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쌍기역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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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쌍기역 이야기
  • 조현용 교수
  • 승인 2020.04.0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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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쌍기역은 이름에서도 논란이 있습니다. 기역을 겹쳐 놓은 것이기에 ‘쌍’이라는 말을 붙였겠지만 쌍(雙)은 한자어입니다. 굳이 우리말 자음의 이름을 만드는데 한자를 쓰는 게 좋을까에 대해서는 의문입니다. 북한에서는 ‘된기역’이라는 말을 씁니다. 된소리로 나니까 된기역인 셈입니다. 이름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남북의 지혜를 모아야 할 겁니다. 

쌍기역은 기업 등에서 특강의 재료로도 많이 쓰입니다.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어휘가 성공에 필요한 조건이라고 말하는 겁니다. ‘끼, 깡, 꾼, 꾀, 끈, 꿈, 꼴’ 등의 어휘를 제시하고, 그에 맞게 의미를 부여합니다. 쌍기역이라는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 무리를 한 느낌도 듭니다만, 그 덕분에 쌍기역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쉽게 기억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 제시한 7개의 어휘가 성공의 조건으로 여겨지나요? <성공한 사람들의 일곱 가지 습관>과 같은 책에서 영향을 받아서인지 7을 강조합니다만, 숫자는 큰 의미가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7가지 성공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서 억지로 어휘를 담은 느낌도 있습니다.

저에게도 성공을 위한 쌍기역을 고르라면 우선 ‘꿈’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꿈꾸지 않으면 내 것이 되기 어렵습니다. 힘들수록 꿈을 꾸어야 합니다. ‘끼’는 타고 난 것처럼 말하지만 발전시키는 것이기도 합니다. 숫기가 없던 사람이 사람들 앞에서 활발하게 일하는 것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끼는 원래 기운의 의미입니다. ‘기(氣)’를 강하게 발음한 것입니다. 없는 끼를 굳이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본인이 바꾸고 싶다면 조금 더 한 발짝 더 앞으로 움직여 보기 바랍니다. 기를 모으면 끼가 됩니다.  

‘꾀’는 지혜를 의미합니다. 꾀를 부리는 것은 좋은 의미가 아니지만 꾀가 있는 것은 좋은 겁니다. 꾀를 부리는 것은 다른 이를 힘들게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자기 일을 미루는 것이니까요. 반면에 꾀를 내는 것은 다른 사람을 편하게 하는 일입니다. 좋은 생각이 나에게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 좋은 꾀입니다. 그러고 보니 꾀 중에서는 안 좋은 것도 많네요. 대표적으로 ‘꾀병’을 들 수 있습니다. ‘잔꾀’도 자기를 망가뜨리는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면 자신을 해치는 일입니다.

그 밖에도 용기를 내라는 ‘깡’, 좋은 모습을 만들라는 ‘꼴’, 좋은 사람을 널리 만나라는 ‘끈’ 등은 잘 정리해 보면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종종은 이렇게 숫자로 정해진 어휘의 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합니다. 쌍기역이 아니라 기역도 니은도 다 가능할 겁니다. 같은 자음으로 시작하는 어휘를 골라보고,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정의와 의미를 부여해 보세요. 

한편 쌍기역 발음은 ‘꽉’ 막혀있는 느낌입니다. 꽉 막혔다가 터지는 음인데, 이 발음이 없는 언어가 많습니다. 일본인이 제일 어려워하는 발음 중 하나가 바로 된소리입니다. 서양언어에서도 된소리의 발음은 쉽지 않습니다. 혀끝에 힘을 주어 막는 음이기에 강조의 느낌이 있습니다. ‘꼭’이라는 단어나 앞에서 언급한 ‘꽉’의 느낌을 생각해 보면 됩니다. 손을 꼭 쥐고, 꽉 잡은 느낌입니다. ‘깎아내고, 꺾고, 끌어낸’ 느낌이 있습니다. ‘끝’이라는 말의 느낌은 어떤가요?    

쌍기역, 된소리 기역은 막힌 느낌도 있지만, 막힌 것을 뚫는 느낌도 있습니다. 그래야 끼도 생기고, 꾀도 나오고, 꿈도 생기지 않을까요? 끝이 마지막인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끝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끝까지 꿈을 깨뜨리지 말고, 꼭 이루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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