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흔들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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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흔들리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2.02.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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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미국의 중동 정책 변화

수십 년간 미국과 러시아는 중동에 대한 이해관계와 역내분쟁에 대한 개입으로 정치적 및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트럼프 재임기간이 끝나자 미국은 중동지역 분쟁에 대한 개입을 줄이기 시작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1월 선출된 이후 중동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려고 아시아로 눈을 돌렸다. 걸프와 중동국가의 에너지 자원에 대한 미국의 필요는 줄어들었고 미국은 걸프와 이란과의 갈등으로부터 멀어지고자 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사회, 정치, 안보적 위협을 증대시키고 있고,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동 북아프리카의 관계는 대단히 복잡하다. 흑해 부두는 곡물과 농작물 수출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이다. 더구나 러시아의 침공은 중동 안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 안보와 안정을 염려하는 사람들에게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있다.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우크라이나는 2020년 흑해를 통해 곡물의 95%를 수출했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밀 수출량의 50% 이상을 수출했다. 레바논 밀수입의 절반이 우크라이나에서 오고 리비아의 밀수입의 43%가 우크라이나에서 왔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큰 밀 수입국은 이집트라고 요르단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가 알가드 신문의 기고문에서 밝히고 있다. 요르단 해바라기유의 5분의 1이 우크라이나에서 수입됐다.

흑해를 강제로 봉쇄하거나 전쟁이 길어지면 중동과 북아프리카로 농산물을 수출할 수 없으므로 식량 위기와 물가 폭등을 유발할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자 곡물 가격이 아랍의 봄이 일어나던 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이집트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듯

2020년 18개 아랍국가들이 우크라이나와 63억달러에 달하는 무역량을 보이고 있고, 우크라이나 수출품의 12%가 아랍국가로 수출되고 아랍이 우크라이나로 수출하는 것은 4억5천만달러이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레이트, 모로코, 튀니지 등 6개국이 차지하는 무역량은 45억달러이다. 이집트가 가장 많이 수입하는 데 무역량은 16억달러이고 밀과 옥수수의 3분의 2를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이집트는 밀 수입량의 85%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의존했다.

세계식량농업기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예멘의 식량과 연료 가격이 조만간 인상돼 더 많은 사람들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 7년간 식량 배급량을 감소시켜 왔는데, 앞으로 빈곤가정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걸프 국가들은 러시아와 중국으로 교역 확대

미국이 인권 문제, 예멘에서의 전쟁 그리고 일부 무기와 군수물자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자, 미국과 걸프 국가는 껄끄러운 관계로 변했다. 그러자 사우디아라비아는 적극적으로 그리고 아랍에미리트는 상당할 정도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발전시켜갔다. 더구나 이란, 이집트, 이라크와 다른 아랍국가들도 러시아와 중국과의 경제협력과 무역을 확대해 오고 있다.

걸프국가의 천연가스와 석유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미국과 EU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면서 가스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는 유럽국가들은 새로운 가스 공급처를 찾고 있다. 

금년 1월 카타르국왕이 미국을 방문할 때 미국은 카타르 천연가스를 유럽 국가에 공급해 줄 수 있는지 타진했다. 이미 아시아와 아프리카에 가스를 수출하고 있던 카타르가 유럽으로 가스를 수출하는 것은 금방 이뤄질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알제리와 이집트는 가스 생산국으로서 유럽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를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도 유럽이 러시아 가스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우크라이나의 밀 수출이 막히면 식량안보에 악영향

그러나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역과 곡물 수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예멘, 레바논, 리비아, 이집트, 튀니지, 알제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집트, 레바논, 리비아가 특히 더 그렇다.

이집트는 전체 수입 밀의 60%를 러시아에서 수입하고, 30%는 우크라이나에서 수입한다. 2020년 우크라이나가 중국으로 800만톤 옥수수를 수출했다. 금년도 우크라이나는 밀과 옥수수 수확량의 4분의 3을 해외로 수출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랍에미리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랍국가들은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과 러시아 어느 쪽에도 정치적 입장을 표현하지 않고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 러시아, 미국, EU를 두고 정치적 입장을 밝히라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알제리 등 아랍국가들과 이란은 방산 협력과 여타 문제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팬데믹으로 인해 악화된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집트인들의 매일 식단에 오르는 ‘에쉬 발라디’의 빵 값이 뛰어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코로나19, 가뭄, 내전으로 어려워진 경제 상황에서 이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경제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물가 상승과 부족해진 일자리로 가난한 사람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2011년 반정부 시위를 위해 거리로 나섰던 아랍인들에게 치솟는 빵 값이 그들의 시위를 부추겼다. 빵이 주식인 아랍인들에게 그리고 특히, 이집트에서는 빵 값을 올리면 정권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은 과거 역사가 말하고 있다.

