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병풍 ‘요지연도’, 국립고궁박물관서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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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병풍 ‘요지연도’, 국립고궁박물관서 첫 공개
  • 서정필 기자
  • 승인 2021.01.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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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제작, 가로 길이만 5m 달해…미국서 환수 후 처음 대중에 선봬
요지연도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김동영)은 1월 19일부터 박물관 재개관 시점에 맞춰 지하 1층 ‘궁중서화실’에서 궁중회화의 진가를 고스란히 담은 ‘요지연도’를 포함한 병풍 세 점을 전시 중이다.

이번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요지연도’는 한 미국인이 소장하던 작품으로 소장자 아버지가 50여 년 전 주한미군으로 근무할 당시 구입해 미국에 가져갔던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국내 한 경매사를 통해 이 작품을 다시 구입한 후 국립고궁박물관에 이관해 이제는 국민 누구나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 됐다.

이 작품은 가로 길이가 무려 5m에 이르는 대병(大屛)으로, 조선후기 왕실 병풍의 위용을 보여준다.

특히 이 병풍의 장황(裝潢, 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꾸밈) 상태가 제작시기보다 후대로 추정돼 경매 당시 표구(表具) 시기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했다,

확인을 위해 병풍 한 폭의 뒤편 배접지(褙接紙)를 살펴본 결과, 1957년 조선일보와 1959년 동아일보가 발견돼 소장자가 미국에 가져가기 전 한국에서 다시 표구를 했던 것을 확인했다.

‘요지연도’는 중국 고대 전설 속 서왕모(西王母)가 신선들의 땅인 곤륜산(崑崙山)의 연못인 요지(瑤池)에 주나라 목왕(穆王)을 초대해 연회를 베푸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신선도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불로장생(不老長生)의 도교적 주제를 담은 신선도는 국가와 왕조의 오랜 번영을 염원하는 뜻을 담아 조선 후기 궁중을 중심으로 유행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요지연도' 중 대표적인 작품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경기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18~19세기에 제작됐으며 이번에 첫 공개하는 ‘요지연도’는 이 중에서도 비교적 고식(古式)에 속하는 것이다.

요지연도의 공통 특징은 서왕모와 목왕 앞자리에 잔치상(찬탁, 饌卓)이 놓인다는 점인데, 이번에 전시되는 ‘요지연도’는 찬탁 대신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시녀들을 배치해 연회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 것이 특색이다.

이번 전시에는 또한 근대기에 제작된 <신선도> 12폭 병풍을 함께 전시해 관람객이 조선후기 궁중 신선도의 시기적 변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 병풍의 화폭마다에는 중국 고사(故事)에 등장하는 길상적인 의미를 지닌 신선들이 묘사돼 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신선도는 궁중과 민간에서 복을 기원하고 무병장수의 소망을 담은 장식화로 꾸준히 유행했다. 먹의 번짐 효과를 극대화한 발묵법(潑墨法)으로 그린 근대기 도석인물화(道釋人物畵, 도교의 신선(神仙)이나 불교 관련 주제로 그린 인물화)의 특징을 보인다.

수군조련도 (사진 국립고궁박물관)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 왕실 군사력의 상징, 군사의례’ 특별전에서 미처 선보이지 못한 ‘수군조련도(水軍操練圖)’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수군조련도’는 19세기 말 제작된 것으로 경상도 통영에서 행한 삼도(三道)의 수군 훈련 장면을 그린 10폭 병풍이다.

조선은 임진왜란 이후 대규모 해상 전투에 대비한 훈련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통영에 삼도수군통제영(三道水軍統制營)을 세우고, 매해 봄과 가을에 합동 해상 훈련을 개최하였다.

이때는 통영으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의 삼도 수군이 모두 모였으며, 수군조련도는 이 모습을 기록한 그림이다. 그림을 통해 조선 후기 해상 전투를 위한 배(전선, 戰船)의 모습과 수군의 배치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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