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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새롭게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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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새롭게 시작하자 
  •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 대표 / 민주평통 운영위원 
  • 승인 2020.06.1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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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주도 탑다운 방식에서 국민·해외동포 참여한 다양한 교류로 지평을 넓혀나가야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
최광철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

북한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를 폭파해 버렸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 따라 그 해 9월 개성에 문을 연 연락사무소가 개소 19개월 만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그만큼 4.27판문점 합의문과 9.19평양선언이란 남북 정상 간 기본적 약속도 지나치게 미국 눈치보며 이행치 못한다는 남측 정부에 대한 북측의 불만이 누적되고 있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대북제재로 인해 누적된 경제난과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이중적 고통 속에서 증폭되는 주민 불만과 체제의 위기 속에 고강도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직접적 원인으로 얼마 전 탈북자 단체가 띄운 전단 일부가 접경지역에 떨어졌는데 이 전단에는 이설주 여사 등 북한 주민입장에서 최고 존엄을 모독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었고, 이 전단 내용을 본 북한주민들이 격앙하고 널리 퍼지면서 중앙에서도 북한주민의 감정을 통제하는 수준을 넘어서게 됐다고 한다. 

비록 남북 갈등 조장을 목적으로 하는 일부 탈북자들의 도발이지만, 심지어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이런 수준은 통제를 했는데 남북 긴장 완화를 약속한 문재인 정부가 수수방관 묵인했다는 점에서 북한당국으로서는 주민들에 대한 설득논리가 없었다고 한다. 여기에 식량난과 감염증의 이중적 고통 속에서 증폭되는 북측 내부 불만을 정리해야만 하는 북한 내부의 정치과정이 작동했다고 보여진다. 

대북 저자세란 적지 않은 비판을 뒤로 하며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불씨를 살리려 노심초사 노력해 온 문재인 정부로서도 연락사무소 폭파라는 북측의 비정상적 행위에 대해 비판의 발언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고, 이 상황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어찌할 줄 모르며 당황하고 실망한 듯하다. 

그러나 이 위기 또한 새로운 성찰의 기회임을 깨닫는 시간이 돼야 한다. 75년 분단의 여정 속에서 남과 북 모두는 결코 대결과 적대로 공존 번영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전쟁은 공멸이요, 평화가 경제이고 미래성장 동력임을 잘 알고 있다.

이 기회를 토대로 외교안보 당국자들의 대대적 교체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회담 결렬 이후 한국의 외교안보라인이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 국정철학을 담아 남북정상 합의의 이행 및 실천을 위한 굳은 의지나 지혜가 있었는지에 대해 적지 않은 비판이 있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전 과정을 슬기롭게 실천해 나가야 할 외교안보 라인의 무사안일이 큰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불파불립(不破不立), 폭파갱립(爆破更立)’이라는 말이 있다. 깨뜨리지 않고는 세울 수 없다는 뜻으로, 기존의 낡은 것을 부수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제 3년차로 긴 시간동안 보여준 기존의 외교안보 라인의 실력과 돌파력으로는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없음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오늘의 사건에서 우리 일반 국민들과 동포들도 그동안 남북미 정부 당국만의 탑다운 방식 해결에 지나치게 의지해 온 것이 아닌지를 자성해야 한다.

내 삶과 내 후손들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평화가 가져올 엄청난 번영의 비전을 눈앞에 두고서도 국민들과 해외동포들은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국가가 나에게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 전에 내가 국가를 위해 무엇을 했는가”를 자문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노력을 결코 정부당국에게만 짐을 떠맡겨서는 그 기초공사가 이렇게까지 견고하지 못할 수 있음을 깨닫는 시간이다. 이제는 십시일반 국민들도 나서고 해외동포들도 나설 때이다.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정부에서 하고, 민간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은 우리 각자가 십시일반 도와야 한다.

식량난과 코로나 감염증의 이중적 어려움으로 북한은 90년대 고난의 행군 때와 같이 올해 마이너스 6%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한다. 세계식량계획(WFP)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주민 43%가 영양실조 상태에 있고, 식량농업기구(FAO)는 북한의 보건위기가 식량위기를 가중시키는 위기 속의 위기 상황임을 지적했다. 

어려울 때 돕는 이웃은 평생 은인으로 기억된다. 모두가 어려운 팬데믹의 시기지만 가중된 식량난과 바이러스 감염병의 이중적 위기상황에서 고통 받는 북한동포들에게 보내는 우리의 작은 도움의 손길은 이들에게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다. 

미주민주참여포럼과 미주동포들은 북한주민들에게 보내는 민간차원의 인도적 지원노력의 일환으로 지난 5월말부터 ‘북한주민 COVID-19 의료용품 보내기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까지 6,000여만원이 모금됐다. 작지만 우리가 전달하는 작은 정성은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성공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민간차원에서의 우리의 도움의 손길은 북한의 마음을 열고 미국 당국의 마음을 열고 국제사회의 마음을 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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