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주의 크레모보정착촌 김슬라바 환자의 치료비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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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해주의 크레모보정착촌 김슬라바 환자의 치료비 후원
  • 오재범
  • 승인 2004.1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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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15일 MBC 8.15 특집 생방송 '고려인 동포에게 희망을!'이라는 주제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로 고려인 동포들에게 온정의 손길을 보내주는 ARS와 모금운동을 펼쳐온 '고려인돕기 운동회(www.koreis.com 회장 황혜수)'와 '사랑의 열매'(사회복지 공동모금회 중앙회)는 한국에서 노무자로 일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러시아 연해주 크레모보 정착촌의 김슬라바(39세)씨에게 1천만원에 달하는 교통사고치료비 중 미납금 8백7십만원과 러시아 항공비용을 지원하였다.

이 전달식은 고려인돕기운동회 사무국장과 병원 관계자 및 환자 김씨 부부와 환자를 돌봐준 열방선교회 윤영숙 목사가 참석한 가운데 안양병원에서 11월 18일 오후 3시에 있었다.

이것을 시작으로 고려인 동포들에겐 유난히 춥기만 한 겨울이 따뜻한 겨울이 되도록 러시아 연해주 고려인 정착촌 월동식량지원, 크레모보정착촌 환자 수술비 지원, 중앙아시아 고려인 노인 복지시설 지원 사업 등 여러 지원 사업을 펼쳐갈 예정이다.

특히 이번에 지원 대상이 된 김 슬라바씨는 국내에 일반노무자로 와서 일하다가 불의의 오토바이 사고를 당했으나 조부의 호적이 대한민국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야하는 까다로운 재외동포법상의 재외동포 확인절차(함북지역 출신 고려인동포로서는 거의 불가능한 법 자체의 부조리)로 인해 동포로 인정이 되지 않고 있다.

또한 농사 외로는 특별한 기술도 없는 김씨는 정식 노무비자가 아닌 관광비자로 입국했기 때문에 외국인 신분으로서 의료보험대상이 되지 않아 1천 여 만원의 치료비를 감당해야했지만, 치료비를 내지 못해 러시아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국내에 억류되어(비자를 압수당한 상태였음)있어야만 하였다.

그러던 중 크레모보 정착촌에서 아이들은 아빠를 그리워하며 기다리던 세월이 훌쩍 1년이 지났다. 어쩔 수 없이 몸이 불편한 아내가 치료비를 벌어서 갚기 위해 자식들을 할머니에게 맡겨놓고 한국에 와서 공장에 다니며 치료비를 벌고 있다.

하지만 이 엄청난 치료비를 한 달에 80만원 받는 보수로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딱한 사정이었다. 다행히 이번 8.15특집 생방송 ‘고려인동포에게 희망을’에 이 사실이 알려졌고 1천 만원의 치료비 전액을 지원받게 되었다.

이번 김 슬라바씨의 경우 외로도 많은 고려인동포들이 재외동포로서 확인절차가 까다롭고 사실상 보호를 받을 수 없기에 3개월 관광비자로 한국에 입국해서 여비와 농자금마련 그리고 무엇보다 생활고 해결과 자녀교육비 마련을 위해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국내에서 일하고 있지만, 제 때에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또는 불의의 사고를 당해도 무방비로 버려져 방치되는 경우가 허다한 현실이다.

국내현실이 이렇다 해도 자신들의 나라에서는 과거에 중앙아시아 벌판에서 농사지어본 경험 외로는 특별한 기술이 없고 상업에 뛰어들 자본도 없어 극빈자로 살아가야 하는 고려인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상황에서 농업 인프라가 망가져 비젼 없는 땅과 씨름하거나 겨울추위를 무작정 견뎌내는 것 보다는 한국행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겨울을 맞아 농한기에 한국에 어떻게든지 입국하여 다만 몇 개월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애쓰고 있다. 많은 고려인동포들이 일자리를 구해달라는 호소가 전해지지만, 한국의 현실도 시베리야 대륙의 추위 못지않게 바라보는 시선과 관심의 냉랭함이 만만치가 않아 걱정만 앞선다.

속히 더 확실한 국가 정책적 협력과 지원 체계가 세워져 국가와 민족의 자산인 재외동포들이 값싸게 여겨지고 방치되는 일이 없기를 기대하며 춥고 어려울수록 더욱 따뜻한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다음 주에 귀국하는 김슬라바씨는 1년 6개월만에 만나는 두 아들이 많이 큰 모습을 보고 무척 행복해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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