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삼일절 101주년과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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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삼일절 101주년과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
  • 김상욱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카자흐스탄지회장
  • 승인 2020.03.04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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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욱 민주평통 카자흐스탄지회장
김상욱 민주평통 카자흐스탄지회장

제101주년 삼일절을 맞아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도 기념식이 개최됐다. 고려극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1부 기념식 후 무대에 올려진 연극 ‘홍범도’였다. 몇 년 전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는 ‘날으는 홍범도’를 축약시켜 재상연한 것이다. 마침 고국의 삼일절 기념식에서 카자흐스탄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한다는 발표가 있어서 그 의미가 더했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방문 시 독립운동가 계봉우‧황운정 선생의 유해봉환은 이루어졌지만 홍범도 장군은 미루어졌었다. 이를 두고 동포사회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왔다. ‘해외에 있는 독립유공자들의 유해를 한국으로 모두 모으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는 반대의견에서부터, ‘찬성하지만 먼저 고려인 동포사회에 그 의견을 구해야 한다’는 신중론과 유해봉환을 적극 찬성한다는 의견까지…. 

찬성의견은 주로 독립유공자 후손들이 개진했는데,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후손들이 현실적으로 더 이상 선조의 묘역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로 봉환돼 한국 정부가 관리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었다. 

신중론으로는 카자흐스탄 동포사회에서 '홍범도는 구심점'이기 때문에 그 대체물로 기념관 등을 현지에 세워달라는 조건부 찬성을 말하기도 했다. 이는 주로 고려인협회 측의 논리였다. 이런 주장은 동포사회 전체의 희망사항인 것으로 국내에 전달됐다. 

그동안 역대 한국 정부는 여러 차례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을 추진했지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분단의 비극이 여기서도 발목을 잡았다. 홍범도 장군의 고향이 평양이라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유해봉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면 고향땅인 평양으로 가야 한다는 논리가 동포들의 공감을 받았고, 이후 장군의 유해는 남도 북도 아닌 현지에 남되 묘역을 성역화하는 것으로 결말지어졌다. 

그로부터 25년 세월이 지난 2020년, 봉오동 전투 100주년이기도 한 올해에 드디어 일이 성사됐다. 늦어도 한참 늦어졌지만 이제라도 이루어져서 다행이다.  

“살아서 못가면 혼령이 돼서라도 조선의 독립과 떠나온 고향산천을 보고 싶다”고 하셨던 독립투사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오히려 진작에 고국에 모시지 못한 우리들은 조국 광복을  위해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가들 영전에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한편, 고려인 동포들이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을 대가로 모국정부에 요청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것은 동포단체와 모국정부가 잘 협의하고 조율하면 되는 것이고,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유해봉환을 계기로 국내와 고려인 동포사회 모두가 홍범도 장군의 염원인 "조선의 완전한 독립과 자손만대의 번영"을 과연 잘 구현해 냈는지 뒤돌아보는 것이다. 

또한 카자흐스탄에는 홍범도 장군 외에도 수많은 독립투사들의 후손 157명이 살고 있다. 이 분들을 모두 한자리에 모아서 정성스런 만찬과 함께 “여러분들의 선조가 펼친 독립운동이 없었다면 오늘의 대한민국은 세워지지 않았을 것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와 같은 따뜻한 인사말을 해드린 후에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의 의미를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요컨대 독립운동가들의 염원이었던 ‘조선의 완전한 독립과 번영’을 우리가 과연 다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을지? 특히, 민족의 번영을 구가하기 위한 주춧돌이 바로 ‘한반도의 평화’인데, 한국전쟁 후 70년이 흐르도록 아직도 평화협정을 체결하지 못하고 남북의 군사적 대결구조가 계속되고 있는 한반도를 독립투사들은 어떤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분단이 지속되는 한, 단 한 명의 독립운동가도 지하에서 편히 눈을 감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이다.  

부디 이번 유해봉환이 고난으로 점철된 20세기 민족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100년은 8천만 한인이 함께 평화와 통일의 길로 뚜벅뚜벅 걸어가야 한다는 각성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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