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성준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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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조성준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
  • 이형모 발행인
  • 승인 2019.10.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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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말, 캐나다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에 한인 조성준(83) 주의원이 임명됐다. 51년 전 캐나다에서 이민생활을 시작해 시의원 8선, 주의원 2선을 거쳐, 캐나다에서 한인 최초로 주정부 장관에 오른 것이다.

10월 13~20일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경제개발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함께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장관을 재외동포신문이 18일 오후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만났다.

10월 13~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10월 13~2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 늦었지만 지난해 캐나다 한인 최초로 온타리오주 장관이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번에 한국은 어떤 일로 방문하셨는지요?

한국에는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방문하게 됐다. 온타리오주 정부는 한국과의 교역을 활성화 하고 비즈니스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 10월 13~20일 빅터 피델리 경제개발부 장관, 어니 하더맨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함께 왔다. 

피델리 장관은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과 미팅을 통해 온타리오주가 얼마나 비즈니스 하기 좋은 곳인지 알렸으며 한국내 8000여개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수출인협회와 MOU를 맺기도 했다.

또 나와 함께 한 하더맨 장관은 온타리오주 농축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왔다. 자세한 내용은 하더맨 장관이 설명해 줄 것이다.

10월 13~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10월 13~2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조 장관과의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하더맨 온타리오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 하더맨 장관님 만나뵈어 반갑습니다. 이번에 경제사절단으로 오신 내용을 말씀해 주십시오.

온타리오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서 저는 캐나다의 농산물이 양질이고 안전하다는 것을 설명드리고 싶다. 그리고 양국의 호혜적인 무역증진을 도모하고자 왔다. 쇠고기, 돼지고기, 옥수수, 대두 등이 주 상품이다.

캐나다의 농산물과 식품의 안전성은 세계 1위를 자부한다. 농산물 생산방식은 친환경적이고 유기농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자연 훼손을 피하고 친환경적인 농업과 축산을 중시한다. 이 점을 잘 설명하고 한국 국민에게 알리고 싶다.

한국은 캐나다의 제8위 교역국으로 이미 많은 상품이 거래되고 있지만, 향후 10년 내에 교역량을 최소 두배 이상 늘리는 것이 목표다. 

10월 13~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10월 13~2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 ‘노인복지부 장관’이라는 직책이 아직 한국 사회에서는 생소합니다. 온타리오주 정부가 ‘노인복지’를 하나의 독립된 ‘부’로 만든 배경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장관 취임 후 지난 1년여 간의 성과를 소개해 주십시오. 

정확한 명칭은 '노인 및 장애인 복지부'다. 캐나다 통계를 보면 노인 중 43%가 일종의 장애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난 2018년 집권한 우리 보수당 정부는 노인과 장애인부를 합쳐 노인 및 장애인복지부를 만들었다. 온타리오주 역사상 처음 생긴 부처다.

캐나다는 노인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온타리오주에는 230만 노인이 있는데 4년 안에 300만 명이 될 예정이다. 캐나다 전체로 보면 매일 1천 명이 노인이 되고 온타리오주에선 하루에 약 300여명이 노인이 된다. 늘어나는 노인들과 친장애인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 부처의 역할이다.

지난 1년의 성과를 꼽자면 300만 노인시대를 대비한 노인전략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부처는 지난 6~8월에 온라인 설문을 비롯해, 온타리오주 전역을 다니며 노인들에게 어떤 서비스가 필요한지에 대해 폭넓은 조사를 했다. 약 8천 명 이상이 설문에 동참했으며 수십개의 노인 단체가 전략 수립을 위한 건의서를 작성해 부처로 전달했다. 현재는 수집된 모든 자료를 분석 중이며 조만간 온타리오주 노인들의 안정된 미래를 위한 좋은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가지 더 꼽자면 캐나다는 치과치료가 매우 비싼데,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해 연 9천만 달러를 들여 무상 치과치료 프로그램을 늦가을부터 시행하게 됐다.

- 1967년 캐나다로 이민을 가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캐나다 행을 결심하게 된 이유와 이민 후 정착하시기까지의 삶이 궁금합니다.

외국어대학 영어학과를 졸업하고 미국대사관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이민 생각은 없었는데 군에서 막 제대한 동생이 캐나다 이민을 위한 인터뷰를 하겠다고 해서 함께 갔다가 그 친구는 떨어지고 나는 붙었다.

