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가입 협상을 시작하는 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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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가입 협상을 시작하는 터키
  • 김상진
  • 승인 2004.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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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일전 12월 18일, 유럽연합의 정상들이 모여 터키의 EU 가입을 위한 협상을 시작 할 것인지 여부를 놓고 열띤 토론과 협상끝에 2005년 10월 부터 터키의 EU가입 여부를 협상 할 것을 결정 한바 있으며, 이 내용은 언론을 통해 대부분 알고 있는 사항일 것으로 생각하여 상세한 언급을 피하겠습니다.

터키의 타입 엘도안 수상의 표현대로 "41년간 기다려온 EU 가입의 기회가 이제 실현될 단계에 왔다."라든지, 미국의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터키로 보낸 축하와 같이 "터키의 승리" 등의 자극적인 표현들이 신문과 방송의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터키의 주식시장은 상승행진을 계속하였지요.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과연 이것이 터키의 승리요 축하만 해야 할 일인가를 다시한번 냉정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자는 그동안 이곳을 통해서도 몇차례 터키의 EU 가입과 관련하여 글을 쓴 적이 있으며, 그 내용은 부정적인 면이 대부분이었던 것을 기억 하실 것입니다.
같은 주제로 몇번에 걸친 글을 쓰거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 그리 유쾌한 일이 아니라 생각해서 이번 글로써 당분간 터키와 EU 와의 문제에 대한 주제는 다루지 않을 생각입니다. 지금 터키에서는 아직도 이 문제가 정치권의 가장 핵심적이고 뜨거운 토론의 대상이 되어 있기에 저도 한번더 이 문제를 다룹니다.

12월 18일 터키의 EU가입 협상을 한다는 소식이 발표된 이후에 만난 터키의 중간급 공무원을 만났고, 그가 갖고있는 생각은 터키의 EU 가입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이런 말 까지 하더군요. "터키에는 숨어있는 비토 세력이 있다."

사실 터키에 살면서 만나본 많은 터키 사람들의 입장도 터키의 EU 가입을 일방적으로 환영하는 일색은 아니더군요. 상당수 사람들이 EU 가입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음을 체험적으로 알수 있었습니다.

그 이유중 하나는, 터키의 정체성을 잃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터키는 오랜 역사를 지닌 민족으로 비잔틴 제국을 무너뜨린 세계적인 대 제국의 이뤘던 자부심과 함께, 유목민족 특유의 동족/동류의식 과 이슬람이라는 종교/전통적 유대관계를 EU 가입 이라는 이유로 포기해야 한다는 것과,

제 1차 세계대전 이후 오스만터키 제국이 멸망하고 공화국으로 재 탄생한 이후
근대화와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지리적/역사적으로 얽힌 주변국들 및 소수 민족들 간의 이해관계와 갈등을 완전히 해소 할 수 없었기에 지금까지 주변국들과 소수 민족문제 갈등의 불씨를 안고있는 터키로써는 EU 라는 기독교 주류및 이문화의 주도하에 연합된 EU 에 가입할 경우 터키가 너무 많은 것을 잃고 희생한 이후에 결국 남는 것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염려 하는 듯 합니다.

사실 EU는 터키가 EU 가입을 사실상 성취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과 여론이 다수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EU는 터키로 부터 무엇을 얻기위해 이번 협상개시 결정을 한 것일까요?

1. 터키와 주변국 (그리스, 아르메니아, 이라크및 중동)들과의 얽힌 국제적 문제와 분쟁들을 해결하기 위해 협상의 수단으로 터키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 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 이번 EU정상회담의 주 의제가 터키와의 EU가입 협상 개시였는데, 시작과 함께 제일 먼저 상정된 안건이 사이프러스 문제였던 점이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남북으로 갈라졌던 사이프러스가 남쪽(그리스령)사이프러스 중심으로 통일하고 함께 EU 가입을 결정한 것에 대하여 터키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있는 점에서 이에대한 터키의 양보 내지 포기를 받아내고자 했던 것이다.

2. 사이프러스 문제를 터키의 전폭적인 양보로 해결이 되는 순간, EU는 다른 카드를 내 보일 것이다. 아르메니안 대학살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등장 시킬 것이며, 그로인해 터키의 대외적 이미지와 체면에 엄청난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3. 아르메니아 문제가 어떻게든 마무리 된 다음에는 그리스와의 불분명한 영해문제를 제기 할 것이 예상된다. 에게해에는 그리스와 터키간의 영해가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붙어있고 이로인해 분쟁및 상호 전쟁의 발발 가능성이 늘 우려되어 왔으며, 특히 이곳에 엄청난 양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는 소문과 함께 양국간의 영해및 국경문제 발생이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4. 그 밖에도 여러가지 크고 작은 문제가 터키와의 EU 가입 협상 과정에서 카드로 사용될 수 있으며, 이로인해 터키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며, 터키의 현 정부가 지금과 같이 전폭적인 국민의 기대와 지지를 받고있는 상황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난관들을 터키 국민들의 민심 동요없이 처리해 나갈 수 있을지 의문과 우려가 되지 않을 수 없다.

5. 그러나 그 어떤 문제 보다도 마지막 카드로 터키를 혼란스럽고 어렵게 만들수 있는 문제는 "쿠르드 분리 독립" 내지는 "쿠르드 자치"라는 카드일 것이다.
이 문제 만큼은 터키가 어떤 희생을 치뤄서라도 거부 할 것이 예상되며, 그로인한 파장과 국론 분열은 터키의 장래에 가장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다.
하지만 이 파도와 장벽을 넘지 못하면 터키는 결국 EU 가입 협상에서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 되어진다. 그렇기에 EU는 터키를 협상테이블에 불러 들여도 결과적으로는 터키가 많은 희생과 양보후에도 결국 EU 가입에서 스스로 물러 날 것이라 낙관적인 전망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터키의 선택은 정말 가시밭일 것이라는 것이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문제는 가시밭이라도 헤쳐 나갈 국민적 합의와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터키 안에서 바라보는 필자의 시각으로는 가시밭길 보다도 더 험하고 힘든 길을 택한 터키... 또 그 길 이외에는 더이상 선택할 길이 없는 현 정부의 정치적 상황. 미국과 유럽에서 터키를 견제하고 압박하는 정치적 전략등으로 인해 터키의 입지는 좁아질 수 밖에 없으며, 터키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그 어느때보다도 수치적인 안정을 찾고있는 이때에도 터키의 장래에 대한 낙관을 할 수 없는 이렇게 많은 변수들을 보고 있기에 마음을 놓을 수 없는 현실 입니다.

산넘어 산 이라는 표현대로 터키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고 높습니다. EU 가입을 포기하라고 권하고 싶은 심정도 있읍니다만, 현 정부로써는 EU 가입 이라는 카드를 포기할 수 없는 국내적 상황이 너무 심각하고 절실 하다는 입장도 이해할 수 있기에 현 싯점에서는 그리 적절한 조언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부디 바라기는, 진정으로 터키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젼을 제시하되 솔직하고 당당하게 현 정부의 입장을 밝히고 국민적 합의를 이뤄 내야 할 것입니다만, 터키의 현 상황과 터키인들의 자존심을 생각할때 이 또한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하며 그저 상황의 진전을 조심 스럽게 지켜 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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