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는 참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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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로 깨닫다] 우리는 참 다행이다
  • 조현용 교수
  • 승인 2019.10.2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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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조현용(경희대 교수, 한국어교육 전공)

세상을 살면서 어려운 일을 참 많이 만납니다. 몸에도 마음에도 병이 생기고, 주변에 친구나 가족에게 불행한 일이 닥쳐옵니다. 오죽하면 인생을 고해(苦海)라고 했을까요? 고통의 바다처럼 괴로움의 파도가 끊임없이 밀려온다는 뜻일 겁니다. 가만히 앉아서 생각해 보면 이런 고통을 이겨낼 자신도 사라집니다. 그럼 더 우울해 집니다. 아직 닥치지 않은 일도 걱정이 되어 괴롭힙니다. 올지 안 올지 모르는 일도 미리 당겨서 걱정을 하지만 힘든 생각을 피할 방법을 알지 못해 더 괴롭습니다. 걱정하지 않는 방법을 수많은 책에서 제시하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그렇게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증거일 겁니다. 감기약의 종류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일 수 있겠네요.

‘다행’이라는 말을 공부하다가 다행은 주로 불행한 일이 있을 때 쓰는 말이라는 것을 듣고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다행(多幸)이라는 단어는 행운이 많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그런 단어를 불행한 상황에 사용한다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가장 불행한 순간에도 우리는 행복을 찾고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불행한 순간조차도 우리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하기 다행이라는 말이 보여주는 세상입니다. 더 큰 불행을 맞지 않은 것만 해도 운이 좋은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난 어떤 일이 다행일까요? 다행이라는 말이 행운이 많다는 의미이니 우리가 갖고 있는 행운의 수를 세어보면 어떨까요? 받아들이기 힘든 분도 있겠지만 이 세상에 태어난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입니다. 수많은 실패를 뚫고 우리는 엄마, 아빠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런 말조차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 내가 괴로운데 태어난 게 무슨 행복인가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힘들어도 태어난 게 행운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나를 세상에 나오게 해 주신 분이 있다는 것, 나를 가엽게 생각해 준 분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부모님이 어떤 분이든지 감사해야 할 이유이기도 합니다. 

내가 행운임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은 누가 있을까요? 인간은 함께 삽니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참 다행입니다. 나를 위로해 주고, 내가 위로해 줄 사람이 있어서 말입니다. 나를 위로해 줄 사람이 잘 안 보인다면 내가 위로할 사람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주변에 나의 위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내가 정말 힘들다면 더 힘든 사람을 찾아 위로를 건네 보세요. 위로는 상호적이어서 위로를 하면서도 위로를 받습니다. 내가 위로를 받는 것도 두려워해서는 안 될 겁니다. 사실 우리가 힘든 것은 위로받는 것조차 두렵고 부끄러워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나를 위로하는 사람도 내게 위로를 받는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다행이다’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적이 부른 노래인데, 많은 이들이 무척 좋아한 노래였습니다. 멜로디도 좋았지만 특히 가사가 우리에게 공감을 주었습니다. 좋은 가사가 사람을 얼마나 행복하게 하는지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가사 끝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다행이다’라는 말은 힘든 마음에 위로를 주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큰 행복입니다. 가사 속에는 ‘그대를 안고서 힘이 들면 눈물 흘릴 수가 있어서, 되지 않는 위로라도 할 수 있어서’라는 부분이 나옵니다. 위로를 주고받는 행복을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위로를 받고 있습니까? 누구를 위로하고 있습니까? 그런 사람이 있기는 있습니까? 우리가 정말 다행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은 내 옆에 서있는 사람 덕분입니다. 나도 그에게 다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게 있으나 기억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행복을 생각해 봅니다. 참 행복한 사람인데, 우리는 종종 그걸 잊고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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