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중국적의 '선의와 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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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중국적의 '선의와 악의'
  • 동아일보
  • 승인 2003.03.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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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을 장관으로 영입해야 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국제화 시대에 이중국적 보유에 대해 닫힌 사고를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해외 동포들이 고국에 기여할 기회를 갖기 위해 이중국적 보유를 법적으로 허용해달라는 건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적법상 이중국적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병역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중국적을 보유한 내국인이 많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자녀를 미국 영주권자로 만들어 병역 면제와 미국 유학시 학비 감면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일부 중상류층에서는 원정출산 러시 현상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이러한 세태를 방치하다 보면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는 젊은이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지 않을지 걱정이다.
논란을 빚고 있는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의 경우 장남이 미국 영주권 보유자로 1998년 병역 면제를 받았지만 진 장관은 2001년 미국 영주권을 포기해 이번에 장관으로 임명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에서 대학을 마치고 연구원 생활을 할 때 태어난 아들이므로 원정출산과는 다르다는 의미에서 ‘악의 없는 이중국적’이라고 감싼 것 같다.
노 대통령의 말뜻은 이해하겠지만 이중국적을 취득한 의도를 명확하게 선의와 악의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미국 체류 중 온 가족이 이중국적자가 됐다가 고국에 돌아와 편의에 따라 아버지와 아들의 국적이 왔다갔다했다면 고위 공직자가 되기에는 도덕적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대통령민정수석은 “법무부 장관과 달리 정통부 장관은 검증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를 폈으나 설득력이 떨어진다. 법무부 장관은 흠결이 있으면 안 되고 정통부 장관은 괜찮다는 말인가. 이런 식의 이중 잣대는 공직자 검증의 기준과 국민의 판단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이번 기회에 이중국적자 처리에 관한 법규를 명확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장관과 같은 고위직에는 보통 사람보다 엄격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적용돼야 한다.

[] 2003-03-05 () 02면 926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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