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성악가 3명, 슈타인브룩 오페라 무대서 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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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성악가 3명, 슈타인브룩 오페라 무대서 활약
  •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 승인 2021.09.02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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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너 신상근·바리톤 한명원·테너 유준호,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 무대서 주요 역할 맡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투란도트' 무대에 함께 오른 한국인 성악가 3인방. (왼쪽부터) 테너 신상근, 바리톤 한명원, 테너 유준호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투란도트' 무대에 함께 오른 한국인 성악가 3인방. (왼쪽부터) 테너 신상근, 바리톤 한명원, 테너 유준호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데뷔한 테너 신상근 경희대학교 교수와 밀라노 라 스칼라 오페라 하우스 등에서 활약한 바리톤 한명원 한양대학교 교수, 비엔나 폴크스오퍼 전속  테너 유준호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공주는 잠 못들고’의 아리아로 널리 알려진 지아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투란도트>에서 테너 신상근은 남자주인공 카라프 타타르국 왕자역을, 바리톤 한명원은 중국 황제의 세 신하 중 핑 역을, 테너 유준호는 퐁 역을 각각 맡아 한국 성악인의 명성을 선양했다.

이들이 선 무대는 비엔나에서 남동쪽으로 약 7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세인트 마르가레텐 마을의 유명한 슈타인브룩흐 야외극장이다. 이 극장은 옛 합스부르크 왕가가 비엔나의 쇤브룬 궁전과 비엔나 국립오페라 극장을 건축할 때 사용한 화강석 채석장이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슈타인브룩흐 야외극장 전경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슈타인브룩흐 야외극장 전경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거대한 바위 병풍 조각처럼 펼쳐진 절벽 앞 무대와 그 앞에 설치된 4,200석의 좌석을 내려다보고 노래하는 무대이다. 하늘엔 별이 빛나고 천연동물로 지정된 새들이 공연 중에 날아들기도 하는 낭만적인 곳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잠시 진정된 지난 7월 14일부터 8월 21일까지 공연된 <투란도트>는 타데우스 슈트라스베르겍 연출, 부다페스트 필하모닉과 비엔나 오케스트라 필하모니 합창단 협연에 쥬세페 핀지가 지휘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연 모습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연 모습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남자 주인공 카라프 왕자 역은 트리플 캐스트로 테너 신상근과 레오나드도 카이미, 미케일 쉐샤베리드제이, 핑 역은 더블 캐스트로 바리톤 한명원과 빈센조 타오르미나, 퐁 역 역시 더블 캐스트로 테너 유준호와 엔리코 카사리가 맡았다.  

테너 신상근은 공연을 마치고 “별이 반짝이는 밤하늘 아래 옛 채석장에서 노래를 부른 것이 감동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독일 도르트문트 극장과 다름슈타트 극장에서 카라프 왕자 역을 맡았던 경험과 독일 에를푸르트 야외극장에서의 오페라 <토스카> 주연 경험이 이번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테너 신상근의 공연 모습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테너 신상근(왼쪽)의 공연 모습 (사진 김운하 해외편집위원)

이번 공연에서 여러 평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테너 신상근은 “왕자의 큰 수염이 공연 중 바람에 날려 떨어지려고 해 애를 먹었고, 넓은 무대의 철제 계단에 긴 옷이 걸려 넘어질 뻔한  고충도 있었다”고 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가을과 연말에 국립오페라단의 오페라 <카르멘>과 <라 트라비아타>를 공연할 예정이라고 말한 테너 신상근은 내년에 국립오페라단과의 오페라 <아틸라> 외에 독일 라이프치히 오페라와의 <카르멘>과 <라 토스카>가 예정돼 있다고 밝혔다.

핑 역으로 호평을 받은 바리톤 한명원은 “11년 전 중동 오만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플라시도 도밍고가 지휘한 오페라 <투란도트>의 공주역으로 나온 소프라노 마르티나 세라핀과 류 역의 소프라노 도나타 롬바르디를 다시 만나 함께 노래한 것이 매우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투란도트와 카라프 왕자에게는 질이 좋은 황금 마이크를 주고 그 외의 배역들에겐 다소 질이 낮은 마이크를 주는구나 하고 보조역들이 웃었다”고 공연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연 출연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는 테너 유준호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오스트리아 슈타인브룩 야외 오페라 극장에서 한국인 성악가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공연 출연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는 테너 유준호

고음이 연속되는 퐁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 냈다는 평을 받은 테너 유준호는 “동양인들을 좀처럼 잘 넣어주지 않는 유럽의 오페라단에서 한국인 가수 3명을 한 무대에 세워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라며 “한국인 성악가들의 실력 인정이자 국력 신장의 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시녀 류가 제 3막에서 섬기던 왕과 왕자를 위해 목숨을 던지는 아리아 ‘당신은 얼음에 싸여 있군요’를 부를 때 채석장의 새들이 무대로 날아든 광경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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