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랍국가의 언어정책과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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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랍국가의 언어정책과 SNS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 승인 2021.11.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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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국의 암미야는 공공언어, 푸쓰하는 고전 아랍어

우리나라 아랍어 교과과정에서 암미야를 반드시 가르쳐야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표준아랍어는 지구상에 없다

필자가 우리나라 대학교에서 아랍어를 배웠는데 글을 읽고 쓰기 위한 아랍어였다. 그것을 아랍인들은 ‘푸쓰하’라고 하고 영미권에서는 ‘현대표준아랍어(Modern Standard Arabic)’라고 했다. 그러나 ‘표준’이란 말은 언어적으로 맞지 않는 말이다. 아랍국가에서 표준말이 현재 사용되는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오늘날 아랍 국가들은 아랍어가 7세기 도입되기 전에 그 땅에서 역사적으로 내려온 언어들이 해당 국가의 기층언어에 해당한다면 이런 기층언어가 아랍어와 만나면서 그 아랍 국가의 언어인 '암미야'가 됐다.

'푸쓰하'와 '암미야' 사용의 실제

혹자는 오늘날 아랍 국가의 언어 문제는 서구 식민지의 잘못된 언어정책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1970년대 이후부터는 서구가 아랍 국가의 언어 정책에 영향을 주었다기 보다는 아랍인들이 푸쓰하 장려 정책을 폈지만 그 정책이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랍 무슬림 교수들이 대학에서 강의할 때 푸쓰하로 하지 않고 그 나라 암미야로 하고 각급학교 교사들이 암미야를 사용하면서 어떻게 푸쓰하 중심의 언어생활을 기대하겠는가? 

한번은 아랍어학술원에 가서 학자들이 아랍어 언어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을 기회를 있었다. 필자가 외국인이라고 앞자리로 안내를 해주어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들어 보았다. 그런데 어느 대학의 아랍인 교수가 질의를 하는데 암미야로 말하니 의장이 제지를 하고 푸쓰하로 말하라고 하는데도 그는 끝까지 암미야로 말했다. 필자의 생각에는 그가 푸쓰하를 잘 몰라서 그런 것 같았다.
 
한국에 와서 아랍어를 가르치던 아랍어과 교수가 대학 수업 시간에는 자신이 별로 숙달하지 못한 푸쓰하로 수업을 하다가 집에 돌아와 아랍 국가에 사는 가족과의 통화에서는 암미야를 사용했다. 

필자가 아랍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아랍인 교수들에게 물어보면 십중팔구 ‘푸쓰하’를 배우라고 했다. 그래서 푸쓰하를 열심히 했는데, 문제는 그 푸쓰하로는 수단, 요르단, 모로코, 쿠웨이트에 가서 살면서 아랍인과 의사소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상생활, 특히 시장과 학교수업 그리고 모스크 설교에서도 암미야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암미야는 보통 사람들이 두루 사용하는 말이다. 필자는 암미야를 보통 사람들이 다 사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대중 아랍어’라고 불러왔다. 

표준말과 방언 구분도 적절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한동안 현대 표준아랍어와 방언이란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표준말과 방언이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아랍국가에 가 보면 실생활에 사용되는 표준말이 없기 때문에 그 표준말에 상응하는 방언이란 말은 적절하지 않다(물론 필자도 저서에서 방언이란 말을 종종 사용하는 것은 기존의 한국인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현대 표준아랍어는 아랍어 ‘푸쓰하’라는 말에서 그리고 방언은 ‘암미야’라는 말을 번역한 듯하나 정확한 번역어가 아니다.

문어체와 구어체라는 말도 적합하지 않다

이제 표준말과 방언이란 말이 적합하지 않으니까 현대 표준아랍어는 문어체 아랍어라고 하고 방언은 구어체 아랍어라는 말을 쓰는 국내 아랍어과 교수들이 있다. 하지만 문어체는 문자를 매개로 한 언어이고 구어체는 일상적인 대화에 사용하는 입말이란 뜻이어서 이런 말도 아랍의 언어적 상황을 잘 표현하는 말은 아니다. 푸쓰하가 대화에 사용되고 있고 암미야가 글로 사용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에서 사용되는 ‘언어’(암미야) 

그런데 오늘날 아랍에서의 새로운 문제는 암미야를 아랍어 글자로 표기해 페이스북과 같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아주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아랍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언어적 문제는 소셜 미디어에 사용되는 아랍어의 문제이다. 30억의 페이스북 사용자들이 구사하는 100개의 언어들 중에서 아랍어 사용자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소셜 미디어에 저장된 어휘들은 푸쓰하 사전에 나온 의미들이고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그들의 소통에서 이런 의미로 사용하지 않는다. 아랍인들은 일상생활에서 푸쓰하가 아닌 암미야의 어휘들과 그 의미들에 익숙하다. 

