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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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첩’ 전시
  • 이현수 기자
  • 승인 2020.05.12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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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도가 담아낸 조선 후기의 일상 속 활력과 유쾌함 

내년 5월까지 상설관 2층 서화실에서 전시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1745~1806 이후)의 ‘단원풍속도첩’ 중 7점을 내년 5월까지 상설관 2층 서화실에서 전시한다고 5월 12일 밝혔다.

‘단원풍속도첩’은 김홍도가 그린 풍속화 25점이 수록된 화첩으로 보물 제527호로 지정돼 있다. 그동안 국내외 주요전시에 출품 요청이 끊이지 않았지만, 작품의 보존 때문에 한 번에 여러 점을 감상하기 어려웠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씨름’, ‘무동’, ‘논갈이’, ‘활쏘기’, ‘노상 풍경’, ‘베짜기’, ‘그림 감상’ 등 7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김홍도는 도화서 화원으로 활약하며 산수화, 화조화, 도석인물화 등 다양한 화목(畫目)의 그림을 제작했다. 그는 대부분의 장르에서 뛰어난 그림 실력을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서민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풍속화로 널리 알려졌다.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씨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그가 서민들의 놀이문화를 그린 ‘씨름’과 ‘무동’은 명작으로 꼽힌다. ‘씨름’에서 원형구도를 사용해 중앙에 씨름꾼을 그리고, 주변에 구경꾼을 그려 넣었다. 바닥에 편안하게 앉아 관전하는 인물들의 배치와 저마다의 생생한 표정 덕분에 감상자도 마치 씨름을 직접 보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무동’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무동’에서는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어린 아이의 춤사위에 저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논갈이’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논갈이’에서는 두 명의 농부가 밝은 표정으로 겨우내 언 논바닥을 갈아엎고 있다. 힘든 농사일이지만 쟁기를 끄는 소들의 활기찬 움직임이나 웃옷을 벗고 땀 흘리는 일꾼의 모습은 노동 현장의 건강한 활력을 잘 전달한다.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노중풍경’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는 마치 스냅사진을 찍듯, 현장의 순간을 포착하면서 인물간의 심리도 놓치지 않았다. ‘노중풍경’은 길거리에서 부딪친 일행을 묘사한 그림으로, 매우 드문 소재이다.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행려풍속도병’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김홍도는 나귀를 타고 다니며 직접 본 조선의 풍정을 8폭 병풍에 담았는데 ‘행려풍속도병’(1778)에는 ‘노중풍경’과 유사한 장면이 포함돼 있다. 섬세하게 산수와 인물을 그린 병풍 그림과는 달리, 화첩 그림에서는 배경 없이 주요 장면만을 간결하게 묘사했다. 말을 탄 젊은 선비는 맞은편의 앳된 아낙을 부채 너머로 은근슬쩍 훔쳐보고 있고,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아낙은 부끄러운 듯 장옷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들 사이의 미묘한 심리와는 관계없이, 중년의 가장은 아이와 닭이 든 짐을 메고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조선후기 화가 단원 김홍도의 ‘단원풍속도첩’ 중 ‘활쏘기’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활쏘기’에서도 인물간의 흥미로운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침착한 표정의 교관은 활쏘는 인물의 자세를 교정해주고 있고, 활시위를 당기는 이는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들의 훈련과는 관계없이 오른편의 인물들은 화살과 활시위를 각각 점검하며 자신의 일에 몰두해있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올 봄,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서로간 거리를 두었지만, 그 시간 동안에 삶의 의미와 인간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었다”며 “다시 문을 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평범한 삶에 대한 김홍도의 애정어린 시선을 느껴보고 그 소소한 행복을 함께 나눠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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