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너무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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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너무의 세계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2.04.1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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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너무는 '넘다'에서 온 말입니다. ‘넘’에 우가 붙어 만들어진 부사입니다. 사전의 설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정한 한계를 넘었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계를 넘는 것에는 좋은 의미도 있고 나쁜 의미도 있겠습니다만 너무라고 하면 주로 부정적인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아예 설명을 할 때 부정적인 느낌에 쓰이는 표현이라고 하기도 합니다. 

너무를 강조할 때는 <너무나>라고도 합니다. 더 부정적이지요. 또한 너무에 ‘하다’가 붙으면 이런 느낌이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너무하다는 말 자체로도 지나치다는 느낌이 강한 겁니다. ‘너무해요’라는 말의 느낌은 어떤가요? ‘너무하지 않아요?’라는 말에서 심하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겁니다. 아마도 지나친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에서 부정적 느낌이 강조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넘다와 형제인 어휘로는 <남다>가 있습니다. 주로 이렇게 모음이 바뀌면 핵심적인 의미는 같지만 느낌은 확 달라지기도 합니다. 넘다가 지나침이 주 느낌이라면 남다는 넉넉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남다에서 온 말로는 <남짓>을 들 수 있습니다. 남짓은 조금 넘는 정도라는 의미입니다. 즉 넘기는 하지만 지나치지는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여남은>도 관계가 있는 말입니다. 열에서 조금 남는다는 의미입니다. 한자로 하자면 ‘십여(十餘)’가 됩니다. 너무 많이 넘는 것은 남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남다에서는 여유가 느껴집니다.

너무가 부정적이어서 그런지 너무가 앞에 붙으면 우리는 걱정이 됩니다. ‘너무 아프다, 너무 나쁘다, 너무 싫다’라는 말에서 보듯이 부정의 느낌을 더욱 강조합니다. 너무 힘든 느낌의 어휘라고나 할까요? 어휘 자체에 부정적인 느낌이 없어도 너무가 붙으면 걱정거리입니다. ‘너무 크다, 너무 많다, 너무 달다’ 등을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너무는 너무합니다. 크고, 많고, 단 게 나쁜 게 아닌데 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너무라는 말이 감정을 부정적으로 이끌기도 하지만 감정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쓰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실제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은 너무를 활용해서 자신의 감정을 좋게 분출합니다. 오히려 긍정을 강조하는데 쓰고 있는 겁니다. 너무 좋고, 너무 예쁘고, 너무 멋있습니다. 너무 맛있는 음식도 많고, 너무 가 보고 싶은 곳도 많습니다. 너무의 세계가 좋은 감정의 과잉분출로 나타난다는 점이 너무 재미있습니다. 

‘너무’라는 말 대신에 <아주>나 <매우>, <정말> 등을 쓰면 맛이 안 나는 느낌도 있습니다. 특히 입말, 구어에서는 너무가 ‘딱’인 상황이 많습니다. 부정을 뛰어넘을 때 나타나는 긍정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주 좋아요, 정말 좋아요.’와 ‘너무 좋아요.’의 느낌을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을 겁니다. 이 세상을 살면서 부정의 너무가 아니라 <긍정의 너무>를 사용할 일이 많기 바랍니다.

한편 뜻밖에도 너무가 부정의 표현과 어울려도 느낌이 좋은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가 지나치다는 의미로 쓰이다보니 지나친 장면을 말리는 경우에는 오히려 너무가 위로가 됩니다. 대표적인 표현이 바로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말입니다. 걱정이 지나치면 힘이 듭니다. 잘 될 거라는 위로의 말을 할 때 지나침을 막는 말인 너무를 쓴 겁니다. 너무의 특별한 변신이지요.

너무 우울해 하지 마세요.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너무 의기소침해 있지 마세요. 다 잘 될 겁니다. 내가 옆에 있잖아요. 힘들면 이야기하세요. 같이 이겨내도록 해요. 오늘 날씨도 너무 좋은데 같이 걸으며 이야기 나눠요. 생각만 해도 너무 좋지 않습니까? ‘와! 너무 좋다~’ 한 번 입 밖으로 외쳐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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