가령 레바논 말과 알제리 말 간의 차이는 스코틀랜드 영어와 미국 영어 간의 차이와 다르다. 레바논 말과 알제리 말은 다른 의미들을 가진 두 나라 말이 같은 언어로 기록된 것이 페이스북의 언어 뭉치이고, 스코틀랜드 영어와 미국 영어는 두 나라에서 쓰는 영어의 서로 다른 방언이므로 거의 동일한 의미이다. 따라서 레바논 아랍어를 암미야라고 부르지 말고 언어(lughah)라고 불러야 하고 알제리 말을 암미야라고 하지 말고 언어라고 해야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운영하는 전문가들이 서로 구분해 줄 수 있다. 

각국의 암미야는 공공언어, 푸쓰하는 고전 아랍어

이집트 민족과 레바논 민족의 언어를 방언들(lahajat)이라고 한 것에 문제가 있다. 이들 민족은 아랍어가 들어가기 전에 여러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었다. 그리고 한 단어가 같은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서로 다르게 발음되는 것을 라흐자(accent)라고 정의했다. 

그런데 암미야의 경우는 라흐자와 달랐다. 암미야는 보통 사람(‘ammah)에게만 사용된 것이 아니라 교수나 과학자들이 일상생활에서 암미야를 사용했고 소셜미디어에서 그들의 대화에도 암미야를 사용했다. 아마도 이런 현상을 대변할 단어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공공 언어(Public, ’umumiyyah)라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튀니지인, 이집트인, 레바논인들은 아랍어가 들어가기 이전부터 사용한 그들의 언어들의 연장선상에서 그들만의 고유의 언어로 대화하고 있었다. 지금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너무 많아서 페이스북의 언어가 주된 소통의 창구가 됐다. 푸쓰하를 그래서 고전 아랍어(classical Arabic)라고 부르고 아랍 각국의 암미야를 ‘언어’로 부르면 현실적인 해법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이집트의 정치 평론가 아딜 다르위시는 지리적 그리고 인종적 구분에 따라 민족어(lugha qawmiyyah)를 ‘언어’라고 부르고 기존의 푸쓰하를 ‘고전 아랍어’라고 부르고 또, 튀니지 암미야와 이집트 암미야, 사우디 암미야 등 모든 암미야를 ‘언어’라고 명칭을 바꾸자고 한다. 그래야 페이스북이나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서 아랍어 단어를 찾을 때 해당 국가별 언어의 의미를 좀 더 정확하게 제공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랍 국가마다 동일 단어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아랍 국가에서는 동일 단어가 아랍 국가마다 의미가 다른 경우가 많이 있다. 맙쑤뜨(MabsuT)는 요르단에서 ‘기분이 좋다’는 뜻이지만 이라크에서 ‘맞았다’는 의미인데 맙쑤뜨가 ‘길게 펼쳐지다’라는 의미가 있으므로 사람이 매를 맞으려면 땅에 엎드렸던 이라크 사람들에게는 기분이 좋다는 뜻이 아니고 맞았다는 뜻이다. 아랍어 – 영어 사전에는 기분이 좋다고 의미를 부여했으므로 이라크 암미야의 의미를 나타내지 못한 것이다. 

우리나라 아랍어 교과과정에서 암미야를 반드시 가르쳐야  

이미 아랍 국가에서는 암미야를 가르칠 때 그 암미야를 처음에는 로마자로 표기하다가 지금은 아랍어 자모음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보다폰과 같은 회사가 공지사항으로 보내는 내용은 암미야인데 아랍어 자모음으로 표기해 보낸다. 이런 경우 국내에서 현대 표준 아랍어(또는 문어체)를 배운 학생은 이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1997년경 필자는 아랍어 교수들이 모인 학술발표회에서 “한국에서 푸쓰하뿐만 아니라 암미야를 대학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했으나 일부 교수들만 호응하고 대부분의 교수들은 반대했다. 

그러나 2021년 현재까지도 우리나라 대학에서 암미야를 정규 교과목으로 1년 또는 2년간 학습하고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업무 소통이 필요한 특정국가의 암미야를 따로 학습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언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아랍어 교육은 특히 아랍국가에 나와서 살아가는 우리 동포들에게 이중 삼중의 고충을 대물림하고 있다.

한국 청년들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 교육자가 있다면 큰 맘 먹고 아랍어 교육과정의 쇄신에 힘써 보길 기대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아랍 이주민들은 모두 출신지의 암미야로 말하는데, 그들의 마음의 언어를 우리말로 잘 통역하려면 그들의 암미야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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