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자정야(政者正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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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정자정야(政者正也)
  • 황희재 민주평통 대만지회장 / 세계한인무역협회 부회장
  • 승인 2020.07.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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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재 민주평통 대만지회장 / 세계한인무역협회 부회장
황희재 민주평통 대만지회장 / 세계한인무역협회 부회장

季康子問政於孔子, 孔子對曰: “政者, 正也. 子帥以正, 孰敢不正?”
–論語 顔淵篇-

계강자가 공자께 정치에 관하여 묻자 공자께서 대답하셨다.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다. 선생께서 바름으로써 본을 보인다면 누가 감히 바르지 않겠습니까?” -논어 안연편-

누구나 이 세상에 태어나서 70~80년 주어진 생을 마치고 가는 것은 정해진 이치이다. 그 기간 동안 어떠한 삶을 살다가 갔는지는 사후에 후손들이 평가할 것이다.

인류에게 큰 빛을 남기고 간 위인이 있는가 하면, 평생토록 자기 한 몸 보전은 커녕 주변인에게 민폐만 끼치다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약관(弱冠)에 이르는 20대 초반까지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부모의 슬하에서 학습에 정진하다가, 사회인이 되면서 대부분은 경제적 활동을 통해 가정을 이루고,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생활하게 될 것이고, 그 중 성공한 일부는 명예를 얻어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훌륭한 일들을 해 경외의 시선을 한 몸에 받게 될 것이고, 또 그 중 일부는 권력까지 가지면서 이 세상에 한줌의 소금과 같은 발자취를 남기고 떠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들이 특히 남성 우월주의 사회에서 소위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정해진 순서가 아닌가 한다.

물론 개중에는 처음부터 세상을 구하고자 경제적 활동을 건너뛰어 바로 정치에 뜻을 두고 세상의 빛이 되고자 원대한 포부를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의 통속적인 부와 사치는 형이하학적 개념의 성취라고 판단하기에, 눈앞의 어렵고 일상적인 기준에서의 경제적 풍족함에 자유롭지 못하더라도, 자신의 꿈과 이상을 이루기 위해 당연히 감내해야 할 숙명으로 받아들여 왔을 것이다.

이들은 오직 그 누구도 쫓아갈 수 없는 도덕적 양심과 공정, 평등, 정의를 최고의 선(善)으로 인식하고 살아온 사람들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그들을 존경하고, 우러러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와 같은 이치는 만고에 불변하는 절대적인 진리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근자에 들어서 우리들이 목도하는 정치, 정치인의 모습들은 사전적 의미와는 상당한 괴리를 지닌다. 

조물주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한 사람에게 모든 복을 다 나눠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못난 사람도, 머리 나쁜 사람도 자신의 노력에 따라 그런대로 한 세상 살만한 생을 영위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근자에 들어와서 고위층이라 할 수 있는 권력을 잡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하나 같이 세상의 우연이란 우연은 모두 그들에게만 찾아드는 것 같은, 일반적인 상식으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현상들을 너무 쉽게 목격하게 된다.

그들이 늘상 주장해 왔던 정의, 공정, 평등과는 거리가 먼 현상들이 그들 2세들에게는 진학(유학), 병역, 취업, 심지어 경제적 부의 성취에 이르기까지 완전 독과점하는 현상들이 비일비재하다.

누군가 의혹을 제기하면 궁색한 변명을 늘려놓다가, 마지막에 가서는 결국 법적 하자가 없으므로 지탄 받을 대상이 안 된다는 것이 하나같은 반론이다.

참 답답하다. 과연 그들이 합법이라고 주장하던 일들이 우리 같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현실에서 적용되는 일이라면 당연히 그들의 주장을 믿고 지지했겠지만, 현실은 아니지 않는가? 우리는 법은 잘 모르지만 인간 세상에 통용되는 상식과 합리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할 만큼의 세월을 살아왔다.

이 정부에서 고위 공직자로 취임하기 위해 청문회를 거쳐간 수많은 인물들 중에서 여야의 지지와 인정으로 박수 받으며 청문회를 마무리했던 공직자는 오직 한 사람뿐이었던 것 같다. 그 분은 공직을 물러나서도 일반적인 국가 공기업, 혹은 대형 로펌에서의 안정한 일상을 누리며 삶을 영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실천하기 위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요즘 같은 세상에 어렵게 만날 수 있는 표리(表裏)가 동(同)하고, 언행(言行)이 일치(一致)하는 삶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경우를 제외하면, 누구도 크고 작은 의혹 하나쯤은 가진 채 국민 앞에 섰으며,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했던 모습을 보여왔던 것 같다.

그들의 공통점은 평생 경제적 활동이 거의 전무하면서도, 자신과 자식들에게는 일반인이 노력해도 누리지 못하는 경제적 여유와 더불어 권력으로 얻어지는 기회로 부와 명예, 권력이라는 종합선물세트를 동시에 누린다는 것이다. 

진영의 논리를 논하기에 앞서서, 인류 만고불변의 법칙인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열흘 붉은 꽃 없고, 십년 가는 권세 없다)’을 이들은 모르는 것일까? 달이 차면 기운다는 사실을 망각한 것일까?

2,500년 전에 살다 가신 공자께서는 이미 그 당시에 ‘정치’란 ‘바로 잡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오늘처럼 혼돈스런 세상에서 어려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진정한 정치인들이 하루 빨리 나타나기를 희망해 본다.

국민들은 이제 더 이상 옹색한 변명만 늘어놓으며 입으로는 공정을 외치면서, 정작 본인과 주변은 있는 기회, 없는 기회 모두 누리고 사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지 않는 그런 세상을 꿈꾸어 본다.

2,500년 전 공자님의 말씀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정치하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정자정야(政者正也)’의 깊은 의미를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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