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변화하는 아랍 : 의식구조와 종교성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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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변화하는 아랍 : 의식구조와 종교성의 변화
  •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 소장
  • 승인 2020.07.3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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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

아랍국가와 부족들의 다양한 의식구조와 세계관

최근 아랍 뉴스를 보니 리비아 남부에서 주민들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무시해 사망자와 감염률이 높았다고 한다. 더구나 감염된 후 또는 사망 후에도 바이러스 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를 거부했다고 한다. 그 원인을 알아보니, 리비아 남부 주민들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고 시신을 씻는 전통적인 장례 의례를 고집해 바이러스 감염자가 늘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우리 문화가 아랍 문화와 유사하다고 하나 아랍에서 오래 살다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아랍 국가마다 인종이 다르고 문화가 다양하다. 더구나 아랍인들의 의식구조와 세계관이 우리와 다르고 국가의 방침에 대한 국민들의 호응도도 우리와 다르다.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100%가 외출 시 마스크를 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거의 대부분의 국민들이 정부의 시책에 적극 호응한다. 하지만 아랍인들은 나라마다 부족이 다르고 또 국가와 부족 간의 관계에 따라 시민들의 정부에 대한 입장과 태도가 다르다. 

따라서 아랍세계를 잘 이해하려면, 아랍의 역사, 종교, 언어와 문화, 정치, 경제, 사회, 철학은 물론 아랍인들의 의식구조(공일주, 한국인과 소통을 위한 아랍 문화, 세창 출판사 참조)의 변화와 종교성의 변화도 잘 알아야 한다.

이라크인의 의식 구조 변화: 오랜 전쟁으로 죽음을 당연시

이라크는 2003년 이후 전쟁과 IS 테러를 겪으면서 죽음을 당연한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라크와 이란의 전쟁(1980~1988년) 이후,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걸프 전쟁이 발발했고 그 뒤로 이라크 의료 체계가 붕괴됐으며 의료 상황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란과 이라크 전쟁에서 수십만명의 이라크인들이 전사했고, 2003년 제2차 걸프전과 미국의 침공 그리고 이슬람 국가(IS) 조직과의 전쟁에서 사망자가 속출했다.

이라크는 2006년 총선에서 시아파가 다수 의석을 차지했고 시아파 정권이 시민들의 시위를 진압하면서 수백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런 역사를 거치면서 이라크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고 한다. 

이라크의 모술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 리야드는 “이라크인의 인성은 전쟁과 경제 봉쇄 그리고 정치, 사회, 경제의 변화와 같은 위기 상황과 연관된 특징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이라크인들은 심각한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진지한 관심을 두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다혈질과 빠른 감정 폭발, 부족의 이익에 과도하게 편향돼 성품이 절제되지 못하는 사람이 많아졌을 뿐만 아니라 이중적인 태도와 종교적인 사상이 이라크인들로 하여금 심각한 위험을 개의치 않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2014년부터 IS조직과 3년간 싸우면서 수천명이 사망했고 이로써 이라크인들은 죽음과 매일 함께 했기 때문에 코로나19가 퍼지기 시작했을 때에도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고 결국 이라크에서 일하는 우리 국민들이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되기도 했다. 

심리학과 교수 칼리드 알함다니는 이라크인들이 계속된 좌절감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관심하게 됐으며, 이런 험한 세월을 거치면서 자신들은 고난에 면역이 생겼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지금 이라크인들은 어려운 경제 상황과 잦은 시위 그리고 의료 및 방역 장비의 부족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카타르 청년들의 종교성 변화

아랍어로 종교라는 말을 ‘딘’ 또는 ‘디야나’라고 한다. 그러나 전문적인 의미로서 딘과 디야나가 서로 다르다. ‘딘’은 알라에게 항복하고 말과 행동으로 그를 예배하며 무함마드의 율법(샤리아)에 있는 교리와 율법, 명령과 금지를 믿는 것을 가리키고, ‘디야나’는 알라에게 예배하는 것의 모두, 또는 인간이 타다이윤하는 것의 모두를 가리킨다. 그리고 아랍어 ‘타다이윤(종교성)’은 세상에서 ‘딘’을 이행하는 것을 가리키므로 사람들이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을 가리킨다. 

결국 우리가 이슬람 종교를 잘못 인식하는 이유는 ‘딘(종교의 텍스트)’과 ‘타다이윤(사회에서 그 종교를 실천하고 이행하는 것)’을 동일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 아닐까? 신이 법으로 정한 가르침 그 자체(딘)와 그 가르침을 법으로 알고 생활 속에서 지키는 것(타다이윤)은 현실에서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하면 이슬람 종교의 가르침(텍스트)과 무슬림이 세상에서 그 종교를 이행하고 실천하는 것을 그들이 어떻게 이해하느냐에 따라 이슬람과 무슬림에 대한 인식과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아랍 청년들에게 ‘타다이윤’이 사라지고 있다거나 새로운 세대가 ‘타다이윤’의 특성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말이 아랍에서 화두가 된 지 오래다. 카타르의 청년들이 상대가 ‘타다이윤’인지를 결정하는 요인을 알아본 설문 결과를 살펴보니, 규칙적으로 기도를 하지 않아도 ‘타다이윤’으로 간주할 수 있느냐에 대해 청년 중 여성은 27%가 그리고 남성은 12%가 동의했다. ‘타다이윤’에 대한 개념에서 카타르인 남녀가 인식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BBC가 두 차례 조사한 아랍인의 종교성 변화

아랍 무슬림들은 자신들이 권력을 잡기 위해 유권자들에게 ‘타다이윤(종교와 교리를 철저히 지킴)’ 하다는 것을 보이려 한다. 아랍 무슬림들은 기도를 엄격하게 지키는 것 또는 히잡을 착용하는 등 형식적인 것, 또는 자신의 종파만이 우위에 있다고 하는 것을 ‘타다이윤’이라고 생각한다. 

BBC의 자료(2013년과 2019년)에 따르면, 아랍인들은 더 이상 종교적이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자신이 비종교적(non-religious)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보면 튀니지는 30%가 넘고, 리비아는 25%가 넘는다. 자신을 비종교적이라고 한 사람들이 전 인구의 10%가 넘는 나라는 이집트, 모로코, 레바논, 알제리, 리비아, 튀니지 등이다. 

게다가 30세 이하의 아랍 청년들은 2013년에 비해 지금 이슬람 종교에 대한 입장이 현저하게 바뀌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보면 자신이 ‘타다이윤’ 하지 않다고 응답한 사람이 8%에서 13%로 증가했고 튀니지인의 1/3 그리고 리비아인의 1/4이고 모로코에서는 4배로 증가했다. 

이처럼 아랍인들이 의식구조와 종교성에서 큰 변화를 보이고 있었는데 우리는 여전히 판에 박힌 잣대로 아랍인과 아랍 세계를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되새겨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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