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주 한인사회, 지금은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을 도울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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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주 한인사회, 지금은 미국의 코로나19 방역을 도울 때
  • 서승건 재외기자
  • 승인 2020.03.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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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승건 재외기자
    서승건 재외기자

팬데믹에 이른 코로나바이러스

흑사병(黑死病)은 페스트균의 감염에 의한 급성 감염병으로 14세기에 전 유럽에 대유행하고 유럽 전체인구의 30~40%를 죽음으로 몰고 간 ‘페스트로 인한 대재앙’으로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1947년 출간된 알베르 카뮈의 작품 ‘페스트(Plague)’를 요즘 같은 상황에서는 한번쯤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이 작품은 페스트라는 감염병의 재앙을 마주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심리를 표현함으로 비극적인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지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에이즈, 에볼라, 사스, 메르스 등이 인간사회에 초래한 감염병의 재앙들을 단계적으로 여러 차례 겪어 왔는데, 그것은 자연 생태계가 인간사회에 주는 경고이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 즉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전보다 광범위하게 전 세계를 강타하며 대유행으로 퍼져가고 있다. 뉴욕 증시는 하늘이 무너진다는 최악의 블랙 먼데이를 맞고 있다. 흡사 14세기 대유행한 흑사병을 상상케 하며 세계 115개국에 퍼져 누적 확진자 12만 명을 육박하는 수준이 되었다.

모국을 돕고 싶은 한인사회

미주 한인사회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고생하는 모국을 걱정하며 어떤 방법으로든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자 동참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 재난에 조지아 한인 상공회의소가 마스크 보내기 성금을 모금하고 있다. 또한 민주평통 애틀랜타 협의회도 골프대회를 통해 모금된 기금의 일부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한국에 보내기로 했다. 선행을 실천하는 한인사회의 마음은 참으로 아름답다. 항상 그렇게 자발적으로 지속적으로 실천해 왔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한번쯤 발상의 전환을 해볼 만 하다.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과연 한국에 마스크가 없어서 우리가 마스크 보내기 모금 활동을 해야 하는가. 현재 마스크 구입은 한국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부는 마스크 구입에 관한 다양한 방안들을 시행하며 해결해가고 있다. 한인사회가 진행하고 있는 마스크 구입 성금과 관련 모금된 성금 액수도 중요하지만 단지 한국에 성금을 전달했다는 시각적 의미에 중점을 두어서는 안된다.

한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잘하고 있어 전 세계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초기에 많은 사람을 검사해서 확진자들을 찾아냈는데, 거기에는 검사키트 개발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한국의 의료기업들은 코로나 19에 대해 다양한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있으며 발 빠르게 세계로 향하고 있다.

현재 한국정부가 시행중인 ‘RT-PCR’ 검사법은 정확도가 높고 검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6시간이 걸린다. 의료제조 업체들이 개발한 다양한 항원 간편진단키트(COVID-19 Ag GICA Rapid)는 10분 만에 감염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항원 간단진단키트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자신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외부 노출 없이 집에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효용성이 크다는 해석이다.

지금은 한인사회가 미국을 도울 때

이런 상황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모금한 성금으로 한국의 의료제조업체를 통해 코로나19 자가검진 키트를 구입해 미국 정부에 무상으로 기증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미국을 돕는 것이 한인 커뮤니티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모국의 어려운 상황에 구원의 손길을 전달하는 의미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도 점차 코로나 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며 발병 범위도 미 전역으로 광범위하게 전파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의 대처 방안에 대해 놀라움을 표현하고 있으며, 감염자 선별에 필요한 검사 키트의 확보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10일 엘리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과 관련해 미국은 왜 한국처럼 한꺼번에 많은 검사를 진행하지 못하느냐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전염병은 무엇보다 초기 증상을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코로나19는 특히 전염성이 강해 초기증세가 있거나 증세가 없더라도 확진자의 행동반경 안에 포함 되었던 사람들의 감염 여부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면 추가 감염자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현재 코로나19는 미국 전역에서 확진자들이 나타나며 전염과 확산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우리들 주변으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 살고 있는 한인 커뮤니티도 불안과 공포를 느끼며 코로나19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인사회가 모금한 성금으로 한국의 의료제조업체로부터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구입하여 조지아 주지사에게나 아니면 의료기관, 질병센터 같은 곳에 전달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대한 한인 커뮤니티의 관심과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미 주류사회가 바라보는 한인 커뮤니티에 대한 이미지나 위상도 달라질 것으로 생각된다.

서승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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