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대회 어디로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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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회 어디로 가야하나
  • 이종훈
  • 승인 2004.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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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제주도에서 한상대회가 열렸다. 재외동포재단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대회 참가자는 1천550명으로 작년보다 30% 가량 늘었고, 수출입 상담 건수는 작년의 2.6배인 450건이었으며, 상담 금액도 작년의 2배인 2억1천만 달러였다고 한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자평이다.

불과 3년 사이에 이 정도로 양적인 성장을 한 점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만큼 질적인 성장을 하였는지는 여전히 생각해볼 점이 많다. 회의석상에서 누군가 지적을 하였듯이, 3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원론적인 논의만 거듭하면서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리딩 CEO 포럼의 처지가 이런 상황을 잘 말해 준다.

한상대회의 참가자가 늘어나고 수출입 상담이 이뤄지는 일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한상대회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목표는 전 세계 한인 경제인의 공동 이익창출 기반을 닦는 일이다. 개별적으로도 뛰어나고 생존할 역량을 갖추었지만, 함께 모였을 때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뭔가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외형적인 실적을 중시하는 관료주의적 발상이 자꾸만 참가자가 몇 명이고, 수출입 상담금액이 얼마라고 하는 점에 집착하게 만들지만, 이러한 실적에 연연하다가는 정말 본질적인 목표를 잃어버릴 수도 있다.

화상대회에는 국가주석을 포함한 중국의 중요한 정관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그리고 매우 인상적인 연설로 화상들을 감동시키곤 한다. 이들이 참여해서 화상들에게 주는 이익은 바로 이런 무형의 가치다. 성공체험이 기업을 끌어가는 힘이듯이, 경제도 따지고 보면 정신이고 가치다. 한상대회가 지향하는 한상네트워크를 가능하게 하는 힘도 결국은 정신이다.

이런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한상대회는 여전히 유아기 수준에 놓여있다. 이번 대회에 노무현 대통령이 화상 메시지를 전해왔다. 왜 직접 참석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으니 외교부 장관도 산자부 장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국회 통일외교통상 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기존에 민간단체가 하던 한인 무역인 또는 상공인 대회나 지원할 일이지 왜 재외동포재단이 직접 나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리딩 CEO 포럼에 관해 한마디 한다. 리딩 CEO의 면면을 보면 간단치 않은 사람들이다. 이 정도면 대통령이 직접 이 포럼을 이끌어도 나쁘지 않을 듯 하다. 대통령이 이 정도 관심을 보인다면, 재외동포 기업인은 감동해서라도 한상대회에 참석할 것이다. 참가 희망자가 폭주하여 인원수에 제한을 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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