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뉴욕주 새 운전면허증 정책 실행과 민권센터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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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뉴욕주 새 운전면허증 정책 실행과 민권센터 캠페인
  • 차주범 민권센터(뉴욕 한인‧아시안‧이민자 권익운동 단체) 선임컨설턴트
  • 승인 2019.12.2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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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범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차주범 민권센터 선임컨설턴트

미국 뉴욕주가 이민신분에 상관없이 모든 거주민에게 운전면허증 취득을 허용하는 새 운전면허증 발급 정책을 지난 12월 16일부터 시작했다.

새 정책은 2019년 6월 17일에 주 의회를 통과하고 주지사가 서명해 법제화된 ‘운전면허증 취득과 개인 신상 법(Driver’s License Access and Privacy Act)’ – 일명 ‘그린 라이트 법’이 6개월의 행정 준비 기간을 거쳐 실행된 것이다. 이로써 뉴욕주는 캘리포니아, 워싱턴, 버지니아 등에 이어 서류미비자에게도 운전면허증 취득의 문호가 열린 미국 내 13번째 주가 됐다.

본래 과거에는 미국에서 이민 신분이나 소셜(social) 번호 보유 여부가 운전면허 취득의 조건이 아니었다. 누구나 여권이나 크레딧 카드 등으로 신청 요건인 소정의 점수만 채우면 운전면허 신청이 가능했다. 그런데 2001년 9‧11 사건의 여파로 부시 행정부와 각 주들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이민자를 통제하고 기본권 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법률과 정책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2005년에 법제화돼 현재도 실행 중인 리얼 아이디 액트가 대표적이다.

2005년 민권센터 전신 청년학교가 이민자 단체들과 퀸즈 잭슨하이츠에서 공동 개최한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 정책을 요구하는 집회와 행진 (사진 민권센터)
2005년 민권센터 전신 청년학교가 이민자 단체들과 퀸즈 잭슨하이츠에서 공동 개최한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 정책을 요구하는 집회와 행진 (사진 민권센터)

뉴욕주는 2001년에 조지 파타키 전 주지사가 소셜 번호가 없거나 합법 이민 신분을 증명하지 못하면 운전면허증 신청과 갱신을 불허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당시 약 30만 명의 이민자가 파타키 주지사의 방침으로 갱신을 하지 못하고 운전면허증을 상실했다. 그러자 뉴욕시 일원의 65개 이민자, 사회단체들은 ‘평등한 운전면허 취득을 위한 뉴욕 연맹’을 결성해 운전면허 발급 정책을 원래대로 되돌리려고 캠페인을 전개했다. 민권센터의 전신 청년학교는 연맹의 활동을 이끈 상임위원회를 구성한 5개 단체의 하나로 한인 커뮤니티를 대표해 활동했다.

6년여에 걸친 캠페인은 결실을 맺어 2007년에 엘리엇 스피처 전 주지사는 행정명령을 공표하여 서류미비자에게도 운전면허증 취득을 허용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뉴욕주의 정책 변화는 전국적 주목을 받아 반이민 성향 정치인들의 집중포화를 맞은 주지사는 결국 3주 만에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스핏처에 이어 취임한 앤드류 쿠오모 주지사는 전향적인 운전면허 정책을 도입하는 행정명령의 공표를 주저했다. 이에 뉴욕주 일원의 150여 개 단체들이 ‘그린 라이트 뉴욕 연맹’을 결성해 주의회를 통한 법제화를 시도했다. 민권센터는 연맹 산하 상임위원회에 속한 유일한 아시안 단체로서 주 의원 대상 풀뿌리 로비 활동부터 올바니 주청사 방문 대규모 집회 참석까지 전방위로 활동했다.

