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잘못 알고 불이행한 병역의무
상태바
[법률칼럼] 잘못 알고 불이행한 병역의무
  • 강성식 변호사
  • 승인 2020.06.16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강성식 변호사(법무법인 공존)

한국에서 출생한 한국 국적자였던 A는 4살 때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중학교를 마친 이후 가족들과 다같이 한국에 돌아왔지만, 한국어나 한국 문화에 익숙하지 않았던 A는 외국인고등학교를 다녔고, 고등학교 졸업 후에는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미국에서 대학교를 마치고 대학원을 준비하던 시점에, 병무청으로부터 병역의무를 이행하든지, 아니면 해외에 있음을 이유로 병역의무 연기를 허가받는 ‘국외여행허가’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A는 한국으로 들어와 입대신청을 했다. 그러나 그 당시 세계적인 금융위기 사태로 인해 입대지원자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병무청에서는 입대까지 1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을 했다.

입대를 하려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 놓인 A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알아보던 중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게 되면 국외여행허가를 받아서 합법적으로 병역을 연기하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에 대학원에 입학한 후 2년간의 국외여행허가를 받아 미국으로 출국했다.

이후 졸업이 연기돼 1년간 국외여행허가를 추가로 더 받았는데, 6개월 만에 졸업한 A는 미국에서 직장을 구하게 됐다. 비교적 큰 회사에 안정적인 직장을 갖게 된 A는, 회사와 연계된 미국 로펌에 본인이 미국에서 계속 체류하기 위한 미국 비자 문제를 의뢰했고, 그 미국 로펌에서는 A에게 취업비자를 받아줬다. 그러면서 그 미국 로펌의 미국 변호사는, 그 취업비자를 받은 사실이 아마 한국 정부에도 통보가 될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이에 A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미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아 적법하게 체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병역의무도 자연히 연기가 됐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국외여행허가기간이 끝나갈 무렵, 병무청으로부터 국외여행허가를 연장하거나 한국으로 귀국하라는 이메일을 받았지만, 아마도 미국 정부가 아직 취업비자를 받은 사실을 한국 정부에 통보하지 않아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해버리고,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후 A는 미국에서 미국인 배우자와 결혼을 했고, 사업체를 열어 사업을 했다. 이후에는 병무청으로부터 이메일이나 별다른 통보를 받지는 못했기 때문에, A는 정말로 병역의무는 문제없이 연기됐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국 여권이 만료되어 여권을 갱신하기 위해 한국 대사관에 문의를 하자, 여권 갱신이 되지 않는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미국 여권을 받게 됐기 때문에 그 부분도 크게 신경쓰지는 않았다.

그러나 위 국외여행기간이 끝난 후에도 A가 귀국하지 않자, 병무청은 A를 병역법 위반죄로 고발한 상태였으며, 법원에서는 A에 대한 체포영장도 발부한 상태였다. 그리고 A가 귀국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외교부장관은 여권법 제12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A에 대한 여권발급도 제한한 상황이었다.

제12조(여권의 발급 등의 거부ㆍ제한) ① 외교부장관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람에 대하여는 여권의 발급 또는 재발급을 거부할 수 있다. 
1. 장기 2년 이상의 형(刑)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起訴)되어 있는 사람 또는 장기 3년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로 인하여 기소중지되거나 체포영장ㆍ구속영장이 발부된 사람 중 국외에 있는 사람

이러한 상황을 모른 채, A는 발급이 가능했던 미국 여권을 소지하고 한국에 입국했는데, 입국한 다음날 바로 경찰들이 집으로 찾아왔고, 체포영장이 집행돼 결국 경찰서 유치장에 갇혀서 조사를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A는 우리 법무법인에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 법무법인은 A가 국외여행허가를 받지 않고 미국에서 계속 생활한 것은 잘못이 분명하나, A가 법을 잘 알지 못했고, 안정된 직장과 가정이 있어 도주우려가 없다는 점을 주장해 법원의 구속영장이 나오지 않도록, 즉 A가 감옥에 갇혀서 재판을 받지 않게 도와줬다. 이후 A는 본인의 실수를 뉘우치고, 반성하는 태도로 성실하게 조사 및 재판을 잘 받은 후,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미국으로 출국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남성들은, 유학 등의 이유로 해외에서 생활하더라도 병역 문제가 없는지 병무청이나 전문가에게 한 번 더 확인해 처벌받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법률칼럼’에서는 재외동포신문 독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평소 재외동포로서 한국법에 대해 궁금했던 점을 dongponews@hanmail.net 으로 보내주시면, 주제를 선별하여 법률칼럼 코너를 통해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관련기사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