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할랄식품 진출은 이슬람권 한식 현지화의 열쇠
상태바
[기고] 할랄식품 진출은 이슬람권 한식 현지화의 열쇠
  • 양상근 주이집트한국문화원장
  • 승인 2020.11.04 11: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상근 주이집트 한국문화원장
양상근 이집트한국문화원장

매번 카이로에 위치한 한국음식점을 갈 때마다 필자에게는 예전에 없던 습관이 하나 생겼다. 바로 식당 손님 중 현지인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리는 것이다. 현지에서 열심히 한국문화와 한국음식을 홍보하고 나면, 그 결과를 가늠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해, 카이로 소재 한국음식점들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금년도 상반기는 수개월간 지속된 통행금지 및 영업규제로 인해 일손을 놓고 하루빨리 일상이 회복되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다행히 영업이 재개된 이후 찾은 한국음식점은 예전만큼은 아니어도 다시금 활력을 찾고 있다. 주된 고객인 한국인들과 함께 히잡을 쓰고 라면과 김밥, 떡볶이를 찾는 현지인들 역시 오래 기다렸다는 듯 그들만의 단골 좌석을 다시금 메우고 있다.

이렇듯 현지인들도 좋아하는 한식을 비단 한국식당뿐만 아니라 현지인 생활 속에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그동안 주이집트한국문화원은 한식의 현지화를 위해, 한식을 주된 한국문화 홍보 콘텐츠 중의 하나로 선정해 매년 강좌 프로그램과 함께 다채로운 이벤트를 진행해 왔다.

금년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온라인을 통한 요리강좌와 함께 한식 콘테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은 예상외로 뜨거웠다. 

예년의 오프라인 한식강좌의 경우, 물리적인 한계로 인해 수십 대 일의 경쟁을 뚫은 10명 내외의 수강생만 참여가 가능했지만, 온라인으로 두 차례 진행된 금년도의 경우, 실시간 시청자 200명, 누적 뷰어수 3천여회 등 기존 오프라인 홍보행사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보여줬다. 

특히, 현지인 주도로 마음껏 한식요리를 만들고 SNS를 통해 자랑할 수 있는 장을 제공했던 ‘2020년 온라인 한식 콘테스트’의 경우, 온라인 투표 참여자만 2만6천명에 달할 정도로 한식에 대한 현지의 수요와 반응이 얼마나 뜨거운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처럼 어렵게 마련한 한식의 현지화 모멘텀을 어떻게 해야 현지에 잘 뿌리내리고 확산시킬 수 있는 것일까? 아마도 그 정답은 현지인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안에 있는 듯하다.

주이집트한국문화원이 금년 9월 자체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수요자 측면에서 많은 현지인들은 라면 등 한국음식을 일반 식료품점에서 구매해 직접 해먹고 싶지만, ▲주변에 매장이 별로 없어 구매하기 어렵고(84%, 이하 복수 응답) ▲가격이 비싸고(74%) ▲할랄인증이 안돼 있다(40%) 순으로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슬람 문화권인 이집트에서는 할랄식품(이슬람 율법에서 무슬림이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한 음식)만 구매가 가능한데, 할랄 인증을 받은 한국식품에 대한 정보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측면에서는 한국의 할랄인증 기업의 경우,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비해, 이집트의 경우 수요가 크지 않은 데다, 종전까지 현지 진출을 위한 마땅한 계기도 없었기 때문에 시장개척에 적극적일 수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현지 유통업체 역시, 까다로운 현지 수입 통관 절차 등으로 인해 한국 기업으로부터의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는 대신, 인접 국가로부터 보따리 무역 방식으로 라면 등 할랄식품을 구매해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유통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이 나라의 잠재된 한국음식 소비자들이 보다 많은 한국식품을 애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집트 국민을 대상으로 한국의 할랄인증 식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상품 박람회 등을 통해 한국의 할랄인증 기업의 현지 진출 계기를 마련하고 ▲이집트 바이어 그룹과의 B2B 매칭 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유통체계를 지원하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이에 이집트 한국문화원은 ‘K-할랄푸드 페스티벌’ 행사를 마련해 오는 11월 9(월)부터 21일(토)까지 다양한 제품들을 문화원 유튜브 채널을 통해 홍보할 계획이다. 한국에서는 농심, 삼양 등 7개 업체가, 이집트에서는 대형 체인마트 등 8개 유통업체가 이번 행사에 참여한다.

한 나라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소개할 때에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나의 것이 소중한 만큼 남의 문화에 대한 배려와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것들이 충족될 때 우리 문화에 대한 수용성 또한 한층 높아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면에서 이번 할랄식품 전시회는 단순히 우리 제품을 현지에 소개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슬림들의 식문화를 존중하고 그들이 원하는 부분을 세심히 챙겨준다는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아직은 한국 식품의 진출 기반이 미약하지만 이러한 작은 노력이 쌓여 현지에서 한국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를 통해 이 나라에 한식의 현지화가 널리 확산되길 기대해 본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