2019년 민권센터가 상임 주관 단체의 하나인 '그린 라이트 뉴욕 연맹'이 뉴욕주 전역에서 이민자 3천여 명을 결집해 올바니 주청사 앞에서 그린 라이트 법안의 통과를 촉구한 대규모 집회 (사진 민권센터)
민권센터가 상임 주관 단체 중 하나로 소속된 '그린 라이트 뉴욕 연맹'이 2019년 뉴욕주 전역에서 이민자 3천여 명을 결집해 올바니 주청사 앞에서 그린 라이트 법안의 통과를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사진 민권센터)

한편 2018년 선거의 결과로 기존의 주 하원에 이어 주 상원도 민주당이 법안 통과가 가능한 수준으로 다수당이 되면서 개혁 입법안들이 통과될 수 있는 정치 구도가 형성됐다. 그린 라이트 연맹 소속 단체들은 2019년 연초부터 뉴욕주 전역에서 수천 명의 주민들을 결집해 올바니 주청사를 줄기차게 방문해 그린 라이트 법안의 통과를 요구했다. 마침내 그린 라이트 법안은 뉴욕주 하원과 상원을 차례로 통과하고 쿠오모 주지사가 즉각 서명하여 법제화됐다.

법안이 통과되자 업스테이트 지역 일부 정부 서기관들이 반발해 법률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실제 실행 여부에 촉각이 모아졌다. 그러나 법률 소송은 기각되고 뉴욕주 차량국(DMV)은 새 법률에 근거한 운전면허증 신청 방법과 준비 서류 목록 등의 구체적인 계획안을 발표했고 예정대로 12월 16일부터 접수를 시작했다.

실행 계획안에 따르면 소셜 번호가 없는 서류미비자가 운전면허증을 신청하려면 본인 증명, 나이 증명과 거주 증명을 모두 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증빙서나 증거물엔 1점부터 4점까지 점수가 부여되며 총 6점을 채우면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수 있다.

그린 라이트 법의 통과 직후 민권센터에서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 (왼쪽부터) 민권센터 마이클 오 이민 변호사, 차주범 선임 컨설턴트, 존 박 사무총장 (사진 민권센터)
그린 라이트 법의 통과 직후 민권센터에서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 (왼쪽부터) 민권센터 마이클 오 이민 변호사, 차주범 선임 컨설턴트, 존 박 사무총장 (사진 민권센터)

새 법률에 근거해 발행되는 운전면허증은 기존과 동일한 표준 운전면허증(Standard License)이며 리얼 아이디는 아니다. 따라서 이 운전면허증은 운전과 기타 용도로만 사용이 가능하며 2020년 10월부터는 국내선 비행기 탑승과 연방 정부 기관 이용 등의 리얼 아이디가 필요한 사항에는 사용할 수 없다.

그린 라이트 법에는 차량국에 개인 신상 정보를 제시하는데 따른 위험성과 불안감을 방지할 강력한 개인 신상 정보 보호 조항도 포함돼 있다. 운전면허증 신청 시 제시하는 증빙서들은 확인용으로만 사용되며 차량국은 원본 보관을 하지 못하고 스캔이나 복사도 하면 안 된다. 아울러 중범죄 등의 사안으로 판사가 서명한 영장이 없이는 사법 당국이나 이민단속국이 차량국에 운전면허증 취득자들의 정보를 요청할 수 없다. 또한 차량국은 새 법률에 근거해 신청인이 발급받은 운전면허증이 표준 운전면허증인지 리얼 아이디인지를 기록하지 못한다.

민권센터는 12월 10일과 18일에 두 차례의 긴급 설명회를 개최해 소속 커뮤니티 오거나이저와 이민 변호사가 운전면허증 신청 방법과 준비 서류 목록 및 신상 정보 노출에 따른 안전 문제를 안내했다. 아울러 매일 핫라인(718-460-5600)을 가동하여 연일 이어지는 문의에 응답하고 있다. 그린 라이트 법 실행에 관한 자세하고 포괄적인 정보는 민권센터 웹사이트(www.minkwon.org)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린 라이트 법 실행으로 이민자 보호 주를 천명하는 뉴욕주가 진정으로 이민자를 보호하는 정책을 시작했다. 앞으로 민권센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합법, 비합법 이민자를 가리지 않고 계속되는 반이민 공세에 맞서 이민자의 권리를 지키면서 2020년 선거와 인구조사에도 적극 참여하여 이민자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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