1967년 처음엔 밴쿠버로 이민을 갔는데 당시에는 인종차별이 아주 심했다. 공공장소나 버스를 타면 내 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을 정도였다. 제대로된 직장을 잡을 수도 없었다. 그때 결심한 것이 공부를 열심히 해 주류사회에서 성공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접시닦이를 시작으로 학교 청소부, 석면 광산에서의 광부로 3가지 일을 하며 학비를 벌어 명문대인 UBC를 다녔다. 하지만 직장 3개를 다니면서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어 잠시 학업을 멈추고 벌어둔 돈으로 세계여행을 가려했다.

그러다 토론토에 있는 친구가 토론토는 밴쿠버와는 달리 직장도 많고 기회가 많다고 해서 토론토로 와 정착하게 됐다. 이후 토론토 대학에 진학해 석사 2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10월 13~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10월 13~2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 정치에 입문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정치입문 계기는 198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셜워커(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을 때였는데, 한국에서 박종철군 고문 사망사건이 터졌다. 이에 분노해 해외에서 한국 민주화를 위해 인권운동을 시작했다. 미국의 제시 잭슨 목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해 군부독재 타도 운동을 하기도 했다. 당시 가택연금돼 있던 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인연도 그때부터 시작됐다.

이를 계기로 자연스럽게 캐나다 한인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로 자리잡게 됐고 그때부터 꾸준히 정계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1988년 신민당의 권유로 연방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하지만 그때 쌓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1991년 당시 메트로 토론토 시의원 선거에 출마해 유색인종 최초로 당선되면서 정치인생이 시작됐다.

이후 시의원 8선, 2016년 온타리오주 보궐선거에서 한국계 최초로 승리해 주의회에 입성한 이래 2018년 6월 재선에 성공했고 장관직까지 올랐다.

- 1991년 11월 토론토 시의원에 당선되신 뒤 내리 8번 선거에서 승리하셨습니다. 그동안 선거 승률이 높았던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추상적인 말이지만 사랑이 비결이다. 우리 지역구 주민들을 진정으로 생각하고 사랑한 것이 결과로 이어졌다. 내가 사는 곳이 소득이 낮은 곳이라 가난한 사람이 많았는데 지역주민들을 무척 많이 도왔다. 사비를 털어가면서 재정적인 도움을 준적도 있고 지역구 주민들의 이민자 아이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면 학교에 쫒아가서 교장에게 직접 항의하는 등 세심히 챙겼다.

또 주의원실 우리 직원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큰 힘이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8선을 연이어 하는 동안 계속 선거사무장을 맡았던 내 아내의 헌신 덕분이다. 아내는 굴지의 보험회사에서 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했다.

10월 13~18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10월 13~20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방문한 조성준 온타리오주 노인복지부 장관을 10월 1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났다.

- 캐나다 한인 최초의 주 장관이라는 점과 함께 팔순을 넘긴 나이에 신임 장관으로 취임하셨다는 점이 많이 화제가 됐습니다. 한국과 캐나다 양국의 정치 문화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은 대통령을 국민이 직접 뽑는 제도이지만 캐나다는 총선을 통해 다수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시스템이다.

또 한국과 캐나다의 큰 차이점이 있다면 한국은 중앙정부 부처 중심이지만 캐나다는 이민, 국방, 외교 등은 연방정부가, 교육, 의료, 보건 등은 주정부가 하는 등 역할이 철저히 나뉘어져 있다.

- 앞으로의 포부를 말씀해 주십시오.

80대 중반의 나이로 여생의 포부는 두 가지다. 첫째는 온타리오주와 한국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 온타리오주는 인구, 경제, 문화, 사회 등 여러 측면에서 캐나다 전체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미국에만 치우치지 말고 캐나다와도 좋은 친구 만들기를 한국에 권유하고 싶다.

둘째는 해외동포의 성장이 한국의 성장으로 연결된다. 현재 캐나다의 주의원이 2명인데, 10월 22일 총선에 한인동포 6명이 출마했고 1명 정도의 당선을 기대하고 있다. 주류사회 정치지도자 진출의 중요성을 깨닫고 10년 전부터 차세대들을 위한 '글로벌유스리더스'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생부터 초등학생까지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전 세계 재외동포 그리고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한국에 올때 마다 한국사회의 빠른 변화와 발전을 보며 한국사람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방문에서도 놀랐다. 조국 법무부장관과 검찰개혁을 둘러싼 대규모의 찬반 시위들이 경찰의 특별한 개입없이 비폭력,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한국의 민주주의 수준을 실감할 수 있었다.

민주적 찬반 논쟁과 더불어 양보와 통합의 리더십으로 한국사회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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