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속이 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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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속이 상하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9.12.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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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속’과 ‘안’은 좀 다른 말입니다. 비슷해 보이면서도 다른 점이 있는 말입니다. 비슷한 말이 어떻게 다른지 알기 위해서는 같이 쓰는 말이나 반대말을 찾아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속의 경우는 반대말로 쓰이는 게 ‘겉’입니다. 속이나 겉이나 주로 대상에 붙어있는 말입니다. 겉이라는 표현도 표면이라는 의미로 대상의 바깥 부분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반면 안의 반대말은 주로 ‘밖’으로 표현합니다. ‘안팎’이라는 말로 함께 쓰기도 합니다. 밖도 붙어있는 경우를 표현할 때도 있지만 주로는 떨어져 있는 경우에 쓰입니다. 밖에 나갔다는 말은 가능하지만 겉에 나갔다는 말은 이상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속이라는 말을 쓸 때는 대상과 붙어있는 느낌이 강할 때 사용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물론 어휘라는 게 살아있는 미묘한 것이어서 상황에 따라 달리 사용되는 측면도 잊어서는 안 될 겁니다. 예를 들어 터널 안과 터널 속을 구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집안과 집 속, 머릿속과 머리 안 이런 표현은 어떻게 구별이 가능한가요? 몸속과 몸 안의 구별은 어떤가요? 복잡하지요. 구별이 되는 듯도 하고, 안 되는 듯도 합니다. 구별이 될 때도 설명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어떤 일을 설명한다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속이라는 말을 보면서 저는 마음속, 몸속이라는 표현이 생각났습니다. 속이라는 말이 대상과 붙어있는 것이라고 할 때 마음속은 마음과 떨어져 있는 게 아닙니다. 몸속도 마찬가지로 몸입니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은 마음속이 아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몸속이 아픈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몸속이 아픈 것도 몸이 아픈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속을 잘 보호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단순하게는 안주 없이 술을 마셔도 속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만, 내 속에서 썩어문드러지는 생각들 때문에도 속에 문제가 생깁니다.

이럴 때 쓰는 표현이 ‘속상하다’입니다. 속이 상했다는 의미로 상(傷)은 한자입니다. 상처(傷處)라는 말에 쓰이는 한자입니다. ‘상하다’는 말은 물건이 깨지거나 헐었을 때 사용하는 표현(표준국어대사전)입니다. 음식이 상하거나, 몸이 상할 경우에도 쓸 수 있는 표현이고, 감정이나 기분이 상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즉, 속상한 일이 생겨서, 속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내 속을 상하게 만드는 겁니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속이 상합니다.

보통은 말을 듣지 않는 자식이나 말을 듣지 않으시는 부모님 때문에 속이 상한다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속상함의 원인에 가까운 사람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수많은 고통스런 소식들이 우리의 속을 상하게 합니다. 타인의 고통이 내게로 와서 속을 썩게 만드는 것입니다. 불공평한 세상의 모습이나 세상 속에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속이 상합니다. 왜 세상은 좋아지지 않을까요? 왜 서로를 미워하고, 싸우고 기어코 헤치기까지 하는 건가요? 세상이 점점 우울해 지고,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모습을 우리를 더욱 속상하게 합니다. 어떻게 도울 방법이 없다는 점도 속상함의 원인이 됩니다.

그리고 속상한 마음을 나누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내 속이 속이 아니다.’라는 표현을 하며 삽니다. 참 무거운 말입니다. 어쩌면 내 속이 다 썩어서 편하지 못한 상태를 보여주는 말인 듯합니다. 속이 상하면 모든 것이 힘들어집니다. 몸속이 상하면 내 몸이 상하고, 그 상한 모습이 겉으로 드러나게 됩니다. 표정이라는 말이 그런 뜻입니다. 표정(表情)은 내 감정이 겉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속이 상하면 당연히 내 감정이 어두워지고, 그대로 겉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어두운 표정이 되는 겁니다. 도대체 웃지를 못합니다. 아예 낯빛이 검어지기도 합니다. 안타깝습니다.

마음속이 상하면 몸속도 상하고, 몸속이 상하면 마음속도 상합니다. 소화도 안 되고, 얼굴에 열이 나기도 합니다. 속상한 일이 좀 줄어서 내 겉모습도 조금씩 밝아지기 바랍니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는 이들도 조금씩 밝아지기 바랍니다. 상한 속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도 생각해 봅니다. 조금 더 밝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집착을 속에 쌓아 두지 말아야겠습니다. 옆에 있는 속상한 이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도 서로 도움이 되겠네요. 속이 편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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