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국적을 둘러싼 논의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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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국적을 둘러싼 논의의 허구성
  • B.B.
  • 승인 2003.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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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제 장관 문제가 이제 잠잠해지는 듯하다. 진장관 논란을 통해서 한국에서도 고급인재를 유입 활용하기 위해서는 이중국적을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바로 전시기에는 이중국적을 둘러싼 잡음으로 인해 고위 관리들이 낙마했던 것과 대조를 보인다. 그러나 이같은 논의는 사실관계를 잘 모르는 잘못된 논란이다. 이미 한국에는 이중국적이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해외동포들은 지난 80년대부터 미국동포들을 중심으로 10여년간 이어온 이중국적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억할 것이다. 결국 미국동포들에게 신세를 졌던 김영삼 김대중 정권 시기에 이중국적이 사실상 실현됐다. 이중국적보다 조금 완회된 형태의 법으로 말이다. 이게 바로 재외동포법이 아닌가.

지난 97년 재외동포법이 통과되기 전 중국동포들을 제외시켰다 해서 서경석목사가 단식투쟁을 하고 있을때 미국 동포 사회에서는 이를 저으기 걱정스런 눈으로 지켜봤었다. 결국 법이 통과되자 기뻐하던 엘에이 동포들의 모습을 필자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왜 갑자기 국내에서 이중국적 논쟁일까? 자다가 봉창뜯는 소리가 아닌가.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한국정부는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와 "한국정부는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다"등  이 두개의 가설중 어느 것이 맞는 것일까?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은 그래도 뭘 아는 사람이고 말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구경이나 해야할 사람이다.

우리가 발급받는 여권의 맨 뒷장에는 깨알같은 글자로 이런 주의 사항이 적혀있다. 만약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이 여권은 즉시 가까운 영사관에 반납하라고 적혀있다.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국적 상실 신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진대제니 송자니 하는 사람들이 발생한 것이다.

처벌규정이 없는 법규정이란 강제성이 없는 법인데 그렇다면 이건 법의 구성요건을 못갖추고 있는 것 아닌가. 이중국적 논란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 법은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것도 아니고 허용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는 말이다. 진대제나 송자는 바로 이 가운데 서서 아들 병역 빼돌렸다. 법은 안지켰으나 불법은 아니다. 단지 얌체라는 것이다.

재외동포에 관한한 우리보다 더 많은 역사를 가지고 있는 유럽의 경우를 보자. 일찌기 식민지 경영에 나섰던 유럽각국은 재외동포문제를 일찌감치 생각을 해왔다. OECD 가입국가들을 기준을 보면 이중국적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영국 뉴질랜드 카나다 호주 등 주로 영연방 나라들이다. 미국은 몇해전에 뒤늦게 허용했다. 이들 나라들은 자국의 국기에다가 영국국기를 넣고 있는 앵글로색슨 족들이다. 돈에다가 영국여왕의 얼굴을 넣어 사용하기도 한다. 한 핏줄이라고 생각하므로 자연스럽게 이중국적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은 특수한 경우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을뿐이다. 결국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에 속한다.

한국은 재외동포법이 통과됨으로서 이미 80% 정도는 이중국적이 주어져 있는 거나다름이 없다. 그런데 진대재 장관이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면서 이중국적 부여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잘못된 논란에 휩싸이기보다는 재외동포로 규정되지 못한 중국동포들에게 재외동포 자격을 주는 문제가 더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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