세계의 주요 밀 수입국인 이집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뉴스에 접하면서 대체 공급자를 찾기 시작했고 모로코에서도 지난 30년간 줄곧 악화된 가뭄으로 물가 인상이 이어졌다. 튀니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에 이미 곡물 선적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고 있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의 가뭄과 내전과 관광수입 적자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금이 부족한 아랍 국가들의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다. 2020년 4월부터 2021년 12월 사이에 국제 시장에서 밀 가격이 80% 상승했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밀 수입국인 중동과 북아프리카는 지난 20년간 최악의 가뭄을 겪었다.

기후 변화와 농작물 작황이 나빠진 것 때문에 이미 지정학적 긴장이 야기되고 있는데, 이집트, 튀니지, 알제리, 모로코와 같은 농업 국가들은 수년간 물에 대한 부실관리로 곡물을 수입하지 않고는 자국민의 식량 공급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결국 식량 보조금을 확대해 왔다. 지난 몇년동안 아랍 세계는 경작지 부족과 급속한 인구증가로 식량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한 나머지 가난으로 힘들어 하는 국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빵 가격에 대한 영향 이외에도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과 혼란때문에 금리는 높아지고 국가 신용등급은 낮아져, 결국 아랍의 일부 국가는 높은 국가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의료, 교육, 근로자 임금과 공공투자에 대한 지출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집트, 튀니지, 요르단, 모로코에 대한 경제적 압력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고, 특히 이집트와 튀니지는 공공부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권에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이집트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입국자에게 자가격리를 스스로 맡겨서 관광객의 입국을 늘리려고 했고 특히 러시아 관광객에게 크게 의존했다. 지난달 이집트 파스타 가격이 3분의 1 인상됐고 이집트에서 지난 4개월간 정부 보조금을 받지 못한 빵가게에서 이미 50% 인상됐다.

예를 들면, 이집트 5파운드(350 원)를 가지고 빵 10개가 아닌 일곱 개를 살 수 있다. 이집트 국민의 3분의 1은 하루에 1,800원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칼로리 3분의 1을 빵에 의존하고 있다. 금년 2월 14일 이집트 정부 관리는 이집트가 충분한 곡물 여유분이 있다고 하면서 지난 11월까지 국내에서 밀을 생산했다고 강조한다.

아랍지역 식량 부족과 사회적 혼란 가속화 우려

모로코는 가장 중요한 농업부문에 노동력 45%가 집중돼 있기 때문에 글로벌 인플레이션, 식량과 유가 급등, 30년간 지속된 가뭄으로 인한 경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수입 물가상승으로 빵 값을 또 올리면 시민의 분노를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간 지속된 팬데믹으로 관광산업이 무너져서 생계유지에 고통을 받는 국민들은 6개월 전에 들어선 새 정부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반정부시위를 했다. 모로코가 기후 변화의 가장 중요한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최근 몇 년간 강수량이 20~30%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지난주 왕실에서는 가축 사료 공급과 물 관리 등의 재정지원과 가뭄 피해를 완화하고자 10억달러의 추가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밀의 일부를 수입하는 모로코는 경제정책 방향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런 악순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중동국가도 지금의 레바논 상황과 같이 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레바논은 2019년 말 부터 파국적인 경제 붕괴가 이어졌으며 밀 수입의 절반을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오고 있다. 지난주 경제장관은 새로운 밀 수입처로서 인도, 미국과 협상했다고 한다.

그동안 이라크는 식료품 물가 인상으로 분노한 시민들의 시위가 있었고, 군사쿠데타로 국제사회의 지원이 중단된 수단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러시아로 달려가 밀 수입을 타진했으나 수단 국민들은 식량 부족으로 상당한 고통을 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경제적 위기는 2011년 이후 아랍 혁명 동안 아랍인들이 겪었던 것과 같은 사회적 혼란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튀니지는 작년에 경제를 바로 잡겠다고 공약한 대통령이 국민의 인기를 얻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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