고 싶은 분을 위해 전곡을 올리기로 하고 다시 연습하기로 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이번에는 원래 가사의 노래도 부르고, 이왕이면 민요 가사를 요즘에 맞게 바꾼 노래도 불러 보기로 했습니다. 저는 가사를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의견을 듣기 위해서 가까운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가사를 보면 사랑이야기로 애절합니다. 몇 부분만 보자면 ‘바뱌버벼 밥을 먹다 돌아다보니 임이 없어서 못 먹겠구나/보뵤부뷰 보고 지고 보고 지고 한양 낭군이 보고만 지고’처럼 옛 사랑이야기입니다. 또한 ‘가갸거겨 가이 없는 이내 몸이 그지 없이도 되었구나’처럼 요즘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습니다. 

가나다라로 시작하는 단어를 물으니 ‘가을, 나비, 다람쥐, 라라라, 마을, 바람, 사랑, 아이’ 등 아이들이 부를 것을 생각해봤더니 예쁜 단어가 잔뜩 나왔습니다. 대학생 학습자에게는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게 하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가나다라마바사아’로 각 가사를 시작하니 삶이 담깁니다. 바꾼 가사로 노래도 불러봅니다. 아직 어색함에 웃음도 나옵니다. 그렇게 웃으며 밝게 노래를 부릅니다. 어쩌면 혼자 부르면 눈물이 날 수도 있겠네요. ‘보고 지고 보고 지고 엄마아빠 보고 지고’로 바꾼 가사가 누구에게는 그리움이 될 겁니다.

한글뒤풀이가 그대로 저에게 치유가 됩니다. 한글 노래를 가르칠 생각에 치유가 되고 배우는 모습에 치유가 됩니다. 학생들이 만든 자신의 삶을 담은 가사에 또 한 번 치유가 됩니다. 이게 바로 민요의 힘입니다.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면서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집니다. 민요와 한글이 우리 마음을 스르르 풀어줍니다. 한글뒤풀이의 아름다운 달라짐입니다. 새로 올릴 한글뒤풀이 